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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건강보험 약품비, 27조6625억원…전체 진료비의 23.8%[한의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이하 건보공단)은 ’24년 급여의약품 지출현황은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 약품비는 27조6625억원으로 전년도 26조1966억원과 비교해 약 1조5000억원(5.6%)이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또한 ’24년 전체 진료비 증가율은 4.9%로 전년대비 소폭 증가한 가운데 진료비 116조2375억원 대비 약품비는 전년도(23.6%) 대비 0.2%p 증가한 23.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 OECD 보건통계(’25.8.)에 따르면 ’23년 기준 우리나라 경상의료비 중 의약품 지출 비율은 19.4%로 나타나, OECD 평균인 14.4%보다 5.0%p 높았다. 이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 약가 참조 해외 주요국(A8) 중 일본(17.6%)·독일(13.7%)·영국(9.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약품비 지출 세부 효능군 및 성분군 현황을 세부적으로 보면 △항악성종양제(3조1432억원, 11.4%) △동맥경화용제(3조1028억원, 11.2%) △혈압강하제(2조529억원, 7.4%) △소화성궤양용제(1조4549억원, 5.3%) △당뇨병용제(1조4115억원, 5.1%) 등 지출 상위 5개 효능군의 약품비가 11.2조원에 달해, 전체 약품비의 40.4%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출 상위 5개 성분군의 약품비는 2.6조원으로 전체 약품비의 9.4% 점유하고 있으며, △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7046억원) △콜린알포세레이트(5576억원) △아토르바스타틴(5543억원) △클로피도그렐(4418억원) △로수바스타틴(3369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와 함께 급여의약품을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제로 구분해 본 결과, 오리지널 의약품 지출액은 15조3434억원으로 55.6%를, 제네릭은 12조2591억원으로 4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매년 제네릭 청구액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부는 혁신신약, 필수의약품 적정 보상으로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혁신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지원하며, 약가 관리체계 합리화를 통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확립하고자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제도 실행방안을 구체화하고, 국민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과제 이행을 적극 지원해 환자 약품비 부담 완화와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통합의료 해법은 병원 임상 현장에”…대만서 본 중의·양의 협진 모델[한의신문] 상지대 한의대는 최근 대만 화련 자제대학병원(Taipei Tzu Chi Hospital)에서 글로벌 인턴십을 진행, 학생들이 통합의학 환경 속에서 전통의학의 임상과 교육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자제대학병원은 자제공덕회 산하의 대표적 통합의학 병원으로,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을 아우르는 진료·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진료 참관, TCM Gynecology 강의, 전통 침술 교육, 입원환자 증례 토의 등에 참여하며 실제 임상 과정을 폭넓게 경험했다. ■ 이론→임상으로…현장서 확인한 한의학의 실제-송우혁 학생(본과 2학년) 이번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외래 진료와 병동, 의료 시스템 전반을 보며 대만 중의학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과거 양방 처방 이력을 확인한 뒤 중의학 처방을 결정하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환자의 전체 치료 이력을 고려하는 통합적 진료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침 치료 시 사용한 침의 개수까지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이러한 기록은 진료의 객관성과 재현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었다. 환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진료 태도 역시 인상 깊었다. 외래 진료 특성상 시간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최대한 경청하고 치료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증상을 빠르게 파악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치료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론적인 측면에서는 대만 중의학이 한국 한의학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해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장부 이론이나 변증 체계, 치료 원칙 등 기본적인 틀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진료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기존 지식을 복습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러한 공통점 덕분에 대만 중의학이 낯설게 느껴지기보다는 같은 뿌리를 가진 의학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경외기혈에 대한 관점에서는 한국과 차이가 있어 특히 인상 깊었다. 동일한 혈자리를 사용하더라도 해석하거나 활용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으며, 이러한 차이는 각 나라의 임상 전통과 경험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한의학이 단일한 정답을 가진 학문이 아니라, 임상 경험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해 온 의학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앞으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데 있어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장기 입원 병동의 운영 방식은 한국의 한방병원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았다. 장기 입원 환자들을 중심으로 생활 관리와 재활, 지속적인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병동의 분위기 역시 크게 낯설지 않았다. 이번 참관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병원이 불교 관련 재단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한약 처방 시 동물성 약재가 포함된 경우 이를 배제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평소 약재를 공부할 때는 주로 효능과 이론에만 집중해 왔는데, 종교적 가치관과 윤리적 기준이 실제 임상 처방에까지 반영된다는 점은 한의학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느껴졌다. 이는 한의학이 단순한 치료 기술을 넘어 철학과 가치관을 함께 담고 있는 의학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의학이 단순한 이론에 머무르는 학문이 아니라, 실제 의료 환경과 제도,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구현되는 학문이라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 한의학과 대만 중의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앞으로 한의사로서 임상을 바라볼 때 보다 넓은 시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경험은 향후 임상 실습과 진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 현장에서 현대 한의학 임상 모델을 마주하다-이동규 학생(본과 1학년) 이번 실습은 한의학의 현대적 임상 모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2주 동안 다양한 분과의 외래와 병동 회진을 참관하며 대만 중의학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접할 수 있었다. 대만 의료 현장에서 중의학은 일상 질환 치료에서도 높은 활용도를 보였으며, 한약 제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접근성이 높았다. 특히 대형 병원 내에서 서양의학과 협진이 이루어지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학업적인 측면에서도 자극을 받았다. 현지 중의대생들과 함께 자침 원리와 진단 근거를 토론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대만의 혈자리 명칭과 위치가 동일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자를 통해 임상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의미 있었다. 또한 침 치료에 공포를 느끼는 환자들에게 레이저 침과 같은 현대적 기기를 활용하는 모습은 전통의 현대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가왔다. 이번 경험은 예비 한의사로서 나의 학습 방향에 대한 확신을 더욱 공고히 해주었다. 특히 한국과 대만, 중국 등 동양의학을 공유하는 국가 간 지속적인 교류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각국의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술기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기존의 한자 실력을 바탕으로 중국어 학습을 더욱 심화하고, 영어 능력 또한 강화하여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 학계에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자 한다. 나아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다시 중의학을 배우는 대만의 교육 제도를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는 학제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구조로 이해되었으며, 필자 역시 한의학을 폐쇄적인 학문으로 한정하지 않고 현대 과학의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겠다고 느꼈다.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고 체계적인 근거를 구축하는 ‘한의학의 현대화’는 더 많은 환자에게 신뢰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실습은 한의학이 단순한 전통 의학을 넘어 현대 의료 체계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경험이었다. 앞으로 동양의학 국가 간 교류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학습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한의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6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2009년 7월29일 바베이도스 브리지타운에서 열린 제9차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허준의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것을 유네스코에 권고했고, 유네스코 사무국(사무총장 마쯔우라)은 국제자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최종 승인했다. 당시 국가유산청에서는 “이번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유네스코가 동의보감이 가지는 역사적 진정성, 세계사적 중요성, 독창성, 기록정보의 중요성, 관련 인물의 업적 및 문화적 영향력 등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수년 전 김인범 학형이 연구실에 찾아와서 당시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이 국제자문위원회에 한국 참가단과 함께 참석했을 때 OPENING CEREMONY 프로그램과 자신이 직접 작성한 ‘취재수첩’을 필자에게 선물해주었다. 대학동기 김인범 학형은 이 시기에 대한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대한한의사협회장은 김현수)으로 활동했다. 아래에 그의 취재수첩과 이 무렵 김인범 부회장이 한의신문에 2회에 걸쳐 투고한 원고를 바탕으로 날짜순으로 정리해본다. ◦ 2009년 7월20일 출국 전 최종 전략 수립: 서울 모처에서 김인범 부회장을 포함한 등재를 위한 참가단이 마지막 전략 회의를 가졌다. 유네스코 회의의 엄격한 규칙과 제한적인 홍보 여건을 전달받으며, 김인범 부회장은 등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국제기구 회의의 생소함과 막막함을 체감했다. 하지만 한의학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현지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 7월 27〜28일 바베이도스로의 긴 여정: 27일 오후, 김인범 부회장은 인천공항에서 참가단과 합류해 32시간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했다. 뉴욕을 거쳐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바베이도스에 도착한 것은 28일 오후였다. 숙소 체크인 직후, 휴식도 없이 곧장 회의장인 아크라 비치 호텔로 향해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며 일대일 접촉 등 마지막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 7월 29일 국제자문위원회(IAC) 개회와 행운: 회의 첫날, 김인범 부회장은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했으나, 의장의 배려로 위원석 빈자리에 앉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이를 기회로 위원들과 나란히 앉아 자연스럽게 『동의보감』의 가치를 설명하는 등 밀착 홍보를 펼쳤다. 오후 비공개회의가 시작되자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고, 마침내 등재소위의 ‘등재 추천’ 통과 소식을 접하며 환호했다. ◦ 7월 30일 인내의 시간과 최종 승인: 사무총장의 최종 결재를 기다리는 동안 회의장엔 엄격한 보안과 정적이 흐렀다. 김인범 부회장은 언론 보도 통제 등 유네스코의 경고 속에 침묵을 지키며 노심초사했다. 마침내 낮 12시 40분경, 휴가 중이던 사무총장의 서명이 완료되었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그는 한국의 각 기관과 언론사에 이 기쁜 소식을 타전하며 긴급 인터뷰와 기사 작성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 7월 31일 등재의 감격과 여정의 마무리: 성공적인 등재 후, 김인범 부회장은 현지 방송 인터뷰를 통해 등재 소식을 국내에 생생히 전했다.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치고 바베이도스 시내를 돌아보며, 맥도날드조차 없는 이 낯선 섬나라가 한국 한의학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성지가 되었음을 되새기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
천연물 의약품, 한약인가? 양약인가?강민정 약무/보험이사 (대한한의사협회) 천연물 의약품의 새로운 도약과 과제 지난해 12월17일 부산대 양산캠퍼스 첨단산학단지에 (재)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의 준공식이 개최됐다. 이 기관은 식약처 산하 전문 연구기관으로 천연물 유래 의약품의 R&D, 품질검사, 위해물질 모니터링 등을 통해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전문인력 양성, 제품화 지원 컨설팅 등 천연물 의약품1)의 산업 경쟁력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립됐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 준공식 다음날인 12월18일 제4차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을 열어 ’25년부터 ’29년까지 시행될 ‘제5차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계획’을 심의·확정하여 정책적으로 K-medi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천연물 의약품 개발 연구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적극 지원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지원 속에서 정작 한약재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의사들은 불합리한 규제에 묶여 있다. 현행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서의 ‘생약제제’ 정의가 모호하여, 한약재를 주원료로 한 (구)천연물신약을 한의사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법 하위고시에 불과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서 생약제제는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 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 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서양의학적 입장’, ‘한의학적 치료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된 바가 없다. 우리가 쓰고 있는 한방 보험제제들도 현대 기술을 이용하여 배합·가공되어 복용 편의성이 증대된 다양한 제형(연조엑스·정제 등)으로 개발·사용되고 있는 만큼, 같은 천연물을 원료로 하여 현대 과학 기술로 개발된 생약제제 혹은 (구)천연물신약 등도 한방원리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전통적인 뜸(직접구) 방식에서 전자식으로 개발된 뜸(간접기기구)도 한의학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여 그 시술이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물이 현대적 기술로 제형과 제조 방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한약제제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생약제제 역시 한약제제와 별개인 것처럼 정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중에 유통되는 생약제제 대부분은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한 처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 설립을 위한 약사법 법률개정안에서 연구원 명칭을 ‘생약안전연구원’으로 발의되었을 때 한의협에서는 해당 기관이 한약재 안전성을 관리하는 기관이므로 연구원 사업에 포함된 ‘생약’제제 정의의 불합리함과 현행 약사법 상의 정의 등을 근거로 ‘생약안전연구원’을 ‘한약안전연구원’으로 변경하고 사업 내용에서 생약제제에 대한 사항을 삭제 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앞선 생약제제의 정의에 근거하면 ‘생약’이라는 용어 사용이 한의사의 천연물 사용에 대한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천연물신약의 역사와 구성 천연물은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의약품의 형태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 등에서 임상적으로 사용해 온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으며 이에 관련된 체계적인 기록과 전통적인 이론이 잘 정립된 만큼 경험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어 있다. 천연물인 한약의 다중성분이 약효의 상승효과 및 생체 내 상호작용을 일으켜 치료 효과를 강화하고 독성은 줄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순수 천연물신약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에는 특정 양약 성분에 한약 처방을 혼합한 형태의 의약품이 있었다. 두드러기약인 ‘알레스탑에스정’과 진해거담제인 ‘자모(연조엑스)’가 그 대표적인 제품으로 성분 구성은 다음과 같다. 국내에서는 천연물 성분을 이용한 신약 개발과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2000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을 제정하고, 2002년 식약처 허가 규정이 신설되면서 본격적인 천연물신약 개발이 이뤄졌다. 이 시기에는 자료제출의약품 수준의 허가로 기존 한약 서적(본초강목, 동의보감 등)에 기재된 처방이거나, 오랫동안 사용되어 식용이나 약용으로서의 안전성이 입증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비임상 독성 시험 자료의 상당 부분이 면제되었고, 임상 1상 시험을 건너뛰고 바로 환자 대상의 2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완화된 승인 과정은 국내 제약사의 빠른 신약 출시를 도왔다. 이 시기에 국내 승인 천연물신약의 종류는 아래 표와 같다. 표를 보면 대부분 한약재 혹은 한의처방을 이용해 만든 신약들이다. 2008년 식약처 고시에서 천연물신약에 대한 범주가 확대되어 생약·한약제제의 자료제출의약품 중 일부가 천연물신약으로 규정되면서 한·양방의 갈등이 발생했다. 생약제제가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한 약이라면 이에 합당한 의약품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실제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는 한약제제로 사용될 때 기성한약서를 근거로 의약품 허가 규정을 면제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게 되다 보니 생약제제가 천연물신약으로 손쉽게 바뀔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스피린(버드나무껍질 속 살리신 성분), 탁솔(태평양 주목 나무껍질의 파클리탁셀 성분) 같은 천연물 유래 합성의약품 등이 천연물신약으로 생각되었던 것이, 한약 전체 추출물 등이 천연물신약이 되면서 한의서나 한의사 임상에 근거한 한약제제임에도 불구하고 생약제제나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한의사의 처방권은 제한되었다. 이후 국내의 천연물신약 허가 기준이 낮아 미국 FDA나 유럽 EMA의 엄격한 승인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웠고, 2015년 감사원 감사에서 “실제로는 자료제출의약품 수준인데 ‘신약’ 명칭을 부여하여 과도한 혜택을 주었다”는 지적을 받은 후, 2016년 식약처는 ‘천연물신약’이라는 별도 분류를 삭제하고, 천연물의약품의 품질 관리 수준을 높이며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전보다 엄격한 허가 요건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천연물 의약품 개발이 주춤하게 되었다. 레일라정 이후 10년 만인 2022년에 육계(계피)를 주성분으로 한 위염 치료제인 ‘지텍정’이 허가되며 천연물의약품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미 출시된 (구)천연물신약과 천연물의약품 등에 대한 한의사의 처방권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구)천연물신약의 국내 시장은 주요 블록버스터 제품들의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2025년에는 약 3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은 약 300조 원(약 23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5차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계획’을 통해 국내 천연물 신약이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신약으로 인정받도록 표준화된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부터 산업화까지 전주기 지원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나아가야 할 방향 천연물인 한약은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해 온 경험적인 검증을 통해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실제 한약-간독성 연구에서도 양약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에 존재한다. 물론 자연 유래 천연물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약의 일부 성분도 간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한약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한약 관련 사고의 대부분은 한의사의 처방과 지시 없이 민간에서 무분별하게 약초를 남용할 때 발생하는 것을 고려할 때, 한의사의 진단·처방·지시 하에 방제학적 원리에 따라 구성된 천연물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최근 개소된 ‘천연물안전관리연구원’과의 협력을 통해 한의사는 천연물 안전 관리 및 규제, R&D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여 신뢰성 있는 안전 관리 기반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천연물에 대한 깊은 이해는 단순한 성분 분석이 아닌, 생태적 기원과 인체 반응에 대한 통합적 통찰에서 나온다. 한의사는 이러한 통찰력과 더불어 한약을 치료를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경험과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다중 성분의 복합 작용을 규명하고 현대 과학 기술과 접목하여 표준화된 천연물신약 후보 물질 발굴 및 효능 검증에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천연물 전문가인 한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축적된 한의계의 임상 데이터가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도 있고, 신약의 적극적인 활용 및 사용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천연물의약품을 탄생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중의사들에 의해 다양한 한약제제들이 개발되고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중국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승인되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예로 NeuroAiD란 상품명의 한약제제인 단기편탄교낭(황기, 단삼, 천궁 적작약, 수질, 토별충, 전갈, 원지, 석창포, 인공우황 등 14개 한약재)은 다국가 임상연구를 통해 뇌졸중 후유증 개선효과를 보여 전 세계적으로 판매·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한약제제가 다수 개발되는 상황에서 정작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국내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구)천연물신약·천연물의약품은 전통 한의약 지식과 한의학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한약을 현대화시킨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한약 유래 천연물의약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현실에서, 한약 전문가인 한의사가 천연물 의약품 개발에 참여하고 실제 임상에서 반드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초음파, 뇌파계, X선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 등의 현대 진단기기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정비를 통해 ‘(구)천연물신약’과 ‘한약제제’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허물고, 직능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천연물의 새로운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 나아가 의학-한의학-제약업계의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K-메디를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키우기 위한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 역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1) 천연물을 원료로 제조된 의약품을 말한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7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진료실에 가장 많이 내원하는 연령대가 3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까지인 것 같다. 젊다는 이유로 야근과 출장을 도맡으며 24시간 일꾼 모드로 살다보니 조직의 중추이자 허리 역할로 엄지척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상담을 시작하면 다들 이고지고 다녔던 통증 한다발씩의 역사를 고백하곤 한다. 자주 얼굴을 보면서 친분이 생긴 30대 중반의 성격 좋고 귀여운 직원 한 분이 “연애는 여자가 마음 먹어야 시작되고, 결혼은 남자가 마음 먹어야 시작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시냐고 묻는다. “캬! 듣고보니 명언이네! 여자가 마음만 먹으면 연애가 바로 시작된다? 그게 가능하면 좋은 일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게 또 좋은 게 아닌게요. 일단 연애가 개시는 되는데 대부분이 어정쩡한 상태에서 금방 끝나기를 무한 반복 중이랍니다. 남자로 하여금 결혼 결심을 할 마음까지 만들어주는 것도 결국은 여자 몫인 것 같아서 갑자기 손해보는 마음이 확 들어요. 이러다가 마흔 넘길 것 같아요!” “정신차려보니 결혼식장에 드레스 입고 서 있는 것이 결혼이라는 말이 있소. 아직 젊으니까 최 선생도 곧 그 날이 올 겁니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75점 정도의 남자가 나타나면 결혼하는 마음까지 들도록 한 번 밀어붙여봐요!” 배우자의 기준과 조건에 점수를 매기는 결정사 욕을 끊임없이 해온 나였으면서 75점을 거론하다니... 인생 선배랍시고 하나마나한 조언을 하고 나니 괜히 멋쩍어진다. 세상일에 마음이 가닿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만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그것도 일단은 평생을 함께할 것이라는 가정과 상상을 기반으로 사람 하나를 내 편으로 만든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임은 분명하다. 마음 먹기란 자유의지의 다른 표현일까? 마음은 감정, 사랑, 열정 등의 감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때는 ‘heart’, 존재의 본질이나 깊은 내면을 지칭할 때는 ‘soul’, 이성·사고·의식·판단 등을 포함한 정신적 기능을 강조할 때에는 ‘mind’이다. 인간의 마음을 의식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지만 의식은 주관적인 경험과 인식을 포함하는 마음의 한 부분일 뿐 마음은 의식적 요소에 무의식적 요소까지 포함된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렇다면 마음 먹기란 자유의지의 다른 표현일까? 『자유의지는 없다』의 저자 샘 해리스는 “마음은 생각을 만들어내지만, 그 생각을 선택할 자유의지는 인간에게 없다”라고 했다. 우리의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과 욕망은 우리가 선택해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믿는 자유의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자유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우리는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분노보다는 연민과 책임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년 전 한 입원환자가 퇴원하면서 정성스런 장문의 편지와 함께 건네준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을 펼치면 거칠었던 장맛비가 병실 창문을 때리는 소리와 4인실 병실 특유의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유독 기억에 남는 환자였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미숙한 임상의였던 나는 ‘실력이 부족하니 체력으로라도 그 간극을 메워보자’라는 심산으로 하루 두세번씩 회진을 다니며 특히 입원환자들에게 정성을 기울였었다. 비구니가 되려고 머리깎고 경상도 어느 절에 들어가서 생활하던 과정에서 알 수 없는 다발성 통증으로 고생하던 차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우리 병원으로 입원을 하러 오셨던 분, 다시 절로 돌아갈지 말지 내적 갈등까지 더해져서 유독 변덕이 심하셨던 분, 그 덕분에 꽤 길게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그녀가 호소하는 모든 증상에 대해서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던 그 분! 정성이었든 휴식의 효과였든 시간이 보약이었든 복합적인 효과의 총합으로 나을 것 같지 않았던 여러 증상들이 차츰 약해지기 시작했고 꽤 만족스럽게 호전되어 퇴원했던 그녀가 건넸던 이 책을 나는 늘 진료실 책장 한 켠에 제목이 잘 보이도록 꽂아두었고 가끔씩 손을 뻗어 어느 페이지든 펴서 읽곤 한다. 영원한 화두! 마음이란 무엇일까? 『마음이란 무엇인가』(달라이 라마, 존 카밧진 외, 씨앗을 뿌리는 사람, 2006년 6월) -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뇌의 활동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경험의 흐름이다. - 신경과학은 마음을 뇌의 기능으로 설명하지만 불교는 마음을 인식과 경험의 중심으로 바라본다. - 마음은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에 가깝다. -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는 사실 마음이 해석한 경험의 결과일 수 있다. -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자아도 마음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야기일 수 있다. - 마음을 관찰하는 능력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운다. - 명상은 마음을 비우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연습이다. - 마음이 집착을 내려놓을 때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 마음의 평온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 동양의 수행 전통과 현대 신경과학은 마음을 이해하려는 서로 다른 길이지만 같은 질문을 향한다. - 결국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근원을 이해하는 일이다. 『아픔은 치료했지만 흉터는 남았습니다』(김준혁, 계단, 2021년 2월) - 의학은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처까지 모두 치유하지는 못한다. -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치료는 완치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흉터를 남길 수 있다. - 의료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자의 마음을 듣는 능력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 병을 고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은 종종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 사회가 만든 차별과 낙인은 몸보다 마음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 의료는 과학이지만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완전한 치유가 될 수 없다. - 의학의 발전은 인간의 생명을 살렸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의 고통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한 순간들도 있었다. - 질병은 개인의 몸에서 시작되지만 그 고통은 가족과 사회의 마음 속으로까지 퍼져 나간다. - 의료가 진정으로 인간적이기 위해서는 몸의 치료와 함께 마음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 사회가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의 몸보다 마음에 더 깊은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 의학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 진정한 치유가 된다. - 결국 좋은 의료란 몸을 치료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의료이다.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권준수, 21세기북스, 2021년 12월) - 마음 정진은 게으르지 않게 항상 마음의 끈을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 인간의 마음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뇌의 작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나 우울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변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마음의 많은 부분이 생물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게 되었다. - 마음을 이해하려면 뇌 구조와 신경 전달물질의 역할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 정신질환은 마음의 약함이 아니라 뇌 회로의 기능 이상으로 이해해야 할 질병이다. - 마음의 회복력은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 덕분에 가능하다. - 환경, 경험, 인간관계는 뇌 구조와 마음의 형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 결국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뇌와 인간 경험을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다. 『원효의 마음 공부』(강기진, 유노북스, 2025년 12월) - 원효의 가르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진리가 결국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통찰이다. - 우리가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세상이 아니라 마음의 해석에서 생겨난다. - 마음이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세상은 훨씬 자유롭고 넓게 보인다. - 깨달음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다. -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는 생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 마음이 만들어낸 경계가 사라질 때 나와 타인의 구분도 조금씩 희미해진다. - 마음이 고요해지면 세상에 대한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 생겨난다. - 마음이 욕망에 끌려갈 때 괴로움이 커지고 마음을 알아차릴 때 자유가 시작된다. - 수행은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데서 이루어진다. - 마음을 밝히는 공부는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타인이라는 세계』(홍순범, 다산초당, 2026년 1월) - 인간은 혼자 존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존재이다. -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쉽게 판단하지만 그 행동 뒤에 있는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 인간관계의 갈등은 대부분 타인의 마음을 단순하게 해석하려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 마음은 혼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변화한다. -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형성된 맥락을 이해하는 일이다. -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며 살아간다. - 공감은 타인의 마음을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가까이 가려는 태도이다. - 마음은 사실보다 해석에 더 크게 영향을 받으며 관계의 방향을 결정한다. -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종종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고 있을 뿐이다. -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은 지능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 속에서 길러진다. -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순간 우리 자신의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지기 시작한다. - 인간은 타인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협력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 -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타인의 행동보다 그 행동의 이유를 먼저 묻는다. -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다른 마음의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지선’이라 불리우는 6월3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향한 일정이 각당 후보 확정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국회는 좀 조용해진다. 미움받을 용기와 정치하려는 마음을 동시에 가진 사람들만이 정치판에 들어올 수 있는 것 같다. 시대가 혹은 특정 세대가 적극적으로 호출했기에 선거에 나선 자들도 있지만 아무도 호출한 적 없고 본인의 능력도 부족함을 알지만 이건 운명이라며 돌발적으로 선거에 나서는 자들도 상당수다. 이 두 부류는 입장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맷집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정치하려는 마음, 선거에 나서는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 초심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나 초심을 돌아보겠다는 반성은 거리에 나뒹구는 ‘처음처럼’ 소주병처럼 흔하지만 첫 마음을 끝까지 지켜낸 자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하려는 마음’은 점차 ‘갑질하는 마음’으로 발전하고 간혹 ‘뇌물을 받고 싶은 마음’에까지 도달하여 실행이라도 하게 되면 한번에 훅 간다. 정치야말로 사람 그것도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의 마음을 한꺼번에 얻어야 하는 일이니 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가? 지하철 환승통로 간이매점에서까지 7천원짜리 두쫀쿠를 팔길래 이제 두쫀쿠도 끝물이구나 싶다. 이번에는 난데없이 봄동비빔밥이 그 다음 유행템이란다. 아무리 다이나믹 코리아라지만 전국민적 유행의 변신에는 특별한 기준도 맥락도 없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집앞 장터에 밤고구마를 사러 들렀더니 요즘 봄동 유행인거 모르냐며 야채코너 사장님이 내 허락도 맡지 않고 봄동이 담긴 봉다리 하나를 고구마 위에 강제로 올려놓으신다. ‘유행이라고 하니 그래도 한번은 먹어줘야겠지? 두쫀쿠에 비하면 이 얼마나 저렴하고 건강한 유행인가?’ 싶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계산하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귀가했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도 또한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이 마음은 또 어디서 온 것인가? 『맘고쳐 한의원』(즐하, 봄마중, 2025년 5월)이라는 동화책에 “에구구, 얼굴을 보니, 고민이 가득하네! 자 털어놔 봐. 여기는 어떤 마음이라도 고쳐 주는 맘고쳐 한의원이라고!”라는 문장이 있다. 낮에는 사람들을 고치는 ‘다고쳐 한의원’이었다가 밤에는 물건들을 고치는 ‘맘고쳐 한의원’으로 변신한다는 이야기. AI가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 가능할 것이라는 가까운 세상에 맘고쳐 한의원 혹은 다고쳐 한의원은 과연 어떤 미래를 마주할 것인가? 힙한 을지로 일명 힙지로 형성의 시발점이 되었던 카페 ‘커피한약방’과 디저트가게 ‘혜민당’이 재개발에 밀려 이번달 말로 영업을 종료한다. 커피한약방에 걸려있던 “이곳은 옛 허준 선생님이 병자를 치료하시던 혜민서 자리입니다”라는 나무 액자도 사라질 것이다. 허준 선생님의 흔적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온고지신의 마음으로 삼월을 떠나보낸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22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3월이 되면 대학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 학기를 맞은 강의실에는 낯선 긴장과 기대가 함께 흐르고, 학생들은 새로운 시간표와 함께 또 한 해의 학습을 시작한다. 동시에 캠퍼스 밖에서는 또 다른 시작이 이뤄진다. 얼마 전 졸업한 학생들이 이제는 한의사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 이 두 장면은 묘하게 겹쳐 보인다. 한의사 국가시험이 끝난 직후의 공기는 다소 가벼워지는 듯하다. 오랜 시간 이어졌던 긴장이 풀리고, 학생들은 비로소 “끝났다”는 말을 꺼낸다. 강의실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들은 한결 편안해지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누군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잠을 보충하며, 또 누군가는 앞으로의 진로를 조심스럽게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종료’와 ‘시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 시기를 한의사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때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됐다” 돌이켜보면 한의과대학에서의 시간은 하나의 방향을 향해 흐르는 것 같다. 교육과정의 흐름은 결국 국가시험과 면허 취득이라는 지점으로 수렴된다. 수업은 시험과 연결되고, 학습의 우선순위는 시험과의 관련성에 따라 정해진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그 기준에 익숙해진다.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기보다, 무엇이 출제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방식은 어느 순간 당연한 학습 태도가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면허 취득은 하나의 완결처럼 느껴진다. 오랜 시간 축적된 노력의 결과이며, 동시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에게 그 순간은 ‘마침표’처럼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료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 감각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환자를 처음 마주하는 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이 시작된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전형적인 양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증상, 하나의 진단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알고 있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능력이다. 여기서 많은 한의사들이 비슷한 말을 할 것이다. “그때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됐다.” 아마도 면허 이후의 학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임상에서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상황 속에서 적절한 판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질문의 방식도 달라진다. “이 문제의 답은 무엇인가”가 아니라, “이 환자에게 무엇이 적절한가”를 묻게 된다. 이 지점에서 교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본다. 만약 면허 이후에 이러한 학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대학 교육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단순히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지식의 전달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실제 임상에서 요구되는 판단력과 적용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임상의 첫 경험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지금의 한의학교육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면허 취득 이전’에 최적화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점점 더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평가는 세분화되며, 학생들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을 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학습을 빠르게 소비하는 방식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깊이 있게 사고하고 통합하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상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다르다.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며, 자신의 결정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수정하는 능력은 단순한 암기와 반복으로 형성되기 어렵다. 이러한 역량은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의 경험, 충분한 성찰의 시간, 그리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점진적으로 길러진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초보 한의사가 마주하는 어려움은 단순히 ‘모르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알고 있는 지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적용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자를 마주했을 때 어떤 정보를 우선적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치료 방향을 설정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교과서적 지식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가능한 선택지들 사이에서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학생 시절에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수업에서는 정리된 형태의 지식이 제시되고, 평가는 정답 여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 결과 학생들은 ‘틀리지 않는 것’에는 익숙해지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익숙해지지 못한다. 임상에서의 첫 경험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는 사람으로 남았는가? 그렇다면 교육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 면허 취득 이후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갖추도록, 교육의 중심을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적용과 판단 중심의 학습 경험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사례 기반 학습, 임상 추론 교육, 통합적 평가 방식 등은 이러한 변화를 위한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한의학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추가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만들 것인가이다. 결국 ‘얼마나 많이 배웠는가’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는 사람으로 남았는가’가 의료인 양성의 목적이 될 것이다. 면허 취득 이후에도 계속 배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결코 가진 지식의 양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배움을 대하는 태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확장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학생 시절의 학습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한의과대학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면허를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다. 그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어질 학습의 방식을 형성하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교육은 그 ‘이후’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3월의 캠퍼스, 끝났다고 느껴지는 지점과 실제로 시작되는 지점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시 점검해볼 때다. -
법과 사람 사이②배용원 대표변호사 •법률사무소 동촌(東村) •前 청주지검장 •대한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 “변호사님,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이 사건 이길 수 있을까요?” 상담 중에 의뢰인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시원하게 “이깁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분쟁에는 늘 상대방이 있고, 사건의 흐름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는 즉답 대신 사건의 쟁점, 전체적인 진행 과정, 수사나 재판 절차, 변호인의 역할 등에 대해 차분히 설명합니다. 사실 이런 설명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직업적 의무입니다. 변호사 윤리장전은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때 의뢰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한의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설명의무(duty to inform)가 부과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전문가와 고객 사이에는 지식의 비대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안의 구조나 위험을 전문가만 알고 있다면, 고객은 자신의 선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설명의무 입증책임 의료인에게 있어”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는 받아들이고 불편한 정보는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설명은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고객이 상황을 균형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전문직에게 설명의무가 강조되는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충분한 설명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요구되는 고지의무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 원칙이 가장 분명하게 발전한 분야가 바로 의료 영역입니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에게 법에서 정한 사항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의사 윤리지침에도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대법원도 의료인의 설명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에 따라 치료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설명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입증책임도 의료인에게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합리적 판단 내릴 수 있게 필요한 정보 제공 과거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행위를 일종의 시혜처럼 여기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무엇이 환자에게 최선인지는 의사가 더 잘 안다는 가부장적 온정주의(paternalism)의 관점이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14년 미국의 슐렌도르프 사건(Schloendorff case)은 환자의 동의 없이 시행된 수술을 폭행(Battery)으로 간주하고, 환자의 신체적 자율성을 법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후 1957년 Salgo 사건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단순히 수술 내용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환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리가 제시되었습니다.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최근 판례의 흐름은 설명의 기준을 ‘의료계의 관행’이 아니라 ‘합리적인 환자(reasonable patient)’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문제는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이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설명 없이 이루어진 의료행위로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과 상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과실치상의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 받았다면 환자가 그 시술을 거부했을 것이라고 증명되는 경우에도 형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설명의무 더 중요해져” 요즘은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가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빠르게 할지도 모릅니다. 역설적으로 전문가의 설명의무는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설명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이 됩니다. 그러나 설명이 단순히 책임을 피하기 위한 절차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설명은 환자가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설명은 누군가의 존엄과 선택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진료실에서 건네는 차분한 설명 한마디가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을 덜어줄 때 그것은 법적 의무를 넘어 의사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직업윤리가 될 것입니다. -
한의협, ‘방문진료·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진료매뉴얼 제작·배포[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가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과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진료 매뉴얼을 제작·배포한다고 21일 밝혔다. 또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포스터도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했다고 공지했다. 한의협은 해당 자료를 책자 형태로 제작해 다음 주 중 각 지부로 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회원들의 요청을 반영해 파일 형태로 진료매뉴얼 제작해 우선 PDF 파일을 협회 홈페이지 및 지부를 통해 안내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제작한 진료 매뉴얼은 국민건강보험공단 DB에 축적되는 자료가 향후 방문진료 및 재택의료의 질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방문진료 시 활용할 수 있는 진료기록부 작성 예시를 보다 상세하게 보완했다고 한의협은 강조했다. 이번에 책자 형태로 배포되는 자료는 △한의 방문진료 매뉴얼 2000부 △재택의료센터 진료 매뉴얼 140부 △한의 방문진료 포스터 2000부로 추후 수요가 있을 경우 추가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재택의료센터 진료 매뉴얼은 현재 시범사업에 선정된 기관에 모두 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작했으며, 방문진료 매뉴얼과 포스터는 과거 배포 경험을 고려해 우선 2000부를 제작했다고 한의협은 설명했다. 안내자료(포스터, 책자) 신청 방법은 각 시·도지부 사무국(16개 한의사회)에 개별 신청하면 되며, 신청기간은 27일부터 재고 소진시까지다. 인쇄물의 경우 제작업체가 25일부터 각 시·도지부에 일괄 배송할 예정이다. -
경락경혈학회, 23일 온라인 학술아카데미 개최경락경혈학회(회장 이향숙)가 23일 오후 8시, ‘경혈 연구의 확장: 경혈의 구조적 검증과 미래 연구 전략’을 주제로 기초연구자와 임상 한의사가 함께하는 온라인 학술아카데미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아카데미에서는 ‘2025년 Korean Journal of Acupuncture(경락경혈학회지)’ 우수논문으로 선정된 연구 두 편이 발표될 예정이다. 첫 번째 강연은 ‘Ultrasonographic Study on Forearm Acupuncture Points (LU6 and LI7) and Myotendinous Junction Relationships’를 주제로, 전완부 경혈인 공최(LU6)와 온류(LI7)의 위치와 해부학적 특성을 초음파 영상을 통해 분석하고, 경혈과 근건접합부(myotendinous junction) 간의 관계를 탐구한 연구를 소개한다. 해당 연구는 권오상 교수(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가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최선미 박사(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책임연구원)가 진행하는 두 번째 강연은 ‘Suggestions on the Direction of Acupuncture Point Research through the SPARC Program and the TARA Project’로, 국제 연구 프로그램인 SPARC 프로그램과 TARA 프로젝트의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경혈 연구의 확장 가능성과 연구 전략을 제시한다. 경락경혈학회 학술아카데미는 한의학의 임상적 활용과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기 위해 기초 연구와 임상 현장을 연결하는 학술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아왔다. 특히 매년 1차 학술아카데미에서는 전년도 학회지에 게재된 우수 연구성과를 공유함으로써 경락경혈 연구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한의학 연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향숙 회장은 “이번 학술아카데미는 경혈의 구조적 특성을 현대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하고, 향후 경혈 연구의 확장 가능성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기초 연구자와 임상가가 함께 참여해 경혈 연구의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고 학문적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은 “경락경혈학회는 앞으로도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 강화를 위해 연구자와 임상가가 함께하는 학술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술아카데미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무료이다. 임상 한의사와 연구자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ZOOM 화상회의 방식으로 개최될 예정이며, 경락경혈학회 회원의 경우 일정 횟수 이상 참석 시 ‘경락경혈학회 학술아카데미 이수증’이 수여될 예정이다. 참가 희망자는 신청서 링크(https://forms.gle/P2sp6ygzBqvzjP3CA)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
심평원, ‘KIMES 2026’서 주요 사업 홍보[한의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이하 심평원)은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에 참여, ‘보건의료빅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 수상기업들을 위한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한편 심평원의 주요 사업에 대한 홍보를 실시했다. 심평원은 이번 전시회에서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2024∼2025년 창업경진대회 수상기업들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소개했으며, 이를 통해 참관객과 구매자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행사 기간 동안 지난해 창업경진대회 우수팀인 ‘케어마인더’는 병실 내 입원 환자의 음성 요청사항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해 간호사에게 업무를 자동 분장해주는 ‘AI RAG 스마트베드’를 선보였으며, ’24년도 최우수팀 ‘마고’는 녹음된 음성 답변을 통해 사용자의 감정과 우울감을 파악하고 맞춤형 건강 및 생활 권고를 제공하는 ‘음성 AI기반 모바일 정신건강 관리 플랫폼’을 소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심평원은 그간의 창업경진대회 수상기업을 대상으로 홍보부스 제공뿐 아니라 창업 컨설팅, 투자유치 기회 제공 및 보건의료빅데이터 제공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후속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심평원의 주요 사업에 대한 홍보도 함께 실시, 요양급여비용 명세서 상 진료 정보를 확인해 제공하는 ‘내 진료정보 열람서비스’를 비롯해 응급실 의료진에게 환자의 수술 이력, 복약 의약품 등 진료 이력 정보를 제공하는 ‘응급진료지원 데이터 서비스’ 등에 대해 안내했다. 이밖에 AI 질환 판독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보건의료 영상진료 데이터 제공 서비스’, 서로 다른 개인정보처리자 간의 가명정보 결합을 수행하는 ‘결합전문기관’ 운영 등 대국민 서비스를 홍보하는 한편 공공데이터와 보건의료빅데이터 활용 확산을 위해 대국민 공공데이터 수요 및 개선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건강e음’ 앱에 대한 시연도 함께 선보였다. 한편 바이오헬스 산업의 급성장 동향에 발맞춰 국내 중소 의료기기 기업의 산업 역량 강화 및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의료기기(치료재료) 건강보험 등재’ 1:1 현장 컨설팅과 강의도 진행했다. 국선표 심평원 빅데이터실장은 “KIMES 2026을 통해 심평원의 대국민 서비스 등을 참여기업과 참관객에게 알릴 수 있었고, 창업경진대회 수상팀에게도 홍보의 장을 마련해준 좋은 기회였다”며 “올해 개최될 제12회 보건의료빅데이터·AI 활용 창업경진대회에서 발굴될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에게도 다양한 후속 프로그램을 제공해 보건의료산업 시장에 안착하고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