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침구과·현동한의원 공동연구, ‘Journal of Pain Research’ 게재
[한의신문] 근골격계 통증 환자에게 통증 부위가 아닌 반대쪽에 침을 놓는 ‘거자(巨刺) 침법’이 통증 감소와 관절 기능 개선에 모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 특히 좌·우 맥의 강도 차이가 큰 환자일수록 치료 반응이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침구과 백용현·박연철·이동민 교수팀과 현동한의원 박신우·김윤아·김공빈 한의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편측 근골격계 통증 환자 109명의 진료 기록을 후향적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 연구는 전통 침구 치료법인 ‘거자 침법’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좌·우 맥의 강도 차이’가 중요한 임상지표가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이며,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Pain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맥 강도 차이가 치료 효과의 핵심
한의원에서 오른쪽 어깨가 아픈 환자에게 왼쪽 팔이나 다리에 침을 놓는 경우가 있다. 이는 ‘황제내경(黃帝內經)’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기록된 거자(巨刺) 침법으로, 통증의 반대편 경락을 자극해 신체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기법이다. 국내 임상에서도 원위 취혈(통증 부위에서 떨어진 혈자리에 침을 놓는 방식)과 함께 거자 침법은 다수 한의사가 활용하는 치료법이지만, 환자별 치료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한의학적 진단 요소인 ‘맥 강도 차이’에 주목했다. 이는 양쪽 손목의 맥을 짚어 왼쪽과 오른쪽 맥의 힘이 얼마나 다른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신체의 불균형 또는 증상의 편향을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돼 왔다. 연구팀은 이 전통적 진단 개념이 실제 임상 효과와도 연관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거자 침법 치료 후 환자들의 통증과 기능 변화를 맥 강도 차이 유무에 따라 비교했다.
거자 침법, 통증·기능 모두에서 효과 뚜렷
분석 결과, 맥 강도 차이가 뚜렷한 환자군은 차이가 없는 환자군보다 통증 감소 폭이 거의 2배 가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상지(어깨·팔) 통증 환자의 경우 맥 강도 차이가 있는 환자군은 통증이 평균 54.7% 감소, 차이가 없는 환자군의 31.3% 감소보다 훨씬 큰 개선을 보였다. 하지(무릎·다리) 통증 환자에서도 역시 맥 강도 차이가 있는 환자군은 56.3%, 차이가 없는 환자군은 29.5%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자 침법의 효과는 관절 가동범위(ROM)에서도 큰 차이가 확인됐는데, 관절 움직임 제한이 있었던 22명 중 맥 강도 차이가 있는 군 87.5%에서 관절 가동범위가 개선된 반면 차이가 없는 군에서는 16.7%만 기능이 호전됐다. 이는 거자 침법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맥 강도 차이라는 전통 진단 요소가 실제 치료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전통 한의학 진단 개념의 현대적 검증
박연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에 기록된 거자 침법의 임상적 의의를 환자 데이터를 통해 검토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로, 맥 강도 차이가 거자 침법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백용현 교수는 “맥 강도 차이는 한의학에서 오랜 기간 환자의 신체 불균형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진단 요소였다”면서 “거자 침법은 시술 위험이 낮고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 치료와 병행하기 좋기 때문에, 환자별 맞춤 통증 치료 전략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학병원 연구팀과 한의원 임상 현장이 협력해 전통 진단 개념을 현대 임상에서 검증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의의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후향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맥 강도 차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 전향적 관찰연구, 나아가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로 연구를 고도화해, 근골격계 통증 환자를 위한 세분화된 맞춤형 치료 전략의 임상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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