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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1일 (금)

의료기기, 직무영역 구분 도구 아닌 ‘진료도구’

의료기기, 직무영역 구분 도구 아닌 ‘진료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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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규제기요틴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가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한의학미래포럼(대표 김재효)이 ‘의료기기, 진료도구인가? 직무영역을 구분하는 도구인가?’를 주제로 제46차 토론회를 서울역 KTX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의료기기는 중립적 단어이자 특정 직군에게 허가되거나 금지된 조항이 없는 ‘진료도구’로서 의료인인 한의사가 진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의료기기’가 되며 한의사는 이러한 의료기기를 이용해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역사적으로 의생과 의사는 법령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의 차별을 받지 않았으나 일제강점기에 한의학이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신분 차이가 발생하게 됐고 이는 향후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거나 적용하는 과정에서 끊임 없은 차별로 작용, 과학문명 발달의 영향을 받으며 역동적으로 발전해온 한의학을 ‘전통’에 국한시켜 협소한 범위로 해석하는 결과를 낳았다는데 그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의료기기라는 것.



하지만 최근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학문적 원리로 의료행위의 개념을 해석하는 것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국민들 역시 인식이 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양방 중심의 보건의료제도에 합리적인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다음은 제46차 한의학미래포럼에서 발표된 내용들을 발표자 중심으로 정리해 봤다.





■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강연석 교수

일제강점기 조선의료령 제3조에서 “의사와 치과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관장하고 국민체력의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본분으로 함”이라고 규정, 의료행위와 보건지도를 행하도록 한 현재의 의료법이 일제강점기 조선의료령과 같은 맥락으로 기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조선의료령 제20조에서 의생의 직무가 제3조 의사에 관한 규정에 맞추어 준용한다는 의미를 통해 의사와 같았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제4조 의사와 치과의사가 되려는 자는 조선총독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면허를 받도록 요하고 있는데 당시 일제의 한의학 탄압으로 한의학을 근대화된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아 대학교육에서 배제시킴으로서 의생과 양의사 간에는 대학교육 여부의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



정리해 보면 법령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차별받지는 않았으나 애초에 역할을 기대하는 신분 차이로 의사와 의생의 역할이 구분되었으며 해방 이후 국민의료법은 이 신분의 격차를 없애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주류세력으로 위치를 공고히 한 의사의 신분과 사회의 비주류였던 한의사의 신분 차이는 향후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거나 적용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차별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그 결과가 현재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한의사와 의사의 권한이 ‘52 : 125’라는 불균형으로 나타난 것이다.



모든 의학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한의학 역시 그렇다. 단지 한의학과 양의학의 이분법적인 구분이나 차이를 드러내려했던 방법은 일제강점기 후 상대적으로 기반이 없어진 한의가 살아남기 위한 정책노선이자 기득권을 가진 양의의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의학은 본질적으로 의학이라는 측면에서의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으며 이것을 이해해야 한의학의 발전도 가능하다.

1990년대 한약분쟁 이후 한의학의 지위가 상승한 만큼 보편성과 특수성을 갖춘 태도로 학문을 재구성하는 것이 의료기기의 활용과 관련한 장기적 방향이 될 수 있다.



다만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관점에서 볼 때 그동안 무심코 사용해온 한의 개념들과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초기의 질병과 인체관은 인격적인 귀신이 중심이 되어 기술했으나 차츰 인격이 배제된 정·기·신으로 서술했다. 황제내경의 음양오행성, 오운육기 등은 인격적 요소를 갖춘 귀신의 역할을 배제하고 자연을 관찰한 것으로 인체와 질병을 설명하였다는 의의를 갖고 있다.



따라서 천인상응, 음양오행, 변증시치, 사기오미, 십이경맥, 기혈론, 수화론, 음양론 등 형이상학적인 것이 한의학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의학을 기술해온 것이 한의학적인 것이다. 즉 학문에 대한 엄격한 규정은 그 시대마다 달라져왔으며 한의학도 마찬가지다.



현대의학도 다르지 않다.

Lester S.King은 이론이 아무리 달라지더라도 ‘임상적 실체’(병과 관련된 어떤 재현되는 패턴)는 비교적 일정하게 남는다고 했으며 임상적 실체에 많은 양의 지식이 추가되어 축적된 것이 ‘질병실체’라고 했다.



현대의학에서는 임상적 실체에 해부학적 구조 등 더 많은 지식이 축적되면서 질병을 새롭게 규정하게 된 것이며 불과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한의학과 양의학에서 기술한 질병실체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동안 한의학 역시 ‘증상으로 규정된’ 질병을 치료해 왔는데 이는 현대의학에서 규정하고 있는 ‘disease’의 개념과 다른 방식으로 규정한 질병을 치료해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기술된 한의학적인 개념들은 대한민국에서 대략 80년 전에 시도된 방식이며 그 패턴이 한번도 바뀌지 않다 보니 다소 병에 대한 혼란을 초래하게 됐다.

불교의 격의처럼 개념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개념을 왜곡시켜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병인과 병기 중심의 개념 기술이 아닌 현상으로 규정된 새로운 한의 개념으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식 박유리 박사

현행 법령을 고찰해 보면 의료행위에 대해 명문화된 개념 규정이 부재하지만 관계법령을 토대로 의사와 한의사의 직무를 비교해 보면 같은 보건의료인임에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그동안의 판례를 살펴보면 한방의료행위를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는 개념으로 한정시켜 가장 협소한 범위로 해석해온 경향이 있으나 최근 일부 법학자들 사이에서 학문적 원리로 의료행위의 개념을 해석하는 것에 대한 한계점을 지적하고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인의 자율성, 의료인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 건강의 보호와 증진 △치료목적과 응급상황 △의료인의 자율성 △기존 치료 행위와의 근접성과 유사성 △의료서비자들의 인식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에서의 교육과정과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중에서도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핵심 기준으로 ‘국민 건강의 보호와 증진’을 꼽으며 환자의 이익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견해다.



대표적으로 ‘의료직업의 규제 : 의사와 한의사의 직역한계’(선정원) 논문에서는 “한방의료행위를 허준의 동의보감과 이제마의 사상의학설 시대 모습대로 정태적인 것으로 한정하고 그 이후 동양과 서양에서 발전된 한방의료관련기술은 모두 한방의료행위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보려 하는 것이다.



한의학의 과학적 발전의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한의사의 치료영역을 매우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다.”라며 “그것은 양한방의료의 분리원칙을 채택할 당시 한방의료행위의 과학화를 위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법자들의 의도와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중략- 한방의료행위도 한의학과 과학의 융합이 진전됨에 따라 외국에서 발전된 의료과학기술을 수용하여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영역과 한방의료영역의 업무구부에 관한 고찰’(범경철) 논문에서는 의료기사지도권과 관련해 “한의과대학에서 방사선 과학 등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의료기사를 지도, 감독함에 요구되는 이학적 지식이 충분하며 정확한 진단 및 적절한 처치를 위해 의료기사를 통한 검사가 필요하다. 나아가 의료인간 형평성, 한방의료의 비효율성, 국민불편과 의료비 증가 등을 이유로 한의사에게도 의료기사의 지도권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략- 한의사의 자율적인 의료서비스와 의료업무의 체계적인 통합을 위해 입법론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학자들 뿐 아니라 국민의 인식도 변했다.

지난해 9월17일부터 9월23일까지 (주)리앤리서치에서 526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가 ‘서양에서 기원한 의료지식과 기술이지만 한의학의 의료지식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는 한의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에 동의했으며 응답자의 71%는 ‘한의학적 원리는 각 시대에 따라 새로운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포괄해가며 발전해온 모든 것을 의미한다.’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았고 과학적으로 응용 및 개발되어온 것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의료장비나 검사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한의사도 할 수 있다.’에 61%가 동의했다.

이는 의료가 사회와 과학문명 발달의 영향을 받아 끊임 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며 한의학 역시 역동적으로 발전해 온 의학이라는 점에서 현행 법령 및 판례에서 한방의료행위를 ‘전통’에 국한시켜 해석하고 있는 것에 대한 법학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와 국민의 인식 변화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다만 한의학의 현대화된 모습을 판단할 만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과거의 정태적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측면도 있는 만큼 한의계에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내부 논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사회와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 경희한의대 진단생기능의학교실 김현호 박사

그동안의 의료기기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결국 이원화된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명확성 이슈가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법과 의료기기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다루는 의료기기는 중립적인 단어이며 특정 직군에게 허가되거나 금지된 조항이 없다.



대한민국의 의료인인 한의사가 진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의료기기’가 되며 한의사는 이러한 의료기기를 이용해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떠한 의료기기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는 의료인이 판단하는 것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임상적 당위성으로는 △질병에 대한 감별진단의 목적(과학기술, 의학의 발달로 질병의 구분이 더욱 세밀해짐) △의료전달체계의 유지 목적(1차 의료기관에서 다루지 못하는 질병으로 판단될 경우 의료전달체계를 이용해 상급기관 또는 해당 전문과로 전원 또는 의뢰를 해야 함) △치료 평가의 목적(건강상태와 질병상태에 대한 객관적 평가, 환자와 의사의 객관적 기대치 설정, 치료의 목표와 치료 종료의 시점 판단의 근거) △작용과 부작용에 관한 환자 관찰의 목적(부작용에 대한 관찰 도구 필요, 한약 및 한의치료에 대한 근거없는 폄훼와 비난을 종식시키기 위해 필요)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는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도 여기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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