

▲(각국 대표단) 사카타 히데아키 이사장, 황재옥 부이사장, 이경윤 지부장, 아그네스 시르마이 교수, 김옥련 교수
[한의신문] 난치성 신경이과 질환의 진단·치료 고도화를 위해 한국·일본·헝가리·중국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콘퍼런스에선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이하 PPPD)과 메니에르병, 전정편두통,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 등을 중심으로 △국제 진단기준과 한의 변증체계의 접목 △질환별 맞춤 한약 처방 △침·약침·도침·추나·매선 치료 △정밀 청력검사와 자율신경 평가 등 동서의학을 아우르는 17개 주제의 연구·임상 성과가 공유됐다.
국제평형신경과학회(이사장 사카타 히데아키·이하 NES)는 3일 서울 오라카이대학로호텔에서 ‘어지럼증에 대한 동서의학의 접근과 치료’를 주제로 제1회 한·일 동서의학 이과학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경윤 NES 한국지부장은 인사말에서 “이명은 환자마다 원인과 경과, 치료 반응이 달라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지만 난치가 곧 불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임상 경험이 연구로 이어지고, 각국의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다면 지금보다 나은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카타 히데아키 이사장은 “서양의학과 더불어 동양의학의 관점과 다양성은 신경이과학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가 각 의학의 지혜를 연결하고, 새로운 연구와 치료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좌측부터) 맹유숙 이사, 김태엽 위원장, 마츠시마 준이치 원장, 강혜영 위원장
◎ “어지럼증, 병명보다 환자를 보라”…동서의학이 찾는 치료의 접점
이날 세션 1에서는 △신경이과학의 과제(아그네스 시르마이 교수·헝가리 셈멜바이스대 이비인후과 두경부외과학교실) △바라니학회 분류체계 기반 전정질환의 한의 변증체계 통합 및 맞춤형 한약 처방 지침(맹유숙 학술이사) △PPPD의 진단과 치료(사카타 히데아키 이사장)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기조 발표에 나선 아그네스 시르마이 교수는 △메니에르병(발작·청력·이명 평가, 약물·고막 내 치료·수술) △전정편두통(예방약·식이·생활습관 교정) △PPPD(전정재활·심리치료) 등 질환별 감별진단과 치료법을 소개했다. 침 치료 등 동양의학의 보완적 활용 가능성도 언급하며 “질병뿐 아니라 환자 전체를 치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유숙 이사는 바라니학회 전정질환 분류와 한의 변증을 연계해 △이석증 후 잔여어지럼(반하백출천마탕 계열) △메니에르병(오령산 계열) △전정편두통·과각성형 PPPD(조등산 계열) △기력저하형 PPPD·기립성 어지럼(보중익기탕 계열) △노인성 전정기능저하(팔미지황환 계열) 등 일본 한방제제와 한국형 가감방을 활용한 질환별 맞춤 처방체계를 제안했다.
사카타 히데아키 이사장은 PPPD의 다인성 병태에 주목해 △내이성·중추성 어지럼 감별 △수면장애·통증·불안 평가 △호르몬·자율신경 이상 확인 등 통합 진단체계를 제시했다. 특히 전정기능 이상과 자율신경·정서적 요인의 복합적 연관성을 강조하며 약물요법·전정재활에 침·뜸 치료와 한방약 처방을 병행하는 다각적 치료전략을 소개했다.
◎ 이명 환자 3명 중 1명은 ‘정상 청력’…청력검사의 사각지대
세션 2에선 △정상 청력 역치를 보이는 이명 환자에서 고해상도 정밀청력검사 기반 이명 주파수 분포와 자율신경계 특성(황재옥 부이사장) △증례 해결형 진단: 소아 현훈 및 어지럼증의 임상적 추론 과정(김옥련 교수·중국 상하이교통대 신화병원) △한국 한의학과 일본 한방의학의 어지럼증 변증 지표 비교 분석(김태엽 편집위원장)이 발표됐다.
황재옥 부이사장(한국이명학회장)은 이명 환자 385명 중 정상 청력군 129명(33.5%)을 분석한 결과 △5000Hz 이상 고주파 이명 67.8% △9000~12000Hz 집중 △8000Hz 초과 이명 55% △스트레스 지수 40 이상 84%를 확인했다. 특히 심박변이도(HRV) 분석을 통해 자율신경 불균형을 관찰하고, 고주파 청각 이상에 따른 중추신경계의 보상성 과흥분과 자율신경 이상을 이명 지속의 잠재적 기전으로 제시하며 다차원적 치료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옥련 교수는 소아 어지럼증의 원인별 감별진단과 임상적 의사결정 체계를 제시했다. 그는 △양성발작성현훈(BPVC)과 전정편두통의 임상적 연관성 △전정기능검사(VNG·vHIT·VEMP)를 통한 말초·중추성 이상 감별 △안진·두통·청각증상에 따른 진단 분류를 설명했으며, 소아 전정편두통과 반복성 어지럼증의 진단기준을 비교하며 “연령별 증상 특성과 객관적 전정기능 평가를 결합한 맞춤형 진단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엽 위원장은 한의학과 일본 한방의 어지럼증 변증지표를 비교하고 △기축(폐·신·삼초의 수액·기 조절) △혈축(간·비의 혈액·영양 조절) △중초축(비·위의 소화·대사 기능)에 기반한 통합 변증체계를 제안했다. 특히 식욕부진·복부팽만·안면홍조 등 공통 증상지표를 통한 변증체계 연계와 어지럼장애지수(DHI) 기반 임상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이명 치료의 성패, 설문 총점만으론 알 수 없다”
세션 3에선 △PPPD의 치료 표적별 중요도 평가(이경윤 지부장) △이명 치료를 통한 시상-피질 리듬 이상의 해소(마츠시마 준이치 원장·일본 마츠시마이비인후과의원) △현훈을 동반한 돌발성 감각신경성 난청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강혜영 학술위원장) △이명으로 인한 장애 평가: 설문지에서 어떤 측면을 다뤄야 하는가(토미자와 아키후미 교수·일본 국제의료복지대 언어청각학과)가 발표됐다.
이경윤 지부장은 PPPD의 감각정보 통합·조절 이상에 주목해 △시각·자세 과민형(전정재활) △자율신경·스트레스형(호흡훈련·심박변이도 바이오피드백) △인지조절형(적응형 뉴로피드백) 등 유형별 맞춤치료를 제안했다. 특히 뇌파(EEG)·심박변이도(HRV)·어지럼장애지수(DHI)를 활용한 치료 우선순위 설정을 강조했다.
마츠시마 준이치 원장은 만성 이명 환자 40명에게 약 1시간의 이개 전방 경피적 TENS를 적용하고 △치료 전 인지행동치료 △자극 중 뇌파 측정 △정맥 수액요법을 병행해 신경생리학적 변화와 치료 반응을 분석했다. 첫 치료에서 주관적 수면 상태에 도달한 23명 중 19명이 즉각적인 이명 감소를 경험했으며, 전두부 저속 알파파 증가와 증상 완화의 연관성이 관찰됐다.
강혜영 위원장은 돌발성 난청·어지럼·이명 환자 3명에게 후두하근과 경막을 연결하는 근경막경막교(MDB)를 표적으로 △도침 △약침 △추나요법을 주 1~2회 적용했다. 치료기전으로는 경추 연부조직의 긴장 완화와 뇌척수액 순환 개선을 제시했으며, 1~2개월 치료 후 어지럼 NRS가 감소(10점→0~1점)하고, 청력역치도 개선(증례별 5.6~17.6dB)됐다고 보고했다.
토미자와 아키후미 교수는 이명 환자 121명에게 이명장애지수(THI)와 아이오와 이명설문(ITQ)을 적용한 결과, 총점 상관계수는 0.86이었으나 세부영역별로 △감정 0.85 △집중 0.82 △청각 0.67 △수면 0.52의 차이를 확인했다. 특히 THI의 수면장애 과소평가 가능성을 지적하며 치료 전후 다차원 평가와 별도 수면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좌측부터) 토미자와 아키후미 교수, 백승태 부지부장, 나카가미 카즈히로 침구사, 김태현 이사
◎ 침 치료 5회 후 어지럼장애지수 34.6% 감소…임상적 가능성 확인
세션 4에서는 △이명 환자에서 1000Hz 청각 특이성(백승태 부지부장) △침 치료 전후 현훈 및 어지럼증 증상의 변화(나카가미 카즈히로 침구사·가와고에이과학클리닉) △이명 환자의 청각학적 특성과 67개 주파수 대역별 정밀청력검사 패턴 분석(김태현 총무이사)이 발표됐다.
백승태 부지부장은 이명 환자(평균연령 56세, 이명 동반율 74.0%) 140명의 순음청력검사에서 1000Hz 중심의 청력역치 역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직업·사회심리적 스트레스 경험 52.7% △60대 이상이 64.4%로 나타났다. 특히 심박변이도(HRV) 분석을 통해 자율신경 조절 이상을 확인하고, 만성 스트레스와 자율신경 불균형이 1000Hz 청력 변화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나카가미 카즈히로 침구사는 어지럼증 환자에게 백회·천주·완골·솔곡·사신총·협거·곡택·내관·신문·태계 자침(직경 0.16mm·자입 5~10mm·유침 15분·5회 1주기)을 시행했다. 평가 가능한 13명 중 10명(76.9%)에서 DHI가 감소했으며, 평균 점수도 개선(45.1점→29.5점)됐다. 치료기전으로 후두하부·경추 자극과 전정반사 조절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김태현 이사는 이명 환자의 청각학적 특성(’19~’26년)을 분석하고, 67개 세부 주파수대에 기반한 정밀청력검사 패턴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정상 청력군 36.4%(최다) △정상·경도 난청군 합계 62% 이상 △정상 청력군 평균연령 47.6세 △심도 난청군 69.2세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 청력 판정 환자에게서도 특정 주파수대의 청력 이상이 확인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세분화된 청력역치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좌측부터) 이희동 이사, 박상우 원장, 김태겸 이사, 문현우 원장
◎ “목에서 시작된 어지럼증”…경추 기능 이상에 한의치료 주목
세션 5에선 △청각장애를 동반한 재발성 어지럼증에 대한 바른약침 포함 한의치료의 임상적 효과(이희동 정보통신이사) △메니에르병에 대한 매선침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박상우 김포 구래경희한의원장) △기공추나: 경추성 어지럼증에 대한 치료적 접근(김태겸 기획이사)이 발표됐다.
이희동 이사는 청각장애를 동반한 반복성 어지럼증 3개 증례에 바른약침을 적용한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석문(CV5) 2.0mL △전중(CV17) 1.0mL △활육문(GV4·GV20) 0.5mL △청궁·예풍·완골 각 0.3mL △양측 풍지(GB20) 각 0.5mL를 주입하고 필요시 침·전침·한약을 병행했다. 소음성 난청 증례에선 평균 청력역치가 △좌측 43.1→28.2dB △우측 43.0→30.2dB로 개선됐다.
박상우 원장은 난치성 메니에르병 환자의 경추·체간·골반 근막 및 근육에 매선침을 삽입해 지속적인 기계적 자극과 자세 안정화를 유도하는 치료법을 소개했다. 기존 치료에도 2~3일마다 약 1시간의 회전성 어지럼이 재발하던 52세 여성의 28개 지점에 3주 간격으로 5회 시술한 결과, 치료 기간과 이후 약 1년간의 유지치료·추적관찰에서 발작이 보고되지 않았다.
김태겸 이사는 선친 김문기 박사의 ‘수정기공요법(STT)’을 한의학적 추나와 접목한 ‘기공추나(氣功推拿)’를 처음 공개했다. 이는 해부학·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재정립한 수기치료로, 강한 압력 대신 미세하고 부드러운 자극을 활용해 △근육·근막 긴장 완화 △신체 움직임·감각 입력의 균형 회복 △경추성 어지럼증 치료를 목표로 한다. 그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치료법을 이제는 제가 한의학의 관점에서 다시 발전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션 6에서 ‘교통사고 후 발생한 경추성 어지럼증에 대한 통합한의치료’를 발표한 문현우 원장은 △전정질환 등 다른 원인질환의 감별·배제 △경추회전검사(Cervical Torsion Test) △환자별 한의 변증 △통합한의치료를 연계한 진료체계를 제시했다. 그는 “외상 이후 어지럼을 단순한 경추 통증의 부수증상으로 판단하기보다 전정질환과 감별하고, 경추 기능 이상 여부를 확인해 치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옥천당, ㈜오투랩, ㈜태림메디칼, 거북이원외탕전실, 명의촌한의원이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