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씨(여, 27세)는 평소 생리주기가 불규칙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겨오다가 최근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서 잘나지 않던 여드름이 나고, 체중이 갑작스럽게 증가했다. 또한 생리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져 3개월이 지나도록 생리가 없거나 어떤 달은 약간의 출혈만 있을 뿐 그냥 지나가는 달도 있었다. 불안감을 느낀 정씨는 병원을 찾았고,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씨처럼 생리불순으로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어 진료비를 지출하는 2030여성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생리불순과 관련된 ‘무월경, 소량 및 희발 월경(N91)’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 90억9000만원에서 2013년 107억원으로 연평균 약 3.3%, 전체 약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환자 수는 여성 인구 10만명당 20대가 4298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3347명, 40대 1479명 순이었다.
이와 관련 박경선 교수(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여성건강클리닉)는 “이러한 현상은 꾸준히 늘고 있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관계가 깊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나 무리한 다이어트, 식습관의 변화 등으로 생리주기나 양이 불규칙해지고, 배란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으로, 특히 최근엔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생리불순의 원인으로 진단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은 여러 가지 증상과 징후들이 나타나는 내분비질환으로 여성의 일생동안 복합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사춘기 소녀에서는 다모증, 여드름, 불규칙한 월경, 비만 등이 나타나고, 가임기 여성에게는 월경이상과 불임,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는 하편 폐경 이후 여성은 자궁내막암이나 대사성 질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이처럼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일생동안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요구된다.
이러한 다낭성난소증후군을 한의학에서는 신허(腎虛)와 습담(濕痰)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치료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신허는 쉽게 말해 난소의 호르몬 분비 기능이 저하된 것을 뜻하는 것으로, 호르몬 분비 기능이 저하된 원인으로는 선천적으로 난소의 기능이 약한 경우도 있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의 연결고리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원인에 한의학에서는 온경탕(溫經湯) 등을 처방하고 있는데, 온경탕에는 오수유 등의 약재가 포함되어 있고, 추가적으로 조각자 등을 가미해 배란율을 향상시키고, 여성호르몬 수치를 정상화시킨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습담은 정체되어 기혈(氣血)의 순환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물질을 말하며, 주로 비만한 여성에게 많고 식습관 문제나 운동 부족 등의 이유에서 기인한다”며 “습담이 원인인 경우 기혈의 순환을 돕는 향부자와 반하를 포함하는 창부도담탕(蒼附導痰湯) 등을 처방하는데, 창부도담탕은 다양한 연구에서 다낭성난소의 형태학적, 조직학적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의약에서는 탕약과 함께 침 치료를 병행,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의 베타 엔돌핀(β-endorphin)의 분비를 촉진해 여성호르몬 분비의 축을 개선하고 있다.
박경선 교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의 한의학적 치료는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을 모두 고려해 생리불순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심할 경우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스트레스와 다이어트, 식습관의 변화가 많은 20~30대 여성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특히 한국여성은 서양여성과 달리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 할지라도 여드름과 다모증, 비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