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축시] 이제 꽃으로 일어서라

기사입력 2017.01.02 14:17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e1%84%89%e1%85%b5%e1%86%ab%e1%84%82%e1%85%a7%e1%86%ab%e1%84%8e%e1%85%ae%e1%86%a8%e1%84%89%e1%85%b5

    이상용


    다시 한번 잘 해보라고
    이른 아침부터 붉은 햇살로 등 떠미시는 당신

    그림자도 없고
    얼굴조차도 없는 당신

    당신께서 문득 내 얼굴을 알아볼 때까지
    정녕 외로이 흔들려야만 하는 세월입니까.

    바람이듯
    오, 이름조차도 없으신
    우리네 모든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이여,

    오늘만큼은
    내 이름 석 자마저 지워버리고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내 서툰 사랑의 고백에도
    늘 헛헛한 바람으로 깨우치시던 당신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죽도록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함없는 긍휼로 나를 비워내는 일이며
    그 빈자리에
    사랑과 생명과 존재감으로 채워가는
    때때로 찬물을 끼얹듯 정신이 번쩍 드는
    정녕 당신께서 나의 생명이 되는 일입니다.

    당신께 가까이 다가설수록
    저만치 물러서시는 당신
    당신께 이르기까지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할까요.

    끝 모를 혼돈의 세월은 아직도 정처 없는데
    아는 만큼 살아내지 못하는
    늘 당신께 얼굴을 들 수 없는 염치뿐인데
    당신께서는 또 한 해를 허락하시며 괜찮다 하십니다.

    세월 가면
    조금씩 알 것도 같은 세상일
    척 보면 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
    가녀린 촛불의 광채가
    어둠의 속살을 드러낼 때까지
    또 한 해를 기다려보겠습니다.

    언제나 지나온 길들은 이렇듯 모두 아득하고
    가야 할 길들은 밝게 빛나는 법인가 봅니다.

    살아온 날들의 상처가
    살아갈 날들의 염려보다도
    먼저 아무는 시간
    고단한 영혼들의 안식은 아직도 멀었는지요.

    거친 세월의 문턱에서
    슬픔에 지쳐 쓰러진 자들
    온갖 손가락질에 상처투성이뿐인 자들
    저린 무릎을 일으켜 세워주시고
    단단한 숨결로 다시 일어서게 하소서.

    아플수록 진하게 꽃이 핍니다.


    약력
    1985년 1월 심상 신인문학상에 절름발이 외 5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작품집으로 거듭나기, 어디인들 당신 앞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마음대로 산다, 너를 보면 살고 싶어진다. 성경과 한방이야기, 의원아 네 병을 고쳐라, 내 몸을 살리는 55가지 건강습관 등이 있다. 현재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뉴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