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방역당국은 '아프면 집에서 쉬라'고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한 아픈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 유일한 나라인 우리나라에서는 꿈 같은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정부가 아파도 생계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상병수당'을 도입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21세기 한국판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인상, 긴급복지 확대 등을 통해 안전망의 빈틈을 메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 14일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고용‧사회안전망 중 '함께 잘 사는 포용적 사회안전망 강화'의 주요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한국판 뉴딜 포용 사회 안전망 주요 내용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준 중위소득 산정기준 개편 △상병수당 도입 추진 △긴급복지 확대 △기초·장애인 연금 확대다.
먼저 제도 시행(’00년) 이후 20년간 유지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해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시 부양의무자 유무와 관계없이 생계급여 신청자의 소득인정액만을 기준으로 수급자를 선정한다.
다만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지속한다.
연도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22년) 계획 및 세부 시행 방안 등은 오는 7월 말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1~’23)'에 반영, 발표될 예정이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통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약 18만 가구가 새로 지원받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 중위소득 산정기준은 산출 기반이 되는 통계 자료원을 기존 가계동향조사(농어가 포함)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한다.
다만 통계원 변경에 따른 기준 중위소득 상승분의 단계적 반영 방식에 대해서는 국가 재정 및 국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다음에 열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기준 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 간 격차 해소방식 등 산정방식에 대한 추가적인 개편 방안은 오는 7월 말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21~’23)'에 반영, 발표될 계획이다.
'상병수당'과 관련해서는 내년에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2022년부터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지급방식·지원조건·관련제도 연계 등 구체적인 제도 도입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상병수당은 OECD 가입국 대부분이 도입했고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도 제도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업무 외 상병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치료비 지원을 통해 의료보장성을 강화하며 치료받는 동안 소득상실을 보전함으로써 공적 건강보장체계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7월부터 각계 의견 수렴, 제도 설계, 법령 마련 등을 위해 관계 기관 및 전문가 등으로 실무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8월부터는 연구용역 수행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2022년부터 대상 질병, 개인적 특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 검증을 위해 복수모형으로 저소득층 등 대상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이와함께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적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긴급복지 제도 개선을 실시하고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따른 긴급복지 지원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초연금 월 최대 30만 원 지원 대상자를 내년 1월부터는 소득하위 70%(전체 수급자)로 확대하고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 30만원 지원 대상자를 내년 1월부터 소득하위 70%(전체 수급자)로 확대한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디지털‧그린 뉴딜을 통해 혁신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고용‧사회안전망을 통해 포용성을 넓힐 것이며, 한국판 뉴딜을 통한 성장의 과실을 어느 계층도 소외되지 않고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 지난달 24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FOCUS' 제388호에 '한국의 상병수당 부재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을 게재한 김기태 포용복지연구단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 상병수당은 두 가지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하나는 노동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가 질병을 참고 일터로 나왔을 때 생기는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에는 유급병가가 없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온 결과, 바이러스가 확산돼 700만 명이 감염된 반면 독일에서는 노동자들이 유급병가를 써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 재원을 통해 상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미국 4개국이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 나라는 직간접적으로 노동자의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의 공적 상병수당제도는 없으나, 업무 외 상병으로 인한 무급휴직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국가가 직접 유급병가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기업이 노동자에게 유급병가를 주도록 국가가 강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노동자를 위한 유급병가가 기업 복지 차원에서 마련돼 있다.
국가는 기업 단위 유급병가의 최소 수준을 정하는 '유급병가법'을 통해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
노동자의 병가 기간 동안 소득을 보장해 주는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다.
상병수당 도입에 따른 소요 재정을 계산한 과거 연구들을 보면 연간 비용을 최소 4520억 원에서 최대 1조 5387억 원까지로 추정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2018년 기준 건강보험 총지출액이 약 66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추정액을 기준으로 해도 건강보험 총지출액의 2.3%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상병수당 도입에 따라 그동안 ‘아파도 일해야 했던’ 노동인구 다수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도의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제도가 안착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상병수당 도입의 첫 단계는 노동자의 쉴 권리에 대한 법적인 보장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근로기준법이나 표준취업규칙에서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최소 수준에서 노동자의 병가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정비만 된다면 그 이후 제도 설계는 수월할 수 있다고 말한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상병수당은 건강보험법 제50조에 명시돼 있으므로 법적 근거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편의성이 있다”며 “다만, 상병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이 신설돼서 별도의 보험료가 부과되는 형식으로 갈지, 건강보험료를 인상해서 그 안에서 상병수당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갈지에 대해서는 검토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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