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설립 시 경제성 평가, 가치평가로 바꿔야”

기사입력 2020.06.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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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전의료원 등 지방의료원의 필요성 토론회
    "소방서나 경찰서 짓는데 수익성 조사? 미래의 공익적 가치 감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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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방의료원을 활용한 인프라 확충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지방의료원 설립을 위한 경제성 평가인 예비타당성 조사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신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전의료원 등 지방의료원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은 “보건복지부의 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5.7%로 OECD 국가 평균 비중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민간의료기관마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의료환경의 지역 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며 “의료비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초점을 맞춘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두고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은 필수적이며 핵심이 바로 지방의료원”이라고 전했다.

     

    현재 감염병 전담 공공병원 총 57개소 중 지방의료원은 35개소로 61%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전 지역에는 지방의료원이 설치되지 않아 대전시민들을 치료할 병동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원용철 전국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상임대표는 “아무리 훌륭한 공공보건의료정책이라도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손발과 같은 공공의료기관이 충분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대전은 광주, 울산과 함께 지방의료원이 없는 광역시중 하나로 대전의료원 설립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28년 전부터 추진해 온 대전의료원은 공공보건의료영역을 경제성이란 잣대로 평가하는 의료산업주의에 막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검토 중에 있는 대전의료원이 KDI 중간 발표에서 비용 대비 편입값이 0.3으로 조사돼 경제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 것이다. 그는 “공공보건의료는 경제논리를 대입해서는 안되는데 KDI가 여전히 경제논리에 입각해 공공보건의료의 사회적 편익을 아주 싼값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백근 경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방의료원의 양적 확대와 관련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역의료 강화대책의 9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신축 계획 진행이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경제성 논리에 입각한 예비타장성 조사가를 비수도권 지역에 가점 항목을 넣는 등 사회적 가치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주제발표에서 2015년 한 해 동안 메르스로 인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하거나 환자의 사망에 따른 소득손실 등을 포함한 질병비용이 329억원이라고 밝혔다.

     

    메르스 치료 및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폐쇄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 및 약국, 상점에 지급된 손실보상금은 1781억원, 긴급생계비 지급 내역은 142억원, 유족에게 지급한 장례비용이 4억 5천만원, 전산업 생산유발 감소액이 6조2220억원, 부가가치 유발 감소액이 4조 3972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연구위원은 “메르스의 경우 진행기간이 비교적 짧아 수요에만 타격을 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3개월 정도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수요와 공급 측면의 충격을 동반했다”며 “내수 경제, 수입과 수출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코로나의 사회경제적 폐해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구축해 2015년에 전국 18개 병원 575병상이 운영되고 있지만 메르스, 코로나를 거치며 음압격리병상 확보가 어려워 환자의 신속한 치료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사회적 투자가 이뤄진다면 감염에 특화된 입원치료시설을 갖출 수 있어 국민건강 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수익성과 경제성을 조사하는 현재의 예비타당성 조사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방서나 경찰서를 지으면서 경제성 평가는 안하는데 현재의 공공의료기관 설립 접근 방식은 영리기관식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처럼 공공의료기관이 70-80%정도면 더 지어도 되나 고민하겠지만 한국은 자본 조달능력을 보고 하다보니 필수의료가 뒤처지게 된 것”이라며 “공공이 가진 첫째 기능은 감염이나 재난 대비이고, 일상 시기에 적정 진료의 표본과 스탠다드를 제시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일산 건보공단 병원의 경우 800병상 정도인데, 이 덕분에 고양시가 타 지역에 비해 일반적 평균 진료비가 조금 낮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라는 것..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인프라 갖췄으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대전의료원의 경우 적정 진료 표준 마련할 수 있는게 충남대병원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면 정부는 공공의료기관이 노숙인, 취약계층, 독거노인 , 장애인들을 치료하는 곳처럼 포장하며 이미 민간 등에 시설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기재부가 공공기관을 채산성과 수익성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애물단지 취급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메르스 사태의 손익 계산을 살펴봤는데, 공공의료기관 설립 시 간접적으로 얻을 경제이익이 크다"며 "과잉진료나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가 예방되고, 서울가는 교통비, 숙박비 등의 기타비용들도 해결된다. 이를 감안한 가치평가로 평가 지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정훈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공익을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하자는 입장에 공감한다"며 "관련 법안이 의원 발의로 올라가 있는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법 개정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재정당국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함께 진행했으면 좋겠다"며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모든 지자체의 미래의 잠재적 이슈이기 때문에 시도에서 협의체를 통해 지자체의 의견을 모아 재정 당국에 전달하는 전략적 방법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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