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가 소설가가 된 이유

기사입력 2017.02.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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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저명한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아버지를 반면교사 삼아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인명사전’ 편집으로 유명한 레슬리 스티븐이었다.

    시대를 뛰어넘는 문학가를 꿈꿨던 레슬리 교수는 케임브리지에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책에만 매달리고 시험만 생각하라고 충고했지만, 그의 딸은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등장인물에 완벽히 감정이입하려고 했고, 여행을 다니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뛰어난 문학가로서 레슬리 스티븐을 기억하기보다 그의 딸 버지니아 울프를 떠올리게 된 배경이다. 한 분야의 최고가 되려면 이론을 아는 것만큼이나 실질적 노력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지난 4일 바비엥2교육센터에서 열린 ‘2017 한의학교육 심포지엄’도 이런 맥락에서 개최됐다. 역량중심 한의학교육을 이해하고, 한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이해하는 자리였다.

    ◇평가·인증 핵심 요건은 ‘임상 교육’

    오헌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량 중심의 교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역량은 특정 상황이나 직무에서 준거에 따라 우수한 수행을 거두는 개인의 내적 특성을 말합니다. 19세기 후반부터 교육·심리학은 지식과 수행 능력의 불일치에 주목하게 되는데요.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보는 거죠. 경영학자가 비즈니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정치학자가 훌륭한 정치인이 되지 못하는 이치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우등생이 성공적인 직장인이 되지는 못 합니다.”

    오 교수가 소개한 밀러의 피라미드 모형은 의학 영역에서 역량 중심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웅변했다.

    “밀러에 따르면 의료 분야의 전문성은 오직 ‘수행(Performance)’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습니다. 모형을 보면 초보자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인식의 영역을 넘어 행동의 변화를 보여야 하죠. 여기에는 ‘실천에 따른 수행(Per­for­­mance Intergrated Into Pra­ctice)’, ‘임상술기지침(OSCE) 등을 통한 학습 능력의 입증(Demonstration of Learning)’ 등이 포함됩니다.”

    의학 교육에서의 역량 중심 교육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질적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의사가 사람의 생로병사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임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결코 낮지 않다.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 평가·인증의 핵심 요건으로 임상 교육을 꼽는 이유다.

    올해 한의사 국가시험에 수석 합격한 2명의 학생에게 공통점이 있었다. 실제로 환자를 만나면 어떻게 대응할 지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공부했다는 점이다. “A질환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역으로 이런 증상을 가진 환자는 A질환일 가능성이 높겠다고 생각하며 공부했어요(대구한의대 임설혜씨).”,”공부할 때 직접 제 몸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해부학을 공부할 때는 체표에 드러나는 뼈, 근육, 힘줄 등을 촉진(觸診)했어요(세명대 정세진씨)”.

    이젠 학교가 머릿속으로 그린 임상 현장을 눈 앞에 보여줘야 할 때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의 한의학교실, 원광대학교의 임상술기센터가 대표적이다. 한의계의 버지니아 울프가 속속 나오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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