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건국장, 한국 의료비의 20%는 불필요한 수술·입원

기사입력 2017.06.23 16:03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건강보장 4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서 밝혀
    국제암연구소, 갑상선암 진단 받은 한국 여성의 90%는 과잉진단 결과
    앤디 카 옥스퍼드대 교수, 위약효과나 다름없는 상당 수 수술 남발 지적
    환자의 건강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자세 필요

    [caption id="" align="alignleft" width="300"]Surgical equipment used during the operation [사진=게티이미지][/caption][한의신문=김대영 기자] 프란체스카 콜롬보 OECD 보건국장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의료비의 20%가 불필요한 수술이나, 입원 등 비효율적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건강보장 4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에서 ‘OECD에서 본 한국 건강보험제도의 미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프란체스카 콜롬보 OECD 보건국장이 이같이 밝혔다.

    콜롬보 국장에 따르면 한국 환자의 입원 기간은 OECD 평균인 8.1일보다 2배 이상인 16.5일에 달하고 당뇨 환자의 입원도 인구 10만 명당 310.7명으로 OECD 평균(149.8명)의 두 배 이상이다.
    이에 그는 이런 낭비를 줄여야 의료 접근성과 보장성을 높이는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보건의료 재정도 다양화하고 예방과 자기 관리도 장려하는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불필요한 수술과 과잉진료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 척추수술이 남발돼 불필요한 의료비가 낭비된다는 당시 새누리당 고경화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지적에 대해 모병원이 30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고경화 의원이 제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역별 척추질환 입원환자 가운데 수술환자의 비율은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술환자 비율이 2004년에 196.7%, 2005년에 207.3%의 증가율을 보였다.
    고경화 의원은 척추수술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가 질환이 아닌 수술 건수 자체로 인한 증가임을 강도 높게 꼬집으며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척추수술을 줄이기 위해 미국처럼 ‘사전심사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한국에서 자궁근종으로 인한 자궁적출 수술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10만명당 적출술 건수가 430.7명으로 OECD 평균보다 무려 3.72배나 높고 의료선진국인 영국보다 무려 15.3배나 높은 수치다.
    자궁근종 환자중 실제로 자궁적출술이 필요한 경우는 3%에 이를 정도로 적지만 불필요한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술1

    2003년 우리나라 암 유병률 10위였던 갑상선암은 불과 8년만인 2011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이 돼 버렸다.
    2011년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는 약 4만명으로 이는 인구 10만명 당 81명꼴이다.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며 지난 30년간 발생률이 3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국내 갑상선암 문제는 2012년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된 이후 세계유수 학술지에도 보고되고 있다.
    2014년 세계적인 의학학술지 란셋(Lancet)에 실린 논문에서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갑상선암은 매년 약 25%씩 증가했지만 갑상선암에 의한 사망률은 지난 30년 간 변함이 없었다며 전형적인 과잉진단에 의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되는 초음파에 의한 무증상 성인의 갑상선 검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해 11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논문에서는 단기간에 급증한 한국의 갑상선암을 과잉진단에 의한 ‘전염병’에 비유했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과잉치료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으며 약 3분의2가 갑상선 전절제술을, 3분의1이 부분절제술을 받았다는 것.
    심지어 종양의 크기가 0.5cm가 되지 않은 환자들에서도 4분의1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제암연구소(IARC)도 2003~2007년 사이 한국 여성들 가운데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무려 90%가 과잉진단에서 비롯됐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같은 과잉진단에 의한 과잉치료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보건의료정책동향(2015년 9월호)에 따르면 요양기관 청구자료로 갑상선 수술의 위해를 확인한 결과 양성결절로 진단 후 갑상선 수술을 받은 환자 중 3.8%는 부갑상선기능저하증(2.7%) 또는 성대마비(1.1%)를 앓았다.
    갑상선암 진단 후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는 합병증 발생이 12.2%(부갑상선기능저하증 10.6%, 성대마비 2.3%, 중복 있음)로 더 높았다. 이는 수술을 받지 않은 경우에 비해 위험비가 11배나 높은 것이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발생시켰다.
    갑상선 초음파 검진 비용은 2011년 기준 연간 평균 1321억원(최소 1210억원~최대 4534억원)을 지출했다.
    갑상선 양성결절 및 암으로 인한 건강보험 의료비용(입원비/외래비/응급실이용비/약제비 등, 미세침흡인세포검사/조직검사/혈액검사/수술/방사선치료/항암제치료 포함)을 추정한 결과에서는 2008년 기준 2년간 갑상선 양성결절로 인해 총 약 2000억원, 갑상선암으로 인해 약 664억원이 지불됐다.
    청구자료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 치료에 드는 건강보험 의료비 보험자 부담금은 2009년 이후 4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해 2013년 기준 2211억원에 달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영준 교수는 “초음파 같은 첨단 검사장비를 동원해 미세한 암까지 적극적으로 찾아냈기 때문이란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암 가운데는 진행이 매우 느리거나 거의 진행되지 않는 종류가 있어 그대로 둬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데 이들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찾아내려 노력하는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며 암 조기진단이 어느 경우나 적용되는 절대선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옥스퍼드대학 병원 정형외과 의사 앤디 카 교수도 상당 수의 수술이 ‘위약효과’나 다름 없지만 이러한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불필요한 수술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그에 의하면 ‘대기(待機)수술'(elective surgery) 중 상당수가 사실상 효과가 없다.
    그동안 골관절염, 척추골절 환자 뼈시멘트 주입, 비만환자 소화기에 풍선 주입, 자궁내막증 등의 여러 수술 중 일부 유형은 환자가 얻는 혜택이 ‘가짜수술’과 별 차이가 없다는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들이 이미 나와 있다는 것.

    따라서 그는 “여러 분야 다양한 수술에 대해서도 연구를 통해 환자가 느끼는 치료효과가 위약효과 때문인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수술을 무신경하게 계속하는 관행을 개선시킴으로써 수백만 명이 불필요한 수술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앤디 카 교수는 불필요한 수술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적지 않은 외과 의사들은 자신들이 평생 배우고 수련하고 쌓은 숙련과 경험에 대한 모욕이라고 오해해 이를 받아들이기를 저항하고 있으며 여기엔 커다란 기득권이 게재돼 있다고 비판했다.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이는 이유다.

    뉴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