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상남도 하동군 선별진료소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검체 채취 업무를 맡고 있는 편수헌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장에게 선별 진료 업무 투입 과정과 감염증예방 영역에서의 공보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Q. 검체 채취 업무에 투입된 배경은?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과 검체 채취 업무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지만 한의사의 역할이 이번 코로나19 방역업무에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한의사 역학조사관만 보더라도 경기도에 집중돼 있고 제가 근무 중인 경상남도에서의 인력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이하 대공한협)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하동군에도 한의사가 선별진료와 검체 채취 업무를 맡으면 좋을 것 같아 하동군 내 8명의 한의사 중 7명의 동의를 받아 한의사도 선별진료 등의 업무에 투입할 것을 하동군 보건소장에게 요청했다. 기존 의과 인력에서 생긴 공백을 한의과가 대체하면서 검체 채취 업무를 맡게 됐지만, 대체휴가나 장비 지원 등 의과에게 지원되는 제도 등은 의과와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다.
타 시군에서도 검체 채취 업무에 투입되고 싶은 회원 분들이 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으로 못 들어가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의사가 선별진료 업무에 투입되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곳이 많다. 그런 지자체에 대공한협 회장으로서 좋은 선례가 되고자 바로 자원하여 투입되어 일을 진행했다. 하동군의 사례가 선별진료 근무를 원하는 다른 한의사 공보의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선별진료소는 하동군 보건소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Q. 선별진료소에서 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가?
지난달 28일 금요일에 하동군 보건소장에게 제안해 다음날인 29일 토요일부터 본격적인 선별진료 업무에 들어갔다. 9시에 보건소 출근해서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장비들을 착용한 뒤 선별진료실에서 환자를 기다린다. 의심 환자가 오면 체열검사 및 문진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도역학조사관과 협의 후 해당 환자의 검체 채취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음압실에서 검체 채취에 나선다. 검체 채취 후 해당 검체의 수송배지를 포장용기에 담아 밀봉까지 하면 업무가 끝난다. 이렇게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이라 점심을 먹으며 대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6시까지 환자를 기다리며 업무를 선다.
Q. 검체 채취 과정에서 느낀 점은?
보건소의 내 진료실에서는 이비인후과 질환 검진에 사용할 수 있는 내시경이 있다. 평소에 감기 환자가 오면 해당 기기를 적극 활용해 진료를 해 왔기에 검체 채취 업무에서도 어려움이 없었다. 업무에 있어 진료장비 및 보험 엑스제 구입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하동군 보건소에 감사드리고 싶다. 다만 근무 시간 내내 긴장을 놓칠 수가 없는 점이 힘들고, 현재 하동군 근처에서도 많은 시군에 확진자가 나온 터라 저도 감염될 수 있기에 항상 무균상태를 유지하도록 조심하고 있다.
Q.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염증예방을 위한 공보의의 역할은?
보건소는 지역 주민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의료기관이다. 서울처럼 의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지역일수록 더욱 그렇다. 한의사 공보의가 보건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평소에 건강 관리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던 만큼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염관리 및 방역 업무에서도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유증상자나 의심환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모든 환자들이 3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보다 보건소 등 1차 의료기관에 먼저 방문해 간단한 검사를 받는 게 의료전달체계의 효율성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증의 확진자들을 별도로 진료하는 기관이 설치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상위 의료기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지금 공보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꼭 하고 싶은 말은?
최근 대공한협에서 대구지역에 파견되어 의료지원을 자원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 이후 모든 의료인의 자발적 참여를 수용하겠다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공식 입장이 나왔고, 대공한협에서는 다시 한 번 일정을 미뤄 자원자들을 조사했다. 현재 그 결과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현재 대구지역 파견 자원자 명단이 넘어가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에서는 해당 내용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 하고, 대구지역 차출 관련 담당자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의료지원을 원하는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은 공문을 기다리며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대기 중이다. 확진자 수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해 2일 현재 4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해당 지역 파견을 자원한,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이 대구지역으로 파견될 수 있게끔 복지부에 빠른 협조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