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의약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의 경우 한의약이 낯설어 이용을 머뭇거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한의약을 낯설어 하기는 외국인이나 요즘 우리나라 젊은 세대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한의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외국인과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흔히들 한의약은 나이든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고 젊은 층은 한의약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실제로 한의외래서비스 이용실태에서도 40~49세(23.8%), 60세이상(21.9%), 50~59세(21.2%), 30~39세(20.8%), 20~29세(12.3%) 순으로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용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젊은 층이 이용률은 낮지만 만족도는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한의약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접할 기회가 적다 보니 한의의료서비스 이용을 망설이거나 이용하지 않고 있는 부분을 개선해 준다면 젊은 층이 한의약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지울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젊은 세대가 한의학을 보다 잘 이해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중국의 경우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중의약문화 보급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의약 어린이 도서 보급’과 ‘중의약 교실’이다.
‘중의약 교실’은 2008년 양회에서 새로 전국 정협위원을 맡은 마오신위가 교육부에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중의약지식 과목을 개설하도록 건의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중의약학은 중화민족 고유의 전통문화이자 정체성을 지닌 과학적인 학문으로서 철학, 천문학, 농학, 인문학 등 많은 학과와 연계되어 발전한 ‘종합 과학’이라는 점을 강조한 마오신위는 중의약이‘시간의학’으로 오랫동안 열심히 학습하고 경험을 쌓아야만 심오한 의미를 깨닫고 터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의를 발전시키려면 중의문화에 대한 교육을 중시해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이같은 마오신위의 제안을 받아들인 교육부는 어렸을 때부터 자국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의 교과과정 안에 중의약 지식(중의약문화) 과목을 개설했으며 그 결과로 2009년부터 베이징을 비롯한 상하이, 저장성 등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중의약 문화교실’이 열렸다.
‘중의약 교실’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정식 수업으로 배정되거나 시험이 치러지는 과목이 아니지만 중의약 문화를 지키고 미래의 우수한 중의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튼튼한 근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북경시의 경우 중의약 문화를 학생들에게 전파하고자 ‘청소년 중의약문화 지식’을 발간했다.
이 책은 ‘풍부하고 심오한 중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중의’, ‘우리 생활 속의 중의’ 등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 그 아래 54개 소주제로 구성됐으며 중의의 음양과 장부이론뿐 아니라 신농이 백초를 맛본 이야기, 세계 최초의 마취약인 마비산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학생들이 중의약 문화를 보다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 동성구교육위원회는 2011년 4월 ‘중의약문화교육의 학교 진입’ 활동의 일환으로 허핑리 제1초등학교에서 선생님과 중의약 전문가의 지도아래 중초약들에 대해 공부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직접 중의약 문화를 체험시키는 것을 위주로 진행된 이 수업은 예를 들어 학교 옥상에 직접 약재를 파종해 각 반별로 학생들이 직접 약재를 재배하게 하고 자신들이 기르는 약초에 대한 약효나 그에 얽힌 설화 등을 학생들 스스로 준비하게 해 중약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했다.
또 미술시간에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중초약 텃밭을 그리는 등 중의학 문화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저장성 이오(義烏)시의 경우 전문병원 뒤뜰에 이 지역 초중등학생들의 중의 중약 교육장인 ‘백초원’을 조성, 600여종의 중초약을 재배하고 각 중초약 마다 명칭, 산지, 효능, 사용방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백초원에서 직접 약초를 보고, 만지고, 맛을 보면서 중의약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데 이같은 생생한 경험이 학생들의 중의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친근감을 심어주고 있다.
상해시에서는 위생 및 계획출산 위원회와 교육위원회의 지도아래 푸단대학 출판사와 상해중의약대학교가 ‘초중등생 중의약 과학보급도서 시리즈’를 기획, 출판했다.
이 시리즈에는 ‘경락의 세계’, ‘재미있는 중의약 일화’, ‘중의진단의 신비를 알려줄게!’, ‘내 주위의 황제내경’, ‘내 주변의 약용식물’, ‘초, 중고생 사계절 보건’, ‘꼬꼬마 추나사’, ‘중의명가 이야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창조성, 권위성, 과학성, 가독성, 실용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판사와 전문가 조직이 출판하는 과학보급 신서들이 중의약지식의 보급과 중의약 기초교육 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교육과정에서 한의약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지 한의약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약재시장, 관련단체의 문화재, 축제 및 관련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비록 그 수가 적지는 않다고 하지만 애초에 어린 학생들이 한국 한의약 문화를 접하고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접근하지 않아 중국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 전통의약시장 규모는 2008년 2,000억 달러 규모에서 2050년에는 5조 달러, 한화로 약 6,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세계 전통의약시장 선점을 위해 제12차 중의약 발전규획 등으로 중의약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전체 세계 전통의약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9년에 이미 중약재 및 중성약 수출이 14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중의약에 대한 이해를 높여 미래의 우수한 중의학 인재를 양성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통의약 분야에서 가장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 전통의약시장에서 한국 한의학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4조원. 전체의 3.1%에 불과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의약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 개선과 국가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한의약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초, 중등학교에서부터 한국 전통의학인 한의약에 대한 자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이 대폭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중의약 교실’과 ‘중의약 어린이 도서’는 참고할 만한 사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