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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책방-19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변으로 고름을 뽑아내는 약, 베트남 줄기세포, 혈맥약침술. 이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서울 강남구의 모 한의원에서 항암치료로 고통받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찾아온 환자들에게 소개한 치료법들이다. 무면허 의료행위와 검증받지 않은 치료법으로 4명의 환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들에게 대법원은 실형을 확정했고 혈맥약침술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는 판결도 덧붙였다.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법 위반, 의료법 위반 그리고 사기 혐의가 적용되었다. 한 피해자에게는 4000만원,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7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암환자 절박함 이용해 돈벌이한 한의사, 대법원 실형 확정』경향신문, 박은하 기자 /『“특수 약으로 암 치료”… 환자 속여 거액 뜯어낸 한의사들』 세계일보, 이강진 기자). 지난 5월 19일, 이 기사를 접하고서 기사에 달린 댓글은 단 한 개도 읽을 수 없었다. 멘탈이 무너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말기 암환자들 등쳐먹다가 한의사들이 실형을 받았다는 저런 뉴스를 접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다. 한의사에 대한 선입견이 전혀 없는 순수한 의료소비자들이라 하더라도 저런 뉴스를 읽은 후라면 한의원 간판만 봐도 토나오겠다 싶었다. 한방사, 약장수, 용팔이, 침쟁이, 사기꾼 등등 한의사를 조롱하는 댓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착착착 테트리스 벽돌 떨어지듯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암환자들의 힘든 항암치료를 돕겠다고,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완화해 드리겠다고, 체질별 건강식단을 제공하겠다고, 두 손 꼭 맞잡은 따뜻한 광고를 앞세운 암전문 한방병원들이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들을 특별 대우하는 입원실 운영 한의원들 만큼이나 증가하는 추세이다. 암환자의 절박함을 악용해 돈벌이한 한의사들의 실형 확정 기사가 이런 병원들의 개원러쉬에 어떤 영향을 끼칠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가족처럼 정성을 다해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광고문구처럼만 실천하셔서 5월 19일 기사에 대해 일반인들이 품었던 한의학과 한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조금이나마 희석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암환자 절박함 이용한 범죄기사…제목만 봐도 ‘가슴 철렁’ 『절박함 악용해 말기 암환자에 복어알 넣은 ‘복어추출액·환’ 판매 적발』 지난 7월 1일, 거의 모든 주요 언론에 보도된 기사이다. 신속하게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설마, 또 한의사들이 한 짓은 아니겠지?!’ “말기 암환자의 절박함을 악용해..”라는 글귀만 보면 범행의 주어가 한의사일까봐 걱정부터 앞선다. 케미컬뉴스 박주현 기자의 기사 일부를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경상남도 양산시에 소재한 즉석판매제조 가공업체 ‘해진정’은 2019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복어알을 ‘복어추출액’에 넣어 제조하고, 약 105.6kg과 한글 표시사항 전부를 표시하지 않은 복어추출액·환 제품을 제조해 약 114kg인 총 2천3백만원 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항암작용, 치료 전후 원기회복, 고혈압, 당뇨, 신경통 등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허위 광고했다.” “울산광역시 동구 소재 식품제조가공업체 (주)해국식품은 2019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온라인 쇼핑몰과 전단을 통해 항암 치료 전후 원기회복, 항암예방, 비염, 위장병 등의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를 했으며, 복어추출액 2개 제품 약 153kg인 1328만원 가량을 판매했다.” 기사와 함께 “보정강장(補精强壯)” 한약박스와 “추출액(抽出液)”이라고 프린트된 레토르트 한약팩에 담긴 복어독 그리고 경옥고환이나 공진단을 담는 데 사용되는 가장 흔한 아크릴 소재의 금박뚜껑 케이스에 포장되어 있는 복어환 등의 관련 사진(식약처에 압수된 불법제품 증거사진)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복어추출액와 복어환을 담은 컨테이너는 다름아닌 일반 한의원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한약박스, 한약팩, 아크릴공병이라는 사실!! 이러한 불법식품 제조업자들에게 한의학적 컨텐츠들은 이토록 만만하고 진입장벽 또한 낮으며 관련 용품들을 구입하기란 누워서 떡먹기보다도 쉬운 일이라는 사실!! 암치료의 컨텐츠로서 한의학을 담아낼 컨테이너는 어디에?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는 암 진단 AI 솔루션을 개발한 11명의 의사들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리포트를 다룬 일간지의 경제면 기사를 보았다. 거의 동시에 “현대의학적 표준치료만으로 암을 치료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통합암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며 그에 따라 통합암치료 의료기관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니 대한통합암학회에서 통합암치료 인정의 혹은 전문가 과정을 밟아보시라”며 한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린다는 한 학회의 문자도 읽었다. 암 관련 두 개의 문서가 물과 기름처럼 느껴진다. 이 두 그룹은 암시장(Oncology Market) 안에서도 완벽하게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듯하며 한 공간에서 만날 일은 절대적으로 없을 것이다. 국립암센터에는 여전히 한의사가 없다.『‘버티기’ 일관하는 국립암센터』(민족의학신문, 정태권 기자, 2009.12.11.) 『대한한의사협회, 국립암센터 한양방 협진 시스템 구축...“더 이상 늦춰서는 안돼”』(로이슈, 임한희 기자, 2018.10.25.) 단언컨대, 2028년이 와도 국립암센터에 한의사를 채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MD앤더슨 암센터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암환자에게 침술을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과 협진의 효과를 보여주는 국제적인 학술논문을 증거로 들이밀어도 소용없을 것이다. 암 치료에서 실질적인 치료기술 즉, 컨텐츠로서의 한의학과 그 컨텐츠를 담아내고 있다고 추천될 컨테이너가 국립암센터 입장에서는 “노 땡 큐”일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이다. 절대적 사각지대에 있는 한방병원, 어디서부터 매듭 풀어야 할까? 사각지대(死角地帶)는 관심이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군사용어에서의 정의는 ‘무기의 사정거리 또는 레이더 및 관측자의 관측범위 안에 있으면서도 지형 따위의 장애로 인하여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이다. 코로나 예방접종에 있어서 한방병원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에서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고 백신 접종은 병원에서 하는 게 법적 체계상 정해져 있기 때문에 외부 의료진이 한방병원을 방문해서 백신을 놔주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감염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 대상에서도 한방병원은 빠져 있는데 한방병원 환자 모두가 요양병원처럼 고령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6월 28일 YTN 뉴스 화면에서 한방병원 행정직원들이 각종 튜브를 몸에 장착한 자가보행이 불가능한 고령환자들을 등에 업고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외부 접종센터로 이동해서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이 모든 번거로움을 유발한 한방병원의 애매한 법적 위치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앞섰고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행정당국에는 “꼭 이렇게 모두를 불편하게 해야 속이 시원했냐?”라고 소리치며 항의하고 싶었다. 여러 측면에서 절대적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한방병원의 위기탈출을 위해서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할까? 24세에 심장을 스스로 뛰게 하는 신경세포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20세기 이후 생물학을 지배해온 환원주의적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을 통합적 개념의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으로 방향을 전환시키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신 분이 계신다. “인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분자들의 조화와 연계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사상의학과 시스템생물학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씀하셨던 옥스퍼드대 데니스 노블(Denis Noble, 1936년생) 교수가 바로 그 분이다. 2009년 4월 체질의학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의학연구원에 방문하였을 때 직접 뵙고 간단히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노블 교수를 다시 떠올렸던 계기는 2021년 5월 신간코너에 소개된 책 『오래된 질문』 덕분이다. 한국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이론과 불교철학 사이의 공통점을 느끼고 있던 노블 교수는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 네 곳(통도사, 실상사, 백양사 천진암, 미황사)을 방문했고 그리고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큰스님들(성파, 도법, 정관, 금강)과 오래된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대화를 나눴다. 서울대 의대 엄융의 명예교수가 동행하였고 그 여정은 책 『오래된 질문』과 다큐멘터리 『Noble Asks』로 기록되었으며 다큐는 조만간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2009년 한의학연구원을 방문하였을 당시 인터뷰에서도 “한의학이 사람의 신체뿐 아니라 마음과 기분까지도 정화하는 것이 매우 큰 강점입니다. 그것이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진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저도 지압의 정화 기능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정신을 통해 몸을 치유하는 명상을 매우 좋아합니다.” “옥스퍼드의 동료 교수가 연구한 우울증·정신분열증 등의 치료에 동양의학적 접근 방식이 서양의 약물보다 환자의 고통을 없애주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들었습니다”라며 한의학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불교 안에서의 깨달음와 명상에 대한 경험은 85세 노블 교수의 연륜까지 더해져 한층 더 눅진해진 느낌이다. 이번 신간에서는 인생관, 생명관, 존재론, 우주론, 치료제로서의 명상의학까지 폭넓게 다루어졌다. 구어체로 기술되어 있어서인지 책을 읽어갈수록 작은 선방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교수께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모든 내용이 무척 친숙하게 다가왔다. 특히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저자 리쳐드 도킨스 교수와의 논쟁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밝혔다. “저는 과학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그동안 눈부신 과학적 발전을 이루어냈고, 우리의 신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무수히 많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표현하는 데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표현은 잘못됐습니다. 유전자 자체는 이기적일 수도 이타적일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DNA는 우리를 이기적이게 만들지 않아요. 우리가 그렇게 만드는 거예요. 그런 너무나도 커다란 차이입니다. 도킨스뿐 아니라 많은 생물학자들이 그동안 해온 방식대로, 잘못된 주장을 반복하고 재생산하는 것을 그만둬야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과학계 내부의 논쟁으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 현대의 유전 연구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아니라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특징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따라서 좋은 유전자 혹은 나쁜 유전자라는 구별은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유전자는 우리 몸에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습니다. // 유전자라는 건 좋고 나쁜 어떤 이분법적인 존재가 아니고 이기적인 존재는 더더욱 아닙니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그렇습니다. 시스템 생물학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그런 사실들을 쉽게 깨닫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연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 속에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소화불량, 두통, 숙취, 발목통증 등으로 진료실에 자주 오는 보좌관이 있다. “원장님이 저의 주치의시죠”라면서 나라는 사람을 200프로 활용 중이신 고마운 분이나 가끔은 덜 보고 싶은 분!! “왜 보좌관님만 오시고 의원님은 한 번도 안 오시나요?”라고 물었더니 “아, 저희 의원님이 안타깝게도 한의사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으셔요. 옆구리 통증으로 동네 한의원에 들르셨는데 폐가 허하다 그랬나? 암튼 한약 먹고 2주면 거뜬히 낫는다고 50만원짜리 약을 지어오셨는데 2주 지나서도 아프시더래요. 나중에 정형외과를 가서 보니 늑골골절이셨다네요. 그 이후에 한의 쪽은 쳐다를 안 보세요. 제가 한의원 자주 오가는 것도 좀 눈치주세요. 왜 그리 자주 가냐.. 가면 낫기는 하냐.. 자주 다니면 습관 된다 등등.. 그래서 의원님 외출 중에만 살짝살짝 옵니다. 헤헤..” 진정한 한의학 컨텐츠에 대한 진지한 고민 필요 ‘이미지 정치’라는 단어가 있다. 실체는 없는데 밀당스러운 언론 노출만 살살 해가면서 안개같은 그러면서도 좋을 것 같은 이미지로 본인을 철저히 포장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이미지는 좋은데, 실체가 없을 때 혹은 본모습이 드러났을 때, 결국 실속없다 혹은 별거없다는 냉혹한 평가를 듣기도 한다. 영영 사라지기도 하고 이젠 정치생명은 끝난게지.. 싶었는데 다시 살아돌아와 여의도를 활보하는 다양한 정치인들을 가까이 보고 있자니 ‘이미지 한의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보게 된다. 노블 교수처럼 세계적인 석학 반열에 계신 분이 불교니 명상이니 지압이니 언급하시며 동양에서 지혜를 배웠고 삶이 바뀌었다고 고백을 하시면 그 편에 한의학도 슬쩍 한 귀퉁이에 숟가락을 얹어볼 수 있으려나?! 싶은 기대감이 아주 잠깐이나마 든다. 일종의 강자동일시 현상이다. 몇몇 복수면허자들이 한의학을 더불어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본인은 반쪽짜리 의사에 머물렀을 거라며 한의학을 통해 본인의 치료의학이 완성되었다는 말이라도 할라치면 그렇지!! 역시 한의학은 보존할 가치가 있다니까.. 라며 잠시나마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기 암환자에게 사기를 쳤다느니, 옆구리 통증 환자에게 늑골 부위에 대한 일차적인 영상진단 없이 약을 팔아 먹었다느니 하는 크고 작은 한의사들 관련 에피소드들을 온몸으로 접하다보면 한의학이라는 컨텐츠가 문제인가? 이 컨텐츠를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치고는 있는건가? 그도 아니라면 한의학을 실어나르는 인간 컨테이너들인 한의사들 자체가 문제가 많은건가?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소수의 의사들의 일탈(『 “처녀막 확인해보고파” 마취 환자 성추행 혐의 산부인과 인턴, 법정에선 ‘묵비권’ 행사』 『‘수술용 칼 던져’…부산대병원 교수 폭언·폭행 논란 일파만파』 『약국 1시간 늦었다고 무릎 꿇게하는 의사』)이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가 되어도 필수공공재인 병의원과 의사들을 우리의 일상에서 손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선택과목에 머물러 있는 듯한 한의계에 위와 같은 몇몇 한의사들의 소수의 일탈은 잔잔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삼복 더위 만큼이나 뜨거워진 생존을 위한 경쟁의 현장에서 오늘도 땀을 흠뻑 흘리고 계실 도반들에게 오래된 질문을 하나 건네는 바이다. 보완에서 보편으로, 고전에서 미래로, 선택과목에서 필수과목으로 한의학은 과연 변신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
동아리 활동, 의료봉사…언제 다시?김효준 (대구한의대 본과3년) 본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상황에서도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에게 코로나19 이후 학업과 대외활동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놓았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생활화하고, 특정 인원 이상의 모임이 금지됐으며, 여행 및 외식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야외활동과 실내 활동이 일정 범위에서 제한되고 있다. 대학교뿐만 아니라 초중고도 원격 수업을 실시하고, 대면 수업을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대구한의대 역시 작년 2학기부터 두 학기 째 대면 수업을 격일로 진행하는 ‘격일 등교 수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동아리 활동 및 모임이 제한되어 동아리 운영이 거의 정지된 곳이 많으며, 필요할 때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비대면으로 동아리 활동이 전환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구한의대는 기존에 여름방학 때 연 1회로 각 고등학교 또는 지역 동문별로 의료봉사를 실시해 왔다. 학교와 선배 한의사들이 의료봉사에 필요한 침구 물품이나 방제 등을 지원했었고, 본과 4학년이 진료를 맡았으며 그 아래 학번들은 진료 보조나 예진, 약국 등 다양한 분야를 도맡으며 실제 임상과 유사한 경험을 하는 식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진료를 참관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선배들과 한의학에 대해 스터디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봉사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코로나가 설상 소멸된다 하더라도 몇 년 동안 중단되었던 의료봉사를 다시 갈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코로나는 우리가 평소에 공부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학술동아리 같은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동아리 원들과 한의학 그룹 스터디를 진행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전면 중단되었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친구들끼리 만든 그룹스터디나, 교수님이나 선배 한의사분들이 학생들에게 티칭을 해주시는 방식의 모임도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시험기간 때도 이러한 불편한 상황들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전에는 체인점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룹 스터디를 진행하며 공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해 대중적인 카페의 영업시간에 제한이 걸리면서 이러한 문화도 많이 사라졌다. 집에서 혼자서 공부하며 온라인 메신저로 친구들과 공부에 관한 토의를 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카페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공부를 위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스터디카페를 이용하는 사람 또한 늘고 있다. 독서실과는 달리 개방적이고, 잡담 등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방역 지침에서도 스터디카페는 그룹 스터디룸을 제외한 개별 스터디룸은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좌석을 한 칸씩 띄워서 이용가능하게 하여 강제로 2m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더욱이 출입 시 열 체크를 철저히 하고, 공부할 때든 쉴 때든 언제나 마스크를 필수화하여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킨다고 하더라도 코로나의 위험으로부터 불안한 것은 사실이며, 장시간 공부를 하는 상황에서도 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한 경우가 많다. 두 달 전 기말고사 기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기말고사 2~3주 전쯤 대구 지역에 코로나가 급증하여 대구시는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조정하고, 5인 이상 집합금지와 함께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밤 9시까지로 제한하는 방역 지침을 곧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방역 지침에 스터디카페도 포함이 되면서 스터디카페를 이용하는 많은 동기들은 밤늦게까지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불안감에 떨었다. 평일에는 수업이 끝나면 평균적으로 밤 7~8시 정도 되는데, 저녁을 먹거나 옷을 갈아입으면 사실상 집 밖에서는 공부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집중이 잘 안되고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집중이 잘되는 스타일의 몇몇 동기들은 시험이 망했다며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스터디카페는 그룹 스터디룸만 영업시간 및 집합금지 인원에 제한이 있었고, 개별 스터디룸은 정상적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서 무사히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작년 초 코로나가 막 터지기 시작했을 때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감도 여전히 있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잘 만나지 못하고 야외활동이 제한적인 이러한 생활이 싫증나고 따분한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야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거나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여 코로나 시국이 하루빨리 종료되어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복귀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아무래도 동아리 활동도 눈에 띄게 감소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자리나 지인들과의 모임도 제한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상태이다. 코로나 시국이 끝난다면 동아리 합숙과 의료봉사를 꼭 다시 가고 싶다. 또한 근 2년 동안 가보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고, 대외 활동도 많이 해보고 싶다. -
“파킨슨병 치료, 한의학적 근거 구축 필요해”[편집자주] 증가하는 파킨슨병에 대한 한의계 차원의 로드맵 마련을 위해 다년간 진료와 연구를 통해 한국 및 미국특허 획득, FDA 등록 등의 경륜을 가진 박병준 교수(대전대 한의대 겸임교수)가 21세기 파킨슨병의 현황과 대증적 약물 수술요법 한계에 따른 한의치료 접근법을 제시했다. 최근 파킨슨병 치료에 효능이 탁월한 한약추출물을 구성 성분으로 하는 약학적 조성물 ‘Hepad(헤파드) s7’으로 미국특허를 획득해 주목받고 있는 그로부터 한의치료가 파킨슨병 치료 한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들어봤다. Q. 파킨슨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의학적 이슈가 ‘난치성 암’에서 파킨슨병으로 급격히 전환돼 가고 있다. 파킨슨병의 만성, 진행성, 퇴행성 3대 특징은 높은 발병률과 지속적인 유병률의 상승을 가져오고, 이에 따른 국가의 사회 경제적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파킨슨병 유병률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초진발병은 연간 6만 명을 헤아리고 있다. 심사평가원 질병통계자료를 토대로 한 대한민국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 7만 8천여 명에서 2020년 12만 4천여 명으로, 매년 8~12%의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 진단되지 않은 잠재적 환자를 감안하면 20만 명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파킨슨병 환자 증가추세에는 평균수명의 연장, 노화와 관련돼 있다. 2020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 펑균 수명은 82.8세로 조선시대 제왕들의 평균수명 46.1세에 비해 무려 36년 이상의 기대수명이 늘어 난 것을 볼 수 있다. 파킨슨병 평균발병 연령이 64세를 감안하면 이러한 발병률의 증가가 충분히 설명되는 측면이다. 또 하나의 요소는 영상진단의 보편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표준진단지표 중 하나인 PET-CT의 보편화로 진단의 정확도가 개선되고 조기진단이 가능하게 되어 잠재적 질병 시기가 짧아진 것이다. Q. 대증적 약물 및 수술요법 한계성이 노출되고 있다. 파킨슨병의 표준치료는 도파민 전구물질인 L-DOPA를 복용하는 약물요법이다. L-DOPA의 분해를 억제해 작용시간을 연장하는 약물, BBB(Blood-Brain -Barrier; 혈액-뇌장벽)통과 전 말초에서 분해를 억제하는 약물, 도파민 D2 수용체를 자극하여 신호전달의 효능을 증가시키는 약물, 감소된 Dopamine과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이루기 위한 항콜린제 약물, 항바이러스제 등이 현재 사용 중인 약물요법들이다. 약물복용 후 3~5년이 지나고 약물의 장기복용에 의한 수용체의 민감성에 이상이 발생하면 약물의 효과가 일정치 않게 되면서 부작용과 부수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수술요법이 고려될 수 있다. 수술요법은 크게 두 가지로, 시상이나 시상하부에 물리적 자극을 시행해 증폭된 이상신호를 억제함으로써 떨림을 줄여주거나, 약물의 효능을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개발된 자극 수술법이다. 현재 Deep Brain stimulation(DBS), FUS(Focused Ultrasound Stimulation) 두 기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 약물치료 시, 도파민만의 보충으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상호불균형, 수용체의 민감성 문제로 △Wearing off(약효효율저하) △On-Off △이상운동증 △환각 환청 환시 △ICD(Impulse Control Disorder; 충돌조절장애증후군)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수술요법은 △비적합환자군의 선택적 한계 △고비용 △수술 부작용 △배터리 교체비용 △점진적 효율저하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진행의 정지나 진행을 느리게 함이 어렵다는 것이다. 2017년 발행된 한 국내학회의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 857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향후 의료계가 노력해야 할 사항이 구체화 돼있다. 환자와 보호자가 가장 희망하는 사항은 진행정지, 완치를 위한 최신 치료기술과 이의 건강보험 적용으로 조사됐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에 대한 희망으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마친다. 이와 함께 환자 보호자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불편한 사항으로는 운동성 기능부전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 환자 돌봄으로 인한 경제적 위축 등이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사항으로 보고되고 있다. Q. 파킨슨병의 진료·치료 시장이 커지고 있다. 파킨슨병 진료비는 매년 21%씩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 2036억 원, 2014년 3200억 원으로, 조만간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입원일 기준으로 같은 퇴행성질환인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루게릭병)의 입원일수 35일보다 파킨슨병의 103일의 일수가 더 높은 것은 진단 후 10~15년 전후 무능력 시기에 접어드는 시기부터 사망에 이르기 까지 많은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개인적 차원에서 본 질환에 대응하면서 삶을 영유하기는 어려운 면이 많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에서 파킨슨병의 원인, 증상, 질환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진단 연구 치료법 등,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신 지견 치료 등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기초과학, 임상연구, 치료기법, 진단, 새로운 치료법 및 예방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파킨슨병 최초 학술적 발표국인 영국에서는 1차 의료시스템 차원에서 환자의 적극적 치료관리 체계를 갖추고 무상으로 모든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가이드라인을 통해 환자중심 치료 안을 가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파킨슨병 전문 간호사 제도를 도입해 입원, 외래 비용을 50%이하로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또한 파킨슨병의 원인, 치료법, 환자 생활과 삶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MA(Multidisciplinary Approach; 다학적 접근치료)를 적용하는 선진적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수많은 증상과 기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증후군으로서, 이에 대한 관리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진 팀워크로 관리되는 것이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 개재된 논문 중 8개월 동안 122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 진행된 연구에서 신경과 의사 한명 진료와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 대체의학 등 다양한 전문가로 이루어진 팀워크 진료의 비교연구 결과 △UPDRS Ⅲ, UPDRS Total(통합파킨슨병 척도; 운동성평가 & 총 평가) △우울증정도 △사회 심리상태 △삶의 질 등에서 팀워크 기반 진료평가가 모두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의 파킨슨병 지역 네트워크는 15분야의 전문가 그룹, 66개 거점에 3000명의 전문가 그룹들이 활동하고 있다. Q. 우리나라 파킨슨병 국가관리 체계는 어떠한가? 파킨슨병의 국가관리 체계 등재시점 전 한의치료적 접근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한·양방 이원적 의료가 공존하는 선진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는 장점을 우선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파킨슨병의 급증하는 발병추세에 따라 2020년 발간된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파킨슨병 한의치료 표준진료지침’ 개정판 발행은 한의계에 매우 의미가 있는 이슈다. 현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파킨슨병의 한의진료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한의사, 연구원, 환자들에게 과학적 객관적 지표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한의학의 3가지 주요한 치료법인 침, 뜸, 한약 등에 대한 효과가 근거의학 수준과 권고가능 등급에서 서양 의학적 약물치료나 수술요법에 비해 대응할 만한 임팩트가 부족한 점은 향후 한의계가 더욱더 분발해야 함을 보여주는 실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한의계에 의한 자료제출 의약품의 허가가 전무하다는 것은 파킨슨병의 만성 질환의 특성을 감안하면 집중 육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차후 국가적 차원의 △파킨슨병 독립 법안 입법 △관리기관 설립 △의료관리 지원책 등이 제시되기 전에, 한의학이 파킨슨병 치료의 한축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한의치료의 근거를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
[시선나누기-2] 몸이라는 것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저자인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최근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몸이었다. 연극제 참가자 목록에 기재된 참가단체명은 몸, ‘유진규 몸’이었다. 너무도 직관적이고 솔직한 말이라서 두 번 세 번 거듭해 음미하며 읽었다. 이 짧은 단어에 자신감과 겸손이 다 들어있다니…….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말이었다. 팸플릿에 적힌 목록에는 ‘공동창작집단 OO’, ‘예술창작소 @@’ 등의 단체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짧은 이름에는 지향하는 바, 품고 있는 의미, 띠고 있는 색깔이 없다. 오로지 몸. 오롯이 몸. 그는 홀로 몸을 움직이는 마임이스트다. 그는 1인극을 하고, 참가단체는 그 자신이다. 단체명은 ‘유진규 몸’이다. 단체와 개인이 여기에 다 들어있다. 그러나 몸이 상징성을 띠는 어떤 말은 아니다. ‘짓’이라는 단체가 있듯이 ‘몸’이라는 어떤 단체가 있을 법은 하지만, 여기서 ‘몸’은 물성을 지닌 그 자체로서의 몸이다. 그는 몸이며, 그는 곧 단체다. 그가 몸을 데리고 연극제에 참가한다는, ‘유진규 몸’이란 유진규와 유진규의 몸이 만든 집합이라는 기이한 해석이 잠시 내 머리에 떠오른다. 두 존재의 기이한 공생. 하나이자 둘. 하나이면서 둘. 하나이지만 둘 혹은 그 이상. 유진규 몸은 분명한 단수이지만 몇 개로 분화될지 모르는 변수를 포함하는 말이다. 그는 의자였다가, 가면이었다가, 꽃이었다가, 그 꽃을 먹는 입일 수도 있겠지만, 생물로 된 주사위가 있어 당신이 건네받고, 그것을 허공에 던졌을 때, 바닥에 떨어진 그 생물이 내놓을 무한한 경우의 수……. 무대 위 혈혈단신인 그의 몸이 내보일 변화의 수를 상상하게 하는 말이다. 그는 그렇게 지은 이름으로 연극제에 등장한다. ‘내 무기는 이것뿐이니, 펼쳐도 이것이요, 접어도 이것입니다’라고 하는 것 같다. 단단하고 곧고 겸손한 이름이다. 그는 가슴앓이를 크게 했다고 썼다. 뇌에 종양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고 썼다.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라는 책에서였다. 그의 마임 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대담집이다. 당신은 생물 주사위가 허공을 휘돈 다음 가볍게 착지한 채 내뱉는 말을 듣는다.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 외곬의 인생이 천변만화하며 만들어 걸어간 길. 걸어온 길. 다시, 그 길 위의 몸. ◇자연인 듯 무방비 상태의 몸, 그 기이한 공생 그의 몸에는 50년 세월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움푹 팬 눈두덩이나 빗장뼈의 우물이나 갈빗대의 틈새나 근육의 이랑과 고랑들은 늙고 텅 비었다. 텅 비었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거기엔 몸이 있지 않은가. 그의 몸이 있고, 그러나 어디 한 곳 군것이 없다. 육신을 이불 개듯 잘 정리해 놓은 느낌이다. 흙을 골라서 무얼 심고 꽃 피울 욕심 없이 그저 반듯이 갈무리해 놓은 땅을 보는 느낌이다. 나는 약간 쓸쓸했는데, 그것은 무언가를 지나왔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겪고, 무언가를 치르고, 무언가를 보내고, 최소한의 것으로 정돈된 느낌. 그의 삭발이 또한 한몫했겠지만, 그의 몸은 자연인 듯, 무방비 상태로, 그러나 빈틈없이 있다. 다시, 기이한 공생. 아, 저것이 몸이구나. 나는 경혈도에 그려진 인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의 몸에는 몸을 써서, 몸을 통해, 말하고 웃고 울어온 50년의 마임밖에 없는 듯하다. 그리고 그가, 그에게 남은 몸이란 것을 깨우고 두드리고 얼러서 고요히 포효하는 지경에 이를 때, 몸은 하나의 화살표처럼 그 표현을 향해 오롯이 쏠린다. 오롯이 몰두한다. 나는 생각한다. 아아, 온몸이 몸이구나. 나는 그 몸의 전중혈에 침을 놓는다. 나는 그 몸의 백회혈에 침을 놓는다. 나는 그 몸의 합곡혈에 침을 놓는다. 뜸을 뜬다. 뜸 연기가 그의 몸을 에워싸고 위로, 위로 흐른다. 신성한 의식 같다. 무대에 천천히 뜸 냄새가 퍼진다. 한 자루 촛불 앞에 앉은 그가 눈을 감고 침을, 뜸을 받는다. 온몸으로. 이것은 객석에 보이기 위한 공연이지만, 앞서서 그의 몸이 고통으로 뒹굴고, 악을 쓰고, 숨 막히고, 버둥거리고, 심장을 쥐어뜯은 것을 보자면, 침과 뜸을 시술하는 일이 단순한 퍼포먼스일 수만은 없다. 나는 그를 뒹굴게 하고 버둥거리게 하고 쥐어뜯게 한 원작자이며, 나는 내가 쓴 문장들을 그렇게 생것의 비린내로 육화해서 코앞에 들이미는 그의 마임에 놀라고 감동한 첫 번째 관객이며, 그리고 나는 이 무대에 출연하는 ‘한의사’이므로. 나는 저절로 손 모아 합장하고 뜸을 놓고, 침을 놓고 합장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서서 무대를 빠져나간다. 빠져나가기 전에, 등신불처럼 앉은 그의 뒤에 서서 침이 꽂힌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지문에도 없는 합장으로, 원작에도 없는 한 줄 대사를 읊조리는 것이다. -
“의사 지시를 받은 물리치료사의 침습적 요법 해석은?”[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불법의료행위 관련 유형별 판례를 통해 무면허의료업자의 대표적인 불법의료행위에 대하여 소개한다. A씨는 물리치료사로서 의사인 B씨의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환자인 C씨에게 좌측 옆구리에 길이 약 6㎝ 가량의 침 4개를 깊이 0.5㎝ 가량 4군데 꽂는 방법의 의료행위를 할 것을 B씨로부터 지시받았다. A씨는 그 지시에 따라 C씨의 ‘통증유발점(Trigger Point)’ 부위에 침을 사용했고, 도자전극에 연결하여 전기자극(저주파)을 주는 경피자극요법 및 경피신경전기자극요법을 시술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이 같은 행위로 인해 검찰에 의료법위반으로 함께 기소됐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에서 정한 물리치료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인체 외부에 물리적인 힘이나 자극을 가하는 물리요법적 치료방법을 넘어 약물을 인체에 투입하는 치료나 인체에 생물학적·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위험성이 있는 치료 또는 수술적인 치료방법은 시행령에서 정한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 결과 전주지방법원은 A씨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의 행위가 의료법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의사인 B씨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업무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또 재판부는 “B씨가 C씨의 나이,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경피자극요법만 사용할 것을 A씨에게 수정 지시했고, 이를 그대로 수행했던 점을 이유로 들어 A씨가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에 대해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러한 의료행위가 물리치료사의 업무범위 내의 행위라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에 대해 파기환송했다. 먼저 대법원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25조 제1항을 그 법리해석 이유로 들었다. 이어 재판부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는 물리치료사 업무의 범위로 △온열치료 △전기치료 △광선치료 △수치료 △기계 및 기구치료 △마사지·기능훈련·신체교정운동 및 재활훈련 △기타 물리요법적 치료업무 등으로 정해놨다는 점도 판결에 고려했다. “지식·경험 획득한 자에게만 면허 부여해야” 그러면서 재판부는 “의료기사 제도를 두고 그들에게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 중의 일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은 특정 부분에만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는 인체의 반응과 이상 유무를 판단,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획득한 자에게만 면허를 부여한다”며 “따라서 업무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물리치료사가 행했다면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봐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판단으로 동 통점을 찾아내서 그 지점에 침을 0.5㎝ 깊이로 꽂는다 할지라도 사람이나 부위에 따라 신경 조직이 분포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실제 인체 부위에 침을 꽂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 아울러 침습적 치료로 인한 결과에 대해 물리치료사는 통제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침이 혈액이나 신경 조직 등에 직접 접촉하여 화학적 혹은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 것이므로 이를 가지고 물리요법적 치료행위라 볼 수도 없을 것”이라며 “물리치료사의 경우에는 인체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가해지는 자극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숙지하고, 그로 인한 결과의 통제가 가능한 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즉, 침을 인체에 꽂아 넣음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통제력이나 위험한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의료행위는 물리치료사가 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할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 침을 꽂는 행위 그 자체는 전기자극을 가하는 행위도 아니고, 전기자극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고 판시했다. 그러므로 재판부는 “B씨 또한 A씨로 하여금 이 사건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방법으로 A씨와 공모하여 의료법 위반을 범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도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의사의 침술도 의료법 위반” 한편 물리치료사가 아닌 의사가 침술을 시행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의료인에게)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외과의사 A씨 심판청구에 대해 의사의 침술 시행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는 침술 행위를 시행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형 1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에 헌재는 침술은 의료행위 및 한방행위의 구분에 있어 모호한 영역이거나 교차영역이라고 볼 수 없는데다 위험성이 낮은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한의사에게만 허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나뉘어 면허가 부여되고 있는 국내 의료법 체계상 의사 의료행위와 한의사 한방행위가 불명확하다는 A씨의 주장은 그릇되다”며 “침술은 경혈에 침을 사용해 치료를 행하는 것으로 한의학의 전형적인 진료과목”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의의료행위는 옛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하는 치료행위로 의료와 한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한의학과 의학은 학문적 기초가 서로 달라 훈련되지 않은 분야의 의료행위(침술)를 의사가 시행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덧붙였다. -
“질환을 이해하는데 사진자료들이 길잡이 역할했으면”<편집자 주> 최근 교육부와 대한민국학술원이 ‘2021년 우수학술도서’를 발표한 가운데 한의계에서는 유일하게 자연과학 분야 중 ‘사진으로 공부하는 이비인후과학’이 선정됐다. 본란에서는 이 책을 저술한 대전대 한의과대학 정현아 교수로부터 소감 및 집필계기, 향후 연구계획 등을 들어본다. Q.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현아 교수다. 현재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에서 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를 진료하고 있으며,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를 맡고 있다.” Q.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소감은? “많은 한의과대학 학생들이나 한의 이비인후질환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 가까이 두고 펼쳐볼 수 있는 참고도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저술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우수학술도서 선정으로 각 대학 도서관에 보급돼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쁜 마음이다.” Q.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과학’은 어떤 책인가? “한 마디로 우리가 진료실에서 매일 만나게 되는 △귀 질환 △코 질환 △구강 질환 △후두 질환을 사진으로 설명해주는 책이다. 피부 질환도 많은 진단방법이 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경험이 쌓인 시진(視診)이듯이, 이비인후질환도 보고 판단하는 視診이 중요하다. 지금 진료하고 있는 환자의 모습을 사진으로 설명해주고, 질환에 따라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거나 좋아지는 모습 또는 여러 형태로 남는 모습을 그대로 수록해 경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된 책이다.” Q.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의 모체는 저의 본과 3학년 외관과학 학부수업 교안이다. 학생들이 이비인후과 수업을 어려워하고, 임상에 나가서 잘 보지 않는 질환으로 미리 생각해 수업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것을 보면서 좀 더 재미있는 수업, 생동감있는 수업을 위해 사진자료나 다른 시각자료들을 준비하게 됐다. 확실히 제가 생각할 때 재미있고 준비가 잘된 수업일수록 학생들의 반응도 좋고 기억도 오래하는 것을 보면서 사진자료들을 더 열심히 준비했다. 이 자료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진집을 구상하게 됐다.” Q. 책을 저술하면서 어려운 점은? “참고할 만한 서적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여타의 이비인후과 책들에는 사진보다 문구로 설명돼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말로 설명돼 있는 고막이나 비강의 모습이 사진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말 여러 권의 책과 논문을 찾은 이후 확신이 들면 사진을 올렸다. 또한 가장 적합한 사진을 찾기 위해 자다가도 일어나서 컴퓨터에서 사진을 고르는 등 마지막 원고 넘기기 직전까지 2006년부터 모아온 사진들 속에서 최적의 사진을 선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Q. 특히 사진을 중심으로 저술한 것이 눈에 띈다. “책의 사진은 많은 부분이 비내시경으로 찍은 사진들이며, 이 사진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이는 한의 이비인후과학 학회에서 나온 교과서에도 진단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한의사 국가고시나 전문의 시험에도 출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사진을 우리 한의사가 진료시에 얼마만큼 활용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임상 다빈도 질환인 이명, 이성현훈, 비염, 부비동염, 구내염 등의 질환을 임상에서 접하는 한의사들에게 조금이라도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즐거운 학부시절을 보냈지만, 어떤 한의사가 되어야할지에는 항상 고민이 많았다. 열심히 시험도 보고 공부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는 몰랐었다. 다만 가장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었던 이비인후과를 전공하면서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아는 것 하나도 없이 책의 저술을 시작을 했는지 무모할 정도다. 흥미있는 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한다면 자신만의 전문 분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수업이 영상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효율적인 영상강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한 화면에 정리가 잘된 강의를 만들어야 한다. 강의를 하다보니 지금 책이 나열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과 더불어 짜임새 있는 편집을 추가하는 등 좀 더 개선된 내용으로 정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또한 매일 새로운 환자들로부터 새로운 사진이 나오면서 추가하고 싶은 사진도 많이 생겼기 때문에 향후 발간될 책에는 더욱 다양한 사진자료를 게재할 수 있을 것 같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책을 준비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꼈다. 환자들이 남기고 간 사진들 중 진료시에는 모르고 지나갔던 것들도 다시 책으로 정리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몇 년 전 환자의 차트를 다시 열고 경과기록지를 정리하고 그 날짜의 사진들을 찾아 사진을 대조하는 것을 무수히 반복하면서 정리가 완성된 질환들이 여러 개이다. 반복되는 어려운 작업을 같이해준 우리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실 선생님들과 이번 우수학술도서 선정의 기쁨을 같이 하고 싶다. 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책이 잘 출판되도록 마지막까지 도와준 군자출판사에도 감사드린다.” -
육아에서 찾은 소우주-2박윤미 한의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육아와 한의학, 인문학 등의 분야를 오가며 느꼈던 점을 소개하는 ‘육아에서 찾은 소우주’를 싣습니다. 대전시 중구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자 박윤미 한의사는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뒤늦게 대전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중고등학생에게 한의 인문학을 강의하며 생명과 건강의 중요성을 나누고 있습니다. 어린이는 양의 기운이 많은 ‘순양체(純陽體)’라고 한다. 사방으로 기운을 뻗어 나가는 시기이므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뜨겁다고 느껴진다. 본과 소아과 시간에 확 와 닿았던 구절이다. 그때 나는 6세, 3세 두 아이를 데리고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하루를 25시간처럼 살던 시기였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아이를 돌봐도, 쇼핑몰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아이 때문에 등골이 서늘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일이 종종 생겼다. 그러다 보니 ‘순양체’란 단어에 귀가 번쩍한 것이다. 그렇구나, 아이들이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순간이동으로 엄마를 기겁하게 하는 건, 자연의 이치이자 건강하다는 증거구나 싶었다. ‘양자10법(養子十法)’ 등 한방 육아 이론들은 실제 육아에 귀한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아이들의 생리, 병리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고, 무엇보다 내 교육관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경쟁에서 이기고 앞서나가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성장 시기마다 겪고 배워나갈 수 있는 경험을 빼앗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학업은 챙겨줘야 하니까, 실제 상황은 늘 혼란스러웠다. 숱한 시행착오 중 하나는 첫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낸 일이다. 한의대 다니던 시절이라 형편이 빠듯했지만, 다소 무리해서 보낸 상황이었다. 가기 싫다는 아이를 달래서 보냈는데, 보름이 지나면서 아이는 밤에 일어나 갑자기 울고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영어 트라우마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아이는 파란 눈, 풍성한 금발을 지닌 거구의 백인 선생님이 무섭다고 했다. 자기를 꼭 끌어안으면 숨이 막혀서 죽을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맙소사, 의사 표현에 소극적이었던 아이는 나름 참았던 거였다. 당장 영어 유치원을 그만두었지만, 후유증은 꽤 오래 갔다. 영어 트라우마가 생긴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영어 학원을 거부했다. 그러다 4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 엄마의 제안이 들어왔다. 좋은 영어 선생님이 있으니, 팀을 짜서 수업하자는 거였다. 그러잖아도 영어 때문에 걱정이었던 내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시큰둥하던 아이는 영어 수업 후, 친구들끼리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설득에 팀 수업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한 달씩 각 집을 돌면서 팀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이 끝난 뒤, 공을 들고 뛰어나가는 아이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단, 영찬(가명)이는 예외였다. 영어 수업이 끝나면 영찬이는 선생님을 따라 다른 수업을 위해 이동하기 바빴다. 소문에 의하면, 영찬이는 영재 고등학교 진학 준비를 위해 엄청난 양의 사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수업 끝난 후, 친구들이 왁자지껄 뛰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선생님 뒤를 따라 나가던 영찬이 얼굴은 밝지 않았다. ‘수업 후 축구‘ 라는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우리 애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팀 수업에 방해된다는 영찬 엄마의 의견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리 집에서 수업 있을 때, 나는 간식 준비만 열심히 할 뿐, 선생님의 수업 진도 체크 같은 부분을 소홀히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교육에 무관심한 엄마 정신이 번쩍 들어서 과일을 사서 영찬 엄마 집에 찾아갔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냉랭했다. 나는 졸지에 교육에 무관심한 한심한 엄마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해서 우리 아이는 영어 과외 팀에서 퇴출되었다. 영어야 다른 방법을 찾는다 치고, 친구들과 축구하는 즐거움을 빼앗긴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 건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밤잠 설치며 고민하던 끝에 나는 있는 그대로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앞으로 살다 보면 겪을 일인데, 좀 빨리 겪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대신, 아이가 받을 좌절감을 극복하는데, 나는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였다. 다음 날, 나는 아이에게 이제 영어 수업을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으며, 그 이유까지 가감 없이 전부 말해 주었다. 아이는 충격을 받은 듯, 얼굴색이 변했다. 아무렇지 않게 밝게 말했지만, 내 마음속에도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못난 엄마 탓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문 코치가 이끄는 축구팀을 섭외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이는 말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 먼저 학교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아이가 겪은 일을 이실직고하며 격려를 부탁드렸고, 축구 코치 선생님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 다음은 영어였는데, 조심스럽게 영어 과외를 새로 시작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뜻밖에도 아이는 “제가 영어 실력이 없어서 이런 속상한 일을 당한 것 같아요. 실력 있는 선생님 소개해주세요, 열심히 해 볼게요.” 아, 이번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자연의 이치에 순응 그때부터 아이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1년 후, 우리 아이는 영어 실력이 뛰어나단 소문이 나면서 팀 수업 제안을 받게 되었다. 나는 아낌없이 칭찬을 퍼부었고, 9년 후 아이는 우수한 수능 점수로 명문대에 진학하였다. 물론, 그 사이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춘기를 맞이하여 성적이 바닥을 찍기도 했고, 학폭이란 폭풍우에 휘말리기도 했고, 골절상을 입기도 했고…. 그러나 좌절의 시간이 길지 않게, 다시 출발하곤 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작은 실패’를 극복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그 이치에 순응하고 조절해가며 사는 한의학을 배운 덕분에, 안달복달 덜 하고 조금 여유로운 육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공모보건복지부가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공모 중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오는 8일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참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대상 의료기관은 방문진료가 가능한 한의사가 1인 이상 근무하는 ‘의료법’ 제3조제2항 제1호 다목에 따른 한의원이며,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참여’를 위한 신청서와 약정서 및 운영 계획서 등이다. 복지부는 향후 신청기관의 방문진료 여건 및 운영계획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이달 중 시범기관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거동불편 환자에 대한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국민의 다양한 의료적 욕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목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마비, 근골격계 질환, 통증 관리, 신경계퇴행성 질환, 수술 후, 인지장애, 정신과적 질환 등으로 인해 진료를 받아야할 필요성이 있으나 보행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환자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침·구·부항술 및 한약제제 처방 등의 한의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미 양방의 경우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일차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의 명칭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해 지난 4월에는 제2차 참여기관을 공모하는 등 시범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은 한·양방간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하나 늘 양방의료 중심의 편향적 정책으로 인해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도 이제야 참여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한 포괄적 고혈압, 당뇨병 관리 서비스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비롯하여 장애인의 열악한 건강 수준과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시행한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또한 특별한 사유 없이 한의사의 참여를 배제한 채 양방만이 시행 중이다. 문제는 고혈압 내지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와 보행이 불편하고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앓고 있는 장애인의 건강을 돌보는데 있어 한의 진료가 상당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며, 매우 우수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데 있다. 진료를 받는 수혜자의 입장에서도 한·양방간 통합진료 내지 자신이 선호하는 진료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제도를 설계하는 첫 과정에서부터 양방의료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온전하지 못한 제도가 탄생하고, 이후에 그것을 수정·보완하는 행태의 행정 편의주의가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보건의료서비스 제도는 그것의 설계 단계부터 한·양방간 균형 맞춘 모형을 만들어야만 최고의 효율과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내과 진단 검사·의료기기 활용과 임상서 쉽게 마주치는 정신질환 분야 한의 치료 공유[편집자주] 대한한방내과학회․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전국한의학학술대회에서 각각 의료기기, 진단검사 등을 활용한 한방내과 진료의 실제와 뇌 건강·중풍 후 우울증·떨림·틱 장애 등 임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정신질환 분야 한의치료를 공유해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이 지닌 강점을 소개할 예정이다. ◇대한한방내과학회 의료기기, 진단검사 등 활용한 한방내과 진료의 실제 소개 △일반혈액학검사(CBC)를 활용한 빈혈진료 이남헌 대전대 교수는 임상에서의 정확한 빈혈 진단과 치료를 위해 빈혈환자 진료의 요점 및 주의사항, 빈혈의 개요 및 발병기전, 일반혈액학검사(CBC) 사용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임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빈혈 환자 사례를 공유한다. 이 교수는 “이번 강의는 빈혈 환자 진료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과 적절한 진단과 치료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심전도 자동판독을 활용한 두근거림 진료 권승원 경희대 교수는 흉부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 진료 시 활용할 수 있는 심전도 활용방법을 강의한다. 단순 심전도 판독법을 해설하는 강의가 아닌 심전도 기기가 제공하는 ‘자동판독’ 기능 활용에 필요한 체크포인트를 증례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권 교수는 “이번 강의를 통해 한의 임상에서 흉부 불편감 진료 시 꼭 감별해야 할 질환 스크리닝과 협진의뢰 상황 감별 등을 통해 임상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흉부엑스레이를 활용한 호흡기질환 진료 흉부방사선을 이용한 호흡기 질환 진료 강의를 준비한 이범준 경희대 교수는 폐, 심장을 포함한 정상 흉부 구조물의 해부학적인 소견과 흉부방사선으로 구현됐을 때 나타나는 해부학적 소견을 알아보고, 흉부방사선 특성에 따른 판독 시 고려사항을 살펴본다. 이 교수는 “흉부방사선에 대한 이해는 호흡기 질환에 대한 보다 정밀한 진료를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호흡기 관련 질환에서 시행되는 기본적인 검사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진료 시에 검사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소변, 신기능검사를 활용한 비뇨기 및 신장질환 진료 신선미 세명대 교수는 신장 요로계 검사와 함께 실제 임상례를 제시해 한의 진료에서 진단 범위를 넓히는 내용의 강의를 준비했다. 실제 케이스를 통한 소변 검사 판독 방법을 제시하고, 한약과 신장 독성을 주제로 한 해외 연구 동향을 소개한다. 신 교수는 “일차 진료 현장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환자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또한 한약의 안전성 이슈에 대한 최신 자료와 전문적 지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뇌 건강·중풍 후 우울증·떨림·틱 장애 등 주요 질환 소개 △뇌 건강을 위한 한의학 김종우 경희대 교수는 뇌과학과 한의학 관점에서 뇌를 건강하게 하는 관점 등을 비교하고 전통 한의학에서 다루는 뇌와 심, 자율신경계, 마음과 정신 등의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뇌 건강을 위한 한의학의 목표와 전략을 제시하고 뇌 건강을 위한 한약, 침, 기타 요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는 뇌의 회복을 다루는 신경가소성 이론이나 뇌의 퇴행을 막는 뇌 훈련 프로그램, 그리고 스스로 뇌를 고치는 자가 치료법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한의학적 접근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풍 후 우울증의 한의 치료 김상호 대구한의대 교수는 한약, 침, 한약과 침 병행치료, 심신요법 및 상담 가이드 등의 최신 근거와 지침을 바탕으로 중풍 후 우울증의 진료에 필요한 포괄적인 치료법을 강의에 담는다. 김 교수는 “한의사는 중풍 후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평가하고 통합적으로 치료, 관리할 수 있는데도 임상에서 만나는 중풍 환자가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라며 “중풍 후 다양한 정서장애에 대한 한의치료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번 강의가 중풍 후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이 떨려요”-임상표현 기반 떨림의 진단과 치료 김보경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손, 머리 떨림 등의 증상을 구분하고 한의학 연구현황을 통해 한의 침구치료, 한약치료, 면담 치료 등의 방향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파킨슨병, 파킨슨 플러스, 수전증, 서경증, 본태성 진전 모두에서 손 떨림은 관찰된다. 이런 손 떨림 증상과 머리 떨림, 혀 떨림 증상 등 환자의 표현을 바탕으로 떨림 증상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틱 장애’의 한의 치료 틱장애에 대한 소개와 진단, 감별진단, 평가하는 방법, 한의치료 등의 내용을 준비한 정선용 경희대 교수는 소아에게 흔하게 나타나고 양약 복용을 꺼리는 틱장애의 특성상 한의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어 이번 주제를 선택했다. 정 교수는 “현대 사회는 스트레스 사회이고 아이들조차 어려서부터 학업 스트레스에 치이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틱장애가 많아지고 있다”며 “틱장애의 적절한 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밝게 크는 데 한의사가 기여할 수 있도록 이번 강의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
“최상의 공부 효과 위한 한의학적 접근 방법 담았어요”[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최근 ‘서울대 합격생의 공부도구들’을 간행한 안영수 해가온한의원장에게 저술 배경과 책의 주요 내용, 한의학적인 접근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공부 방법을 주제로 책을 간행했다. 정도가 많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공부와 관련된 시험 중에서 국민의 관심이 가장 큰 것은 바로 수능이다. 수능 시험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준거집단은 의대, 치대, 한의대 합격생 혹은 서울대생일 것이다. 저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금융권에서 일하다 다시 부산대학교 한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학생들이 직접 사용해 효과를 본 공부 도구들을 알고 본인의 공부에 직접 접목시킨다면 그동안 어려움을 느꼈던 문제를 의외로 쉽고 간단하게 해결하고 더욱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부 방법은 각양각색이지만 주변에서 본 최상위 학생들의 공부 도구는 비슷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서울대생들의 공부 패턴과 학습 도구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 Q. 학습 효과를 높여 주는 ‘도구와 수단’에 집중했다. 공부 관련 책들이 종합 베스트셀러의 상위를 차지하는 일은 이제 출판계에서 흔한 일이 됐다.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스터디 카페를 많이 볼 수 있는 현상만 봐도 자기계발을 손에서 놓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부 방법에 대한 여러 내용을 제시한 책들은 많았지만 학습 효과를 증대시켜 주는 ‘도구와 수단’에 초점을 맞춘 경우는 별로 없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불린다. 그만큼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을 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류학자 아구스틴 푸엔테스의 저서 ‘크리에이티브’를 보면 인간의 창의력이 도구의 개발을 이끌었고, 그것이 뇌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인간이 도구를 개발했고 그 도구는 인간의 창의력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기 때문이다. 즉 도구와 인간은 서로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고 성장해온 셈이다. 공부 또한 불굴의 의지와 엄청난 노력으로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합격한 사람들을 보면서 감동하지만 정작 본인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어떤 도구를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해왔는지를 살펴보고 나에게 적용한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성과가 부족하다. 노력을 빛나게 할 실용적인 공부 도구들을 활용해야 한다. Q. 공부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여섯 가지 정도의 장점이 있다. 첫째, 공부 도구들만 잘 활용해도 공부에 자신감이 생긴다. 둘째, 기존의 공부 방법에서 어떤 점이 비효율적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셋째, 공부 도구를 잘 활용하면 공부의 수준이 달라진다. 넷째, 공부 도구는 합격하는 공부 습관을 만들어 준다. 다섯째, 공부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면 공부의 원리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여섯째, 공부는 마인드 관리가 중요한데 그것이 성적 향상과 직결된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재학 중인 최서윤 학생이 책에 써준 추천사를 보면, 고등학교 때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보다 혼자 공부하다보니 자신에게 맞는 최적화된 공부법을 찾고 싶어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다 저를 만나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었고 그 후에 혼자 공부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학습할 수 있었다고 한다. Q. 최상의 효과를 내는 데 한의학이 기여하는 바가 있는가? 최적의 공부 장소를 고르는 팁에서는 각자의 ‘8체질’ 특성을 고려한 공간을 제시했고, 주변의 체질한의원에서 체질을 한번정도는 감별 받아보기를 추천하는 내용이 나온다. 먼저 공부 컨디션을 관리하려면 수면 중 체온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밤에 잠을 잘 때는 체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다고 온몸이 서늘한 상태일 필요는 없다.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고 해서 차가운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뜨거운 기운은 밑으로 내려가야 건강하다고 본다. 밤에 체온을 서늘하게 유지하더라도 발의 보온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 좋다. 필자는 누구에게나 계절과 상관없이 포근한 수면 양말을 사용하기를 권했다. 순환이 잘 이뤄지면 불면 같은 수면 장애도 잘 해결되기 때문이다. 최적의 음료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한의학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이 나돈다. 우리 몸은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 쪽으로 열이 오른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열 감각을 가지게 돼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냉온 정수기와 냉장고 설치 등이 잘 돼 있어 쉽게 찬물이나 아이스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더 찬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이를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라 보고 ‘음양탕’을 만들어서 먹는 법 등을 소개했다. 음료도 기운을 북돋아 주고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오미자차를 추천했다. 물론 오미자차는 피로를 풀어주는 탓에 언제나 마셔도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려 진액 소모가 많아서 온몸이 나른하고 입이 마르기도 하는 한 여름철에 마시면 더욱 좋다. 따뜻하게 마시거나 차갑게 마셔도 다 풍미가 좋아 자신의 기호에 맞춰 마시기를 추천했다. Q 서울대생의 공부 도구들은 어떻게 확인했는가? 저의 생각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 실제 서울대 재학생 100명과 주변에서 나름의 공부로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객관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분석했다. Q. 어떤 독자들에게 유용한가? 급변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기 위해 평생학습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공부는 이제 누구에게나 중요해졌다. 이에 생애주기별로 공시족,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직장인들, 공인중개사 등의 평생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장년층까지 효율적인 공부 방법에 관한 관심은 꾸준할 수밖에 없다. 시간 대비 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또한 책 내용 곳곳에 한의학적인 내용이 녹아져 있어 독자들에게 최적의 공부 컨디션을 관리하는 데 한의 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