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와 병원 간 부당한 리베이트가 약값인상을 야기하고 그 부담이 환자들에게 전가됐다고 제기된 소송에서 법원이 환자들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 31부, 부장판사 오영준)은 최근 부당한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과도한 약제비를 부담했다며 환자들이 중외제약, 대웅제약, 동아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환자들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중외제약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판매한 의약품의 16.2%에 달하는 519억 원의 리베이트를, 대웅제약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판매한 의약품의 18.0%에 달하는 834억 원의 리베이트를, 동아제약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판매한 의약품의 30.2%에 달하는 1,337억 원의 리베이트를 부당하게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 음성적으로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면서, 겉으로는 보험고시가 상한금액을 실거래가로 신고 약값을 받아도 그로 인해 환자나 건강보험공단이 손해를 본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들은 법원의 판결이 실거래가 상환제를 파탄시킬 수 있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소비자시민모임,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등의 환자단체들은 13일 합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법원이 부당한 이익을 환자들과 건강보험공단으로 환수하기 위해 존재하는 실거래가 상환제라는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법원으로서의 직무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새로 도입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2010년 10월 1일~20014년 8월 31일),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2004년 9월 1일부터 시행)를 포함, 우리나라 약가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논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제약사가 매출할인이나, 수금할인을 해 주면서도 허위의 영수증 가격으로 공급계약서를 만들어 요양기관이 보험고시가 상한금액대로 약제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환자나 건강보험공단이 보험고시가 상한금액을 요양기관에 주면 그 돈이 제약회사로 갔다가, 다시 리베이트로 요양기관으로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는 것.
이런 '당겨쓰기'가 리베이트의 본질인데도 불구하고, 왜 요양기관과 제약회사가 '담합'을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환자들이나 건강보험공단의 손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환자나 건강보험공단이 약제비를 과다하게 지급해 손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환자단체들은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 1999년 상환제에서 실거래가 상환제로 새로운 약가제도가 도입될 때부터, 요양기관이 환자들이나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약제비는 명목 영수증 가격이 아니라, 실제로 받은 이익을 모두 공제한 '실거래가'라는 사실이 전제가 됐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제약회사와 요양기관이 겉으로는 보험고시가 상한금액대로 의약품이 공급되는 것처럼 속이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약가 할인을 하거나, 실거래가를 속이고, 높게 유지하는 것, 소위 '당겨쓰기‘가 계속되는데도 법원이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며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