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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본초학회 추계 자원조사’를 다녀와서신수진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박사과정)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2022년도 대한본초학회 추계자원조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조사대상지는 필자의 고향인 강원도 원주시에 소재한 백운산과 치악산 일대였다. 필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곳곳에 스며있는 친숙한 곳이지만, 한의대를 졸업하고 어느덧 본초학회의 어엿한 일원이 되어 연구 목적으로 방문하는 나의 고향은 사뭇 색다른 호기심과 낯선 설렘으로 다가왔다. 1일차 오전, 백운산 자락에 도착해 본초학회 교수님들과 함께 탐방을 시작했다. 차에서 내리자 처음으로 나를 반겨준 것은 가을바람이었다. 대부분 시간을 실험실에서 연구에만 몰두하던 터라, 청량한 가을 내음과 자연의 평온함 속에서 이내 자원탐방에 대한 기대감 역시 더욱 고취됐다. 백운산은 강원도 원주와 충북 제천 경계에 소재한 적막강산으로, 흰 구름과 함께 흰 눈이 쌓여 있다고 하여 ‘백운산’이라 이름 붙여졌다.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300대 명산으로, 인근 생태계와 자연환경 역시 잘 보존된 상태라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 역시 매우 높았다. 들깨풀, 도깨비엉겅퀴, 오배자, 개다래, 덩굴닭의장풀, 산박하 등 식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붉나무가 많이 있어 붉나무벌레집인 ‘오배자’도 흔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오배자는 처음 본다며 감탄을 하던 교수님들의 모습과 오배자 안에 들어있던 가득찬 벌레들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교수님들의 지도 하에 백운산의 울창한 수풀 속 이곳저곳을 조사하고, 또 많은 것을 새로이 배우느라 어느덧 시간은 훌쩍 흘렀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백운산 조사를 마친 이후 춘천집을 방문하여 보쌈을 먹었는데,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실감될 만큼 고기가 달게 느껴졌다. 어느덧 해는 저물었고 그렇게 조사 첫날을 마무리했다. 2일차 오전, 다른 일정이 있어 본초학회 일정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원주시 판부면에 소재한 참옻농장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옻나무, 딱총나무, 털진득찰, 향유 등을 채집하고 서식지를 조사했다. 특히 털진득찰과 향유의 개화 시기에 때맞춰 방문하게 되어 꽃이 핀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기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쉴 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기록하고 나무의 상태를 골똘히 관찰하느라 어느 순간 옻나무로부터 옻이 올랐단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고, 옻 농장 조사를 모두 마친 이후에서야 필자의 입술이 볼록하게 부풀어 올라 두툼해진 것을 발견했다. 다행스럽게도 가볍게 옻이 오른 것이라 거울에 비친 내 입술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글을 마치며, 이번 자원조사 과정 내내 고매하신 본초학 교수님들의 지도 하에 본초학의 심오함과 그 가치를 다시 한번 느꼈다. 한의사로서 임상이 아닌 학문(본초학)의 길을 택하여 경희대학교 본초학 교실에 처음 입학했을 때, 이 모든 과정이 쉬우리라 생각지 않았다. 우리네 삶은 찰나와 같이 유한하고, 학문은 마치 맑고 높이 뻗은 저 가을하늘처럼 무한·무궁할 것이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제 막 박사과정에 접어든 필자는 본초학의 가치와 더 크게는 우리 한의학의 우수함과 세계화를 위해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마음 속 깊이 새긴다. -
-나의 스승님 南村/笑泉 김완희金完熙 선생님은 尙州人으로 이소리초등학교가 모교이다. 대학교수 시절 모교의 교문을 새로 만드는데 일조한 바 있는데 그분이 남긴 유지의 한 부분이다. 그분이 다닌 상주농잠학교는 농촌지역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좋은 학교라고 여러 번 들려주셨다. 선생님이 입학한 첫 대학은 서울 문리대 국문학과로 가끔 지으신 詩와 한의신문의 사설 등이 국문과 지망생임을 증거하였다고 기억한다. 그분의 詩作에는 ‘웃음 샘’(笑泉)의 雅號가 동반한다. 선생님과 제자인 나와 홍무창 교수가 지도교수로서 연이어 공들인 경희대 학생동아리 靑鹿의 ‘靑鹿歌’ 작사가 그분의 작품이다.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常綠樹의 영향을 크게 받아 계몽학교인 상록학원 이사를 역임하면서 몇 년을 고향에서 활동하다가 뜻을 바꾸어 동양의약대학 한의학과에 새롭게 입학하셨다. 입학 시절부터 성북구 안암동 동양의대 교사에서 그분의 눈에 특별히 띈 윤길영 교수님은 평생의 스승으로 남게 된다. 재학시절 윤 교수님 댁으로 매일 출퇴근하면서 그분의 일사불란한 한의학 이론을 계승하고, 본인의 새로운 관점으로 ‘신한방생리학’, ‘유기능체계’라는 독자적인 학문의 세계를 이루셨다. 선생님의 조교였던 나는 內經의 기초부분을 카드화, ‘방제학’과 ‘사상체질의학’의 윤 교수님 서책을 校訂한 자료를 찾아볼 기회가 있어 선생님의 한의학을 이해하는 폭넓은 지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의학 관련 글을 전문지나 논문, 서적에서는 ‘南村’의 雅號를 차별화하여 사용하는 선생님의 독특함이 있으셨다. 뒤늦게 생긴 경희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모두 졸업한 선생님은 한의학과 생리학 주임교수로서 정년퇴임까지 학과장, 학장을 거치면서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셨고, 정년 이후 명예교수로서 경희대 사회교육원에서 교양한의학 강의로 일반인에게 한의학 홍보에 힘쓰셨다. 재직 시 대구한의대가 개교하여 재단 이사장을 역임하시면서 동양의대 동기생 변정환 총장을 돕고, 외래교수로서 주 1회 출강하여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을 지도하기도 하셨다. 南村 선생님을 가까이한 많은 제자들이 있다. 그들의 기억은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의학을 전공한 자부심을 놓지 않으시고, 토론하기를 즐겨 하셨던 분, 생활 속에서는 항상 미소를 머금으시고 인위적이라도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시려고 노력하셨던 분, 부드러우시면서도 완강한 고집도 갖고 계셨다. 특히 선생님을 본받아 실천한 것은 학술봉사동아리 청록의 회원들을 자식같이 사랑하고 지도하신 점이다. 예의를 중시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아비와 같은 모습은 잊지 못할 것이다. 잠시 눈을 감고 그분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좋으셨던 나의 스승님이 틀림없으시다. 고통이 없는 보다 좋은 곳으로 가시길 제자들이 함께 기도합니다. 2022. 10. 03 南村 선생님의 제자, 효전 신민규 삼가 드림 -
“공공보건의료에서 한의사 역할 증대 기여하고파”본란에서는 최근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공직한의사의 활동사항과 향후계획을 들어봤다. 은준석 고양시 덕양구보건소 한의사 ◇보건소에서 담당했던 한의약건강증진 사업은?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은 공공의료에 한의사가 참여해 제도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효능감을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이다. 고양시보건소에서 진료 및 한의약건강증진 사업을 했으며, 2016년부터 시행된 한의약건강증진 시범사업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내어서, 전국 보건소에 표준 프램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2016년 노인대상 한의약건강증진 시범사업에서 우수상, 2018년에 장애인대상 한의약건강증진 시범사업, 2019년에 장애인대상 한의약 방문건강증진 시범사업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의 장점은?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은 한의사가 사업을 맡아 진행하는 경우, 사업 현장에서 침, 한약 투여가 가능하고 추나 등 한의요법이 적용이 가능하며, 기공 체조, 명상, 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대상자들에게 만족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다만 한의약건강증진 사업의 경우, 사업에 대한 한의학적 이해가 필요하므로, 처음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사업추진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돼 2024년에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시점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사회돌봄(커뮤니티케어)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일차의료에서 방문 진료, 만성질환관리제 등이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에 맞추어 한의학도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 ◇코로나 동안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했다. 2020년 9월부터 고양시 수습역학조사관으로 활동했으며, 2022년 개편된 역학조사관 교육·수료과정에서 일반과정으로 수료해 지난 9월 21일 고양시 역학조사관 임명을 받았다. 역학조사관이라는 제도가 국내에는 1999년 처음 도입됐는데,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 이런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2020년 코로나 초기에는 확진자 동선을 따라 CCTV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역학조사 지원업무를 하다가, 2020년 9월부터 시군구에서도 인구 10만 이상인 경우, 역학조사관 1명 이상 의무 배치토록 법률이 개정된 후, 역학조사관 모집에 지원해 확진자의 동선 조사, 접촉자 분류, 코로나 집단발생시 현장조사 후 방역 조치 실행, 해외 변이 바이러스 감시, 원숭이 두창 의심사례 조사 및 감염병 관련 자문 등을 하고 있다. 한의사로서 역학조사관을 지원했을 때, 면접 때 처음 묻는 말이 한의사도 감염병을 아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경기도에서 한의사 공보의를 31개 시군에 파견해 활동해, 전체 역학조사관의 80%가 한의사였기에 답변에 도움이 됐지만, 평상시라면 어땠을까 싶다. 또 제도적으로 한의사에게 감염병 신고 의무는 있지만, 이번 코로나19 검체 채취에서 배제됐던 부분,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키트 발생신고를 막는 등 한의사가 역할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부분들이 많이 아쉬웠다. 역학조사관으로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제2항제1호의 의료기관 입원치료 판단 주체가 의사로만 되어있는 부분들 때문에 국가지정격리병상 배정에서 의사 소견서로만 병원 입원이 가능했던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공직한의사로서 앞으로의 포부는? 공공부문에 한의사의 진출이 더딘 부분이 많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 직군이다. 한의사도 보건정책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해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증대되도록 기여하고 싶다. -
한의학과 서양의학 접목시킨 선구자, 조헌영[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광복 77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한의사들의 삶을 조명하고 의미를 되새겨 본다. 조헌영은 해방 이후 북한에서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집행위원, 서기장 등을 역임한 정치인이자 민족운동가, 한의학자다. 본관은 한양(漢陽). 자는 응문(應文), 호는 해산(海山). 경상북도 영양 출생. 인석(寅錫)의 둘째아들이다. 조헌영의 아들은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로 시작되는 ‘승무’라는 시로 문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청록파의 한 사람인 조지훈 시인이다. 학창시절 와세다대학 영문과 출신인 그가 한의학에 정통하게 된 데는 일본 유학시절 병에 걸린 친구를 치료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헌영의 한의학 연구는 어릴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배운 한학의 영향으로 알려졌다. 양생의 의학으로서 한의학을 공부했다는 점에서 유의(儒醫)로 불린다. ◇근대한의학 개척 1930년대 ‘신동아(新東亞)’에 한의학 학술논문을 연재했는데 1931년 신간회가 해체된 뒤에는 한의학 연구에 몰두해 동양의약사(東洋醫藥社)를 개설했다. 이때의 연구로 근대한의학을 개척하여 현재 우리나라 한의학의 기초를 수립했다는 말을 듣는다. 또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오랜 기간 전개된 한의학 부흥 논쟁의 중심에서 한의학 부흥을 역설하기도 했다. 지면을 통해 당시 양의사인 장기무, 정근양, 약사 이을호 등이 제기한 한의학에 대한 견해들을 내용에 따라 찬성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한의학이 ‘뜨거운 감자’로서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1934년부터는 ‘한의학원론(漢醫學原論)’에 이어 ‘폐병치료법’, ‘신경쇠약치료법’, ‘위장병치료법’, ‘부인병치료법’을 간행했고, 한의과 대학의 교과서로도 활용된 ‘동양의학사’와 ‘통속한의학원론’ 등을 집필했다. ◇동서의학 융합 지향 조헌영이 특히 대단한 것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조화를 중시했다는 점이다. 즉 두 집단 간의 대립에 집중하지 않고, 환자의 처지에서 더 좋은 치료를 고민한 것이다. 1934년에 발간한 대표 저서인 ‘(응용자재)통속한의학원론’을 통해, 이전에 발행된 서양의학 소개의 의학서적들(조선총독부 발행)이 단순히 해부학과 생리학, 약물학, 전염병학 등 서양의학 기초지식과 진료 및 치료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과 달리, 한의학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서양의학의 내용을 실용적으로 접목시켜 한의사뿐만 아니라 처음 한의학을 접하는 입문자나 일반인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하는 동서의학 융합의 학문관을 지향했다. 조헌영은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특성을 철저하게 따져보고,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서로 보완하여 접목해 나간다면 현실에서 많은 질병들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언어학자들과 독립운동 1935년 한의사로 명성을 떨치던 그에게 또 특이한 발자취가 발견됐다. 조선어학회 표준말 사정위원, ‘큰사전’ 편찬전문위원을 지내며 ‘언어독립운동가’들과 함께 독립운동에 매진한 것이다. 당시 조선말사전, 말모이 작업에 참여한 조선어학회 학자들은 대부분 극심한 고문을 받거나 실제 사상자가 발생할 만큼, 일본경찰에 큰 탄압을 받았다. 영화 ‘말모이’로도 알려진 바로 그 내용과 인물들 속에 조헌영 한의사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는 1936년 인사동에 일월서방(日月書房)을 설립했고, 1945년 광복이 되자 8월 18일 원세훈(元世勳) 등과 조선민족당을 결성했는데 홍명희(洪命憙) 계열에 속했다. 조선민족당이 그 해 9월 4일 한국민주당 결성에 참여한 뒤 지방부장에 이어 조직부장까지 역임했다. 이때 임시정부 및 연합군 환영준비위원회 사무차장도 역임했던 기록을 보아 단순히 한의사로 명성을 날렸다기보다 독립운동가들과 오랜 시간 교류하고, 그들과 함께 크고 작은 거사에 참여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해방직후 정치인과 특히 임정 관련 위원회는 대다수 독립운동가로만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1946년 11월 26일 한국민주당 상임위원을 역임했고, 1947년 1월 26일 경교장에서 열린 반탁독립투쟁회 결성에 참여하고, 이철승, 윤보선 등과 함께 반탁투쟁회 중앙집행위원의 한사람으로 선출됐다. ◇국회의원 활동 1948년 5월 10일 제헌의회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지 5개월 후 조헌영은 한국민주당을 탈당했다. 탈당 직후 제헌의회에서 조헌영이 강력히 추진한 법안은 다름 아닌 ‘반민족행위처벌법’이었다. 반민족행위 악질 친일파, 밀정, 매국노등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독립운동가들과의 교류와 활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기서 조헌영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특임경찰, 특별검사처럼 반민족행위자들을 조사하는 일도 수행한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신념과 철학이 당시 한민당을 탈당한 이유로 보인다. 1950년 5·30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당선되어 김동성(金東成)과 함께 중도 성향의 ‘무소속구락부’를 이끌었다. 바로 이 시기에 그는 독립운동가로서의 위대한 행보를 보이면서, 동시에 현대 한의학사에 가장 역사적 순간으로 손꼽히는 업적을 이루어냈다. 일제가 패망한 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일제가 시행하던 조선의료령은 폐기되지 않은 채 여전히 존속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새로운 국민의료법을 제정, 국민보건향상 및 의료업자의 양성을 도모하려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추진을 담당한 보건부는 1950년 2월 ‘보건의료행정법안’을 국회 문교사회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보건부가 제출한 ‘보건의료 행정법안’은 시작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법안의 제1장 총칙(의료인)에 서양 의사제도(의사, 치과의사제도)만을 포함하고 있었고 한의사는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일제가 강압으로도 끝내 말살시키지 못하고 다만 의생으로 격하시켰던 한의사를 해방된 조국에서 배제하려 하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혹심한 천대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제헌국회에서 한의학계의 유일한 대변자였던 조헌영 의원이 “민족의학을 말살시켜서는 안 된다”며 “5천년 전통을 가진 민족의학의 맥을 단절시킬 수 없다”는 진정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 의원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보사부 제출 법안은 폐기됐다. 조헌영이 한의학 제도를 살린 것이다. 한의사 제도는 1951년 9월 25일 법률 제221호로 공포된 ‘국민의료법’에 의해 법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법 제2조에 한의사, 제3조와 제8조에 한의원, 제13조에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나온 자로서 국가고시에 합격해 자격을 획득하게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한의사들은 의사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 것이다. ◇생애 후기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납북됐다. 북한에서는 주로 한의학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평양의과대학교 한의과대학원에서 한의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56년 7월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집행위원, 1980년 7월 서기장을 역임했다. 1988년 5월 23일 평양에서 타계했고, 경상북도한의사회가 2011년 3월 5일 제59회 정기총회를 맞이하여 도회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
한의 의료기기 실증사업의 필요성김선칠 교수 (계명대학교 의용공학과) 의료기기는 생명체와 같이 개발시점과 판매시점의 시간적 거리를 두고 있다. 의료기기는 성장을 통해 변화되면서 시장 진입이 이뤄진다. 다양한 종류와 소량으로 생산이 된다는 의미인 동시에 많은 수요자의 요구사항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용자 요구사항의 적극적인 수렴 없이는 연속성을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의료기기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으며, 제공되는 서비스 모델도 한계에 도달한다. 인허가를 통해 기본적인 제품의 완성도는 갖춰지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제품과 서비스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제품의 성장을 관찰해야 한다. 한의약진흥원, 한의 의료기기 실증사업 진행 의료기기 성장의 핵심적인 처방은 실증사업이다. 최근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는 한의 의료기기 기업을 선정해 병원 임상현장과 연계하여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의료기관을 선정하고, IRB를 통한 임상 검증, 레퍼런스와 결과비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기업이 직접 투자하기엔 많은 비용과 실패 요소가 따른다. 이를 해결하고자 기업은 정부 산하 관련 전문기관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한의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성능 검사는 전문기관에서 정해진 절차와 방법을 진행하지만, 의도된 목적에 맞는 유효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현장에서 직접 사용을 통해 사용자에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실증사업은 기업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의료기관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품의 문제점 개선 및 임상의 요구사항 등 반영 한의 의료기기 실증사업 단계는 제품 설계 및 개발부터 시험, 검사 방법 도출, 임상시험, 기술문서 작성 등의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많이 알려진 분야는 임상시험으로 인허가를 받기 위한 탐색, 확증 임상이 아닌 사용적합성에 해당하는 의료기기의 사용성 평가다. 제품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임상에서의 요구사항을 한의사, 사용자, 환자 등의 현장 반응을 관찰하는 연구가 실증사업이다. 기존 실증사업은 맞춤형 기업 지원으로 주로 지정된 병원에서 제품의 유관적 평가와 전문가 입장의 개발 컨설팅을 진행했다면, 실증사업은 IRB를 통해 임상 검증을 시행하고 여기서 얻은 임상자료를 기반으로 제품의 개선방안과 시장 마케팅 자료를 연구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구실에서 전혀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으며, 병원의 입장에서는 개발 초기나 시장 진입 시기부터 참여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 모델인 동시에 병원에서 의료기기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함에 따라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많은 의료기관에서 임상 실증센터를 운영해 의사들의 창업 지원 및 병원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기업은 질 좋은 국내시장 진입과 데이터 확보 및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효과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기관을 통해 병원이 진단과 치료 이외에 의약품 개발, 의료기기 개발 등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을 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기관을 두고 있다. 미개척 분야 많은 한의 의료기기, 임상 실증 단계 ‘중요’ 특히 한의 의료기기 분야는 미개척 분야가 많고,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문적인 타깃 시장에 대한 진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상 실증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한의 의료기기는 개발자 몇 명에서 불편함을 개선하는 제품이 아니라, 다수의 대상자에게 편의와 희망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을 소화해야 한다. 늘 개발자는 다수의 생각을 읽지 못해 독창적이라는 함정에 빠져 다른 시각에서 제품을 보지 못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 과정의 검증은 매우 높은 단계로 여러 과정을 거치며,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만, 의료기기의 실증 단계는 아직 기업이 소극적으로 연구소에서 자체 평가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의 의료기기는 대중성이 다소 부족하여 서비스 접목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에는 의료기기 실증사업이 좋은 처방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한의 의료기기 실증사업으로 기업과 병원이 함께하는 산·병 연구의 중요한 모델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481)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0년 4월1일 부산광역시한의사회에서 『부산한의학회보』 제36, 37호 합본을 간행한다. 1970년대의 시작을 여는 시기에 당시 부산시한의사회 회장 김경수는 권두언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실천요망 사항을 정리해 내놓았다. ①70년대에는 우리 한의사로서 훌륭한 인물을 선발하여 국민의 대변인으로서 국회에 보내어 한의학의 우수성을 국민에게 널리 선양케 하고 또한 의료법의 미비를 시정케 할 것. ②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요청하여 고전의학원문의 번역사업을 년차계획하에 실시토록 할 것. ③보건사회 부문에 한방과를 설치케 하고 정부의 시책예산에 한방의학의 주지보급책을 계획토록 할 것. 이 학술잡지에는 당시 한의계의 주관심사들을 담은 논문들로 채워져 있다. 「홍콩독감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하여」(김종태), 「胎漏 및 崩漏의 治驗三例」(金東匹), 「醫方湯頭訣」(학술부 정리), 「婦人經病小考」(安鎬律), 「사상의학의 장점」(金文星), 「辨證錄卷之五略譯」(河在關), 「暑風小兒産胎論」(李雲經), 「經驗處方集」(李八龍, 李學述), 「隨筆」(朴正根), 「漢方歌」(金晶), 「기적엽초 캄프리에 대하여」(류길영) 등이 그 논문들이다. 「홍콩독감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하여」는 당시 크게 유행했던 홍콩독감에 대해 한의계에서 미연방지책과 치료 등에 대한 한의학적 방안을 방송으로 계몽하기 위해 김종태 부회장이 2월25일 11시 ‘주부휴게실’이라는 방송프로에 출연하여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한 원고이다. 「胎漏 및 崩漏의 治驗三例」(부제: 오행침시술 한약투여 병행에 의한)는 부산시 중구 신창동 서림한의원 김동필 선생의 胎漏 및 崩漏를 사암침법으로 치료한 경험례 3개를 소개한 것이다. 「醫方湯頭訣」을 王昻의 湯頭歌訣을 호마다 연속으로 소개한 것이다. 「婦人經病小考」는 부산시 동구 범일동 안산한의원 安鎬律 선생이 부인병의 하나인 경병을 원인, 증상, 치료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사상의학의 장점」은 金文星 선생이 사상의학의 방법으로 치료해서 효과를 거두었던 실례 4케이스를 들어 그 학문적 장점을 논한 논문이다. 「辨證錄卷之五略譯」은 서구 동대신동 동주한의원 河在關 선생이 청나라 陳士鐸의 『辨證錄』의 5권의 일부 내용을 번역하여 소개한 글이다. 「暑風小兒産胎論」은 삼양치과의원의 李雲經 원장이 소아의 여름철의 뇌염에 대한 견해를 정리한 것이다. 「經驗處方集」은 광천한의원의 李八龍, 환생한의원 李學述 兩선생의 경험처방을 정리한 것이다. 「隨筆」은 현대한의원 朴正根 선생의 ‘봄과 인생’이라는 제목의 수필로서 봄에 느끼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적은 것이다. 부산송도 柳한의원의 류길영 선생(부산 캄프리센터 설립 준비위원장)의 「기적엽초 캄프리에 대하여」는 캄프리의 약물적 가치를 정리한 논문이다. 세창국한의원 金晶 선생은 「漢方歌」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1969년 10월 31일 작사 작곡). (1절)유구한 역사속에 자라온 철학. 현대과학 문명의 근원의 초석. 동양에 뻗쳐간다 오대양으로. 선현들의 얼을 잊자 심오한 진리. (2절)聖醫仲景상한론과 왕숙화맥결. 허준선생동의보감 편작오행침. 아세아의 민족문화 계승을 하야. 세계인류공헌하자 한방의술로. (3절)의약의 창시조는 신농씨위업. 고전에 잠긴 뜻은 우리의 진수. 성현들의 유적속에 키워온 한방. 후세에 전수하자 동서양국에. (후렴)한방은 불명의 봉화 동방에서 해가 떴다. 귀한 전통 이어받아 영원히 빛내자. -
“고령화시대··· 지역사회 ‘통합 돌보미’는 한의사죠”김준연 한의사 원주시 호저보건지소 <편집자 주>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강원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준연 한의사는 지역사회 어린이와 노년층을 대상으로 교의활동과 진료를 펼치고 있다. 우석한의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4월부터 원주시 호저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하며 어르신 대상 한의진료 및 방문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호저면 소재 고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의약 보건교육과 한의사 직업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김준연 한의사에게 교의사업과 방문 진료 과정에 느꼈던 소감을 들어봤다. Q. 공보의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원주 호저보건지소에서 침 치료와 보험한약 처방 등 기본적인 한의진료와 함께 교의 사업과 방문진료 등과 같은 다양한 보건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공한협 강원도 대표로서 강원도 전반에 일어나는 공보의 관련 업무들을 처리하고 있다. Q. 교의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부터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의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어 교의 사업에 대한 교육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지역 내 보건사업에 참여하면서 고산초등학교와 이어져 수업을 진행하게 됐는데 원주시보건소에서도 한의과 보건사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라 즐겁고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 Q. 초등학교에서의 교육 내용과 반응은? 이론만을 전달하는 딱딱한 강의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어렵지 않고 친숙한 한의학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의사가 사용하는 침과 한약에 대해 설명하고 실습으로는 자기 몸에 스티커침을 붙이고 한약재를 준비해 눈으로 보고 냄새도 맡아보며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수업에 대한 집중도도 높았고 질문시 앞다투어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한의학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수업 후 진행한 한의약 강의에 대한 만족도 설문지 조사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업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Q. 보건진료소 주요 진료 내용은? 매주 수요일, 고산보건진료소에 방문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의 진료·보건교육·건강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매주 금요일은 거동이 불편해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에 내원하기 힘든 환자를 대상으로 전연희 고산보건진료소 소장과 함께 직접 재택으로 방문해 혈압·혈당 체크와 한의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중풍 후유증이나 낙상 환자가 많았는데 이번 방문진료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의료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Q. 방문진료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보다 한의사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데 직접 방문진료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한의진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이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에서도 한의사의 참여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근거가 된다. 많은 한의사 선생님들이 방문 진료 사업에 참여해 다양한 근거와 선례들을 쌓았으면 좋겠다. Q. 한의사의 방문진료가 갖는 장점이 있다면? 한의사는 의료장비의 휴대가 용이해 기본적인 진료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술과 처치가 가능하며 사업 대상자들의 높은 치료 효과 및 만족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고령 세대에게 친숙하며, 신뢰도가 높은 한의 진료의 장점을 활용해 지역사회중심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Q. 앞으로 공보의로서 계획은?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이 많은데 넓은 의미로 질병의 치료, 예방, 건강 관리 과정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미병(未病)이라는 개념이 있듯이 한의학이야말로 예방 의학과 질병 치료를 모두 포괄하는 헬스케어와 밀접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주말에 대학원에서 ‘의학 영양학’ 수업과 함께 평소에는 운동과 재활을 공부하고 있다. 공보의 이후에도 바로 임상의에 나가기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할 예정이다. Q. 한의약 활용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방향은? 코로나 시대, 직역간 이해관계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 한의사의 코로나 업무에서 배제됐다. 직역간 이해관계가 의료현장에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국민건강과 복지를 위해 합리적이고 책임있는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또한 인구 고령화에 따라 한의약 방문진료가 필요한 어르신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의약 방문 진료의 다양한 장점을 고려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에 한의사의 활발한 참여 확대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18[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한의계를 둘러싼 다양한 법적 분쟁을 대비해 원인과 대응책을 살펴본다.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한의원을 개설하면 간호조무사 등 직원을 두게 된다. 역으로 한의사가 병원에 의료인으로 취업하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사용주로서 직원을 해고(계약해지)하거나 또는 노동자로서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변호사로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사용주와 노동자간 해고무효신청 등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심지어 민, 형사상 쟁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점을 유의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핵심사항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해고 해고는 노동자가 사직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사용주가 사직을 시키는 것이다. 사직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주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은 해고에 해당하고 이 경우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더불어 사직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팀 전체의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는 것 역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해고는 통상해고, 징계해고, 경영상해고(정리해고)로 구분된다. ◇통상 해고 노동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통상해고는 △업무에 대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거나 직무능력이 부족한 경우 △계약상의 노무제공을 곤란하게 하는 질병을 입은 경우 △경쟁업체 등에 기밀누설 위험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이처럼 노동자의 일신상의 이유에 의한 통상해고의 경우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근로자에게 소명기회를 주는 등 징계해고와 같은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 다만 통상해고의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해고 시 해고사유와 해고효력일자가 기재된 서면통보를 해야 하며,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해고 30일전에 해고예고통보를 하되, 30일전에 해고예고통보가 없는 경우에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3조상 사용주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바 정당한 사유로 동법시행령 제14조에 이를 예시로 들고 있다. 실무상 해고의 경우 정당한 사유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있다. 우선 무단결근은 단순무단결근만으로는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고 수차례의 시정지시 등의 요청을 받고도 무단결근을 하는 경우에는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 직장질서 문란행위는 풍기문란, 복장위반 등과 같은 경우 사생활의 자유와 충돌될 수 있으므로 사업장내의 공동작업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 한해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 학력, 경력사칭, 은폐, 이력서 허위기재 등은 이러한 사칭으로 인해 임금수준, 직급결정 등 근로조건의 체계를 문란하게 해 사용주가 구체적인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 동료, 상사에 폭력행사는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그 외 정당한 사유로 문제가 되는 것이 △이중취업 △업무 외 비행과 형사범죄 △형사상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다. 업무와의 관련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 ◇징계 및 경영상 해고 징계 해고나 경영상 해고의 경우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징계 해고의 경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징계규정을 둔 경우 반드시 이를 준수해야 한다. 예컨대 취업규칙상 징계규정에서 징계위원회 구성에 노동조합의 대표자를 참여시키거나 징계 대상자에게 징계위원회에 출석, 변명과 소명기회를 부여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징계는 무효이다. 경영상 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24조상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해고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아울러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해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대표)에 50일 전에 통고하고 성실하게 교섭을 해야 한다. 징계와 관련 양정의 경우 통상 비위정도에 따라 △구두 및 서면경고 △감급(감봉) - 단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95조상 1회의 액이 평균임금의 1일분의 반액을 초과하거나 총액이 임금지급기간에 있어서 임금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함 △강등 △정직 △징계해고에 처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해고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바, 노동위원회는 조사관을 지정하고 신청인에게 증거를 제출하고 이와 관련 피신청인에게 답변서 및 소명자료를 제출케 한 후 사실조사를 한 후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문을 개최, 해고의 부당성 등에 대해 심리 판단을 한다. 위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 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에 불복 시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는 구제명령 또는 기각(각하)명령, 금전보상명령결정을 할 수 있다. 한편 퇴직과 관련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며 이 경우 퇴직금산정범위와 관련해 사전에 명확한 계약서 체결과 법적검토를 해야만 법적분쟁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퇴직 전 재직 중 알게 된 회사의 모든 업무, 특히 영업 비밀(개인정보 등 회사의 인사상 모든 정보)과 관련해 경쟁업체를 포함한 외부에 누설하지 않는다는 사전 비밀유지 각서를 징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재직 중 회사 소유의 업무용 노트북, 컴퓨터 등과 관련 회사에서 영업비밀 탐지유출 관련 포렌식 조사에 동의 협조하겠다는 각서도 받을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퇴직일로부터 1년간 재직 중인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회사를 소유, 관리, 운영, 취업, 참여하지 않는다는 경업금지 약정도 체결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와 관련 헌법상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기간과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
“침 치료, 유방암 환자들의 관절통에 효과적일까?”[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유화승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 동서암센터 KMCRIC 제목 침 치료가 유방암 환자들의 아로마타제 억제제에 의해 유발된 관절통에 효과적인가? 서지사항 Liu X, Lu J, Wang G, Chen X, Xv H, Huang J, Xue M, Tang J. Acupuncture for Arthralgia Induced by Aromatase Inhibitors in Patients with Breast Canc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tegr Cancer Ther. 2021 Jan-Dec;20:1534735420980811. doi: 10.1177/1534735420980811. 연구설계 모든 유형의 침 치료와 거짓 치료를 비교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 분석 연구. 연구목적 아로마타제 억제제에 의해 유발된 관절통(Aromatase inhibitor-induced arthralgia, AIA) 치료에 침의 임상 및 위약적 효과를 명확히 하기 위함. 질환 및 연구대상 유방암 환자들의 아로마타제 억제제에 의해 유발된 관절통. 시험군 중재 전기침, 이침과 같은 모든 유형, 용량의 침 치료. 대조군 중재 거짓침(최소한의 피부를 관통하는 시술을 하거나 시술하지 않음) 및 약물,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무처치 대조군. 평가지표 1. BPI(Brief Pain Inventory)에 의해 평가된 관절통 중증도. 2. WOMAC(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Osteoarthritis Index) 점수. 3. 통증 강도 스코어 - VAS(visual analog scale). 4. 암 치료의 기능 평가 - functional assessment of cancer therapy(FACT). 주요 결과 1. 침 치료는 거짓침 치료나 무처지 대조군에 비해 유효한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다. 전체 7개의 연구에서 표본수는 603명. 2. 통증 관련 간섭(pain-related interference) 평균값(mean differences: MD)은 -1.89, 95% 신뢰구간 (CI) [-2.99, -0.79]. 3. 통증 중증도(pain severity)의 MD는 -1.57, 95% CI [-2.46, -0.68]. 4. 심한 통증(worst pain)의 MD는 -2.31, 95% CI [-3.15, -1.48]. 5. 어떠한 연구에서도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저자 결론 침 치료가 AIA 유방암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보여주었다. 침 치료와 거짓침 치료의 비특이적 및 위약 효과의 본질을 더 탐구하기 위해 개선된 눈가림 방법을 사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KMCRIC 비평 초기 유방암의 표준 치료제인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는 유방암을 가진 여성 환자들에게 내분비 치료를 위해 권장된다[1]. 그러나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인한 관절통(Aromatase inhibitor-induced arthralgia, AIA)과 같은 부작용으로 AI에 대한 순응도가 저하된다. AIA를 완화하기 위한 약물은 급성기 반응, 신독성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본 연구는 AIA에 대한 침 치료의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근거를 모으고 평가했는데 최종적으로 7개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메타 분석에 포함시켰으나 그 중 3개의 연구는[4, 6, 8] 메타 분석에 적합하지 않아 결과만 설명하고 메타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침 치료가 AIA에 대해 유의미한 효능을 보여주었으며 부작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거짓침 치료와의 유의미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5개의 연구는 [2∼6] 침 치료와 거짓침 치료와의 효과를 비교했는데, 이들 중 3개의 연구만이[4∼6]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며, 2개의 연구에서는[2, 3]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다른 2개의 연구에서는[7, 8] 약물과 침 치료의 효과를 비교했는데 한 연구에서[7] 치료 6주 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나 12주 후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으며, 다른 연구에서는[8] 치료 기간 동안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나 두 연구 모두 비뚤림 위험성이 높았다. 이번 분석 결과는 이전의 AIA에 대한 침 치료의 체계적 고찰과 메타 분석 결과와 유사함을 보인다[9∼12]. 그러나 이전 연구들은 침의 위약 효과를 평가하지 않았고 중국의 연구 결과를 포함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중국 논문을 포함하여 이전 연구들 보다 폭넓은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으나 포함된 연구의 수가 적고 분석된 환자의 수가 603명에 불과하다. 또한 연구의 이질성(heterogeneity)이 높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관찰된 다양한 AIA 통증 양상 완화에 대한 침 치료는 효과적이고 안전하나 거짓침 치료와의 유의성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침 치료가 AIA의 통증 완화에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보여주었으나 향후 침과 거짓침에서 보이는 위약 효과를 관찰하기 위한 보다 수준 높은 눈가림 방법을 사용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1] Burstein HJ, Temin S, Anderson H, Buchholz TA, Davidson NE, Gelmon KE, Giordano SH, Hudis CA, Rowden D, Solky AJ, Stearns V, Winer EP, Griggs JJ. Adjuvant endocrine therapy for women with hormone receptor-positive breast cancer: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cused update. J Clin Oncol. 2014 Jul 20;32(21):2255-69. doi: 10.1200/JCO.2013.54.2258. https://pubmed.ncbi.nlm.nih.gov/24868023/ [2] Hershman DL, Unger JM, Greenlee H, Capodice JL, Lew DL, Darke AK, Kengla AT, Melnik MK, Jorgensen CW, Kreisle WH, Minasian LM, Fisch MJ, Henry NL, Crew KD. Effect of Acupuncture vs Sham Acupuncture or Waitlist Control on Joint Pain Related to Aromatase Inhibitors Among Women With Early-Stage Breast Cancer: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8 Jul 10;320(2):167-176. doi: 10.1001/jama.2018.8907. https://pubmed.ncbi.nlm.nih.gov/29998338/ [3] Mao JJ, Xie SX, Farrar JT, Stricker CT, Bowman MA, Bruner D, DeMichele A. A randomised trial of electro-acupuncture for arthralgia related to aromatase inhibitor use. Eur J Cancer. 2014 Jan;50(2):267-76. doi: 10.1016/j.ejca.2013.09.022. https://pubmed.ncbi.nlm.nih.gov/24210070/ [4] Oh B, Kimble B, Costa DS, Davis E, McLean A, Orme K, Beith J. Acupuncture for treatment of arthralgia secondary to aromatase inhibitor therapy in women with early breast cancer: pilot study. Acupunct Med. 2013 Sep;31(3):264-71. doi: 10.1136/acupmed-2012-010309. https://pubmed.ncbi.nlm.nih.gov/23722951/ [5] Crew KD, Capodice JL, Greenlee H, Brafman L, Fuentes D, Awad D, Yann Tsai W, Hershman DL. Randomized, blinded, sham-controlled trial of acupuncture for the management of aromatase inhibitor-associated joint symptoms in women with early-stage breast cancer. J Clin Oncol. 2010 Mar 1;28(7):1154-60. doi: 10.1200/JCO.2009.23.4708. https://pubmed.ncbi.nlm.nih.gov/20100963/ [6] Bao T, Cai L, Giles JT, Gould J, Tarpinian K, Betts K, Medeiros M, Jeter S, Tait N, Chumsri S, Armstrong DK, Tan M, Folkerd E, Dowsett M, Singh H, Tkaczuk K, Stearns V. A dual-center randomized controlled double blind trial assessing the effect of acupuncture in reducing musculoskeletal symptoms in breast cancer patients taking aromatase inhibitors. Breast Cancer Res Treat. 2013 Feb;138(1):167-74. doi: 10.1007/s10549-013-2427-z. https://pubmed.ncbi.nlm.nih.gov/23393007/ [7] Jing YE, Wang B, Xiao-Ai LV, Sun ZL. Clinical Study of Acupuncture Intervention in Muscle,Bone and Joint Pain Caused by Aromatase Inhibitors in the Treatment of Breast Cancer. Shanghai Journal of Acupuncture and Moxibustion. 2015;7:642-646. http://caod.oriprobe.com/articles/46314381/Clinical_Study_of_Acupuncture_Intervention_in_Muscle__Bone_and_Joint_P.htm [8] Jun LI, Huang M, Lin M, Wang J. Clinical effect of Canggui Tanxue acupuncture at ashi point in the treatment of muscle, bone and joint pain induced by aromatase inhibitor of breast 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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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간암 환자에게 한약을 준다는 것?”김은혜 연구교수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 주] 화가 베이먼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죽는다고 믿던 이웃을 위해 나뭇가지에 직접 잎새를 그렸다. 이웃은 이 잎새를 보며 생의 의지를 다잡았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 이야기다. 본란에서는 죽음을 눈앞에 둔 말기 암 환자에게 한의사로서 희망을 주고자 한 김은혜 임상교수(강동경희대한방병원)의 원고를 싣는다. 암 환자가 나에게 찾아와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을 하나만 꼽자면 단언컨대 “한약 먹으면 간이 안 좋아진다는데 암 환자인 제가 먹어도 되나요?”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말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굳이 나에게까지 찾아와서 이 질문을 하는 상황들이 조금은 언짢았다. 그런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같은 말을 한 또 다른 환자가 질문과 동시에 나에게 건넨 작은 책자 하나를 보고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책자는 우리나라에서 5대 병원으로 꼽히는 대형 병원에서 암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교육적 목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는 책이었다. 환자가 펼쳐준 페이지에는 너무나도 눈에 띄는 위치에 큰 글씨로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암 치료를 받는 동안 한약 등의 대체요법이나 불확실한 것들은 절대 드시지 마세요.’ “모든 약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잠재력 있어” 그 글을 읽는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문장을 읽고서도 나를 찾아온 사람들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왔던 것 인걸까. 의료 현장에서 보기 드문 단어인 ‘절대’가 들어간 명백한 부정문을 읽고서도, 결국은 더 살고 싶다는 단 하나의 기대로 나를 찾아온 그들에게 나는 어떤 감정을 앞세워 맞이해야 했던 걸까. 이 의문을 시작으로 많은 환자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복잡한 감정이 얽혔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언짢음을 앞세울 이유는 없어졌다는 점이었다. 덧붙이자면 저 문장은 몇 년 뒤 다시 확인해보니 조금 부드럽게 바뀌어져 있었다. ‘한약 등은 반드시 복용 전에 의료진과 상의하세요’와 같은 말투였던 것 같다. 의료계 전반적인 갈등이나 이런 티칭(teaching)이 활자로까지 남을 수 있게 되어 버린 과거의 행태들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결과론적으로 여느 평범한 때와 같이 진료를 열어 둔 어느 날, 갑자기 암 환자가 찾아와서 저런 질문을 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심정일지,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할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말들을 나누고자 한다. ‘한약은 간에 부담을 주지 않아요’라는 말은 앞뒤 맥락 없이 사용하면 엄연히 틀린 말이다. 모든 약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일상에서 영양제로 5~6개의 약을 한꺼번에 챙겨먹다가 간수치가 오르는 례가 드물지 않다. 한의 치료 부작용의 근거 정리에 있어 조금 소홀 대부분의 항암제는 약물의 부작용 목록에 ‘간독성’이 꽤 높은 순위에 등재되어 있다. 등재되어 있다함은 환자나 보호자가 상시 조회 가능하게 게시되어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전 세계가 동일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는 뜻이다. 어떤 항암제는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동시에 간을 보호하는 약물도 함께 주입할 것을 표준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고 있으며, 임상에서는 함께 투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수치가 오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받던 환자가 의사로부터 치료 약물로 인해 간수치가 일시적으로 올랐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컴플레인(complaint)을 강하게 하거나 치료 거부를 선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점이 한의진료현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는 순간이다. 조금 더 확장된 례를 말하면 항암치료와 한약치료를 병행하던 환자에게 예상하지 못한 간수치 상승이 확인되었을 때, 필수 약을 제외한 약들은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약치료를 끝까지 받겠다고 고집하는 환자는 없다. 당연히 항암치료는 필수 약에 속하므로 계속 유지하며 우리 또한 항암치료는 계속 하시라고 티칭해야 한다. 암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보고된 치료제의 종류가 몇 안 되는 현실이 분위기를 그렇게 형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간독성과 관련된 부작용이 약마다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고 그것을 의료진이 사전에 고지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장 또한 그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음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동종 업계에 있는 한의사로부터 내가 받았던 질문 중 상당수가 ‘이미 간수치가 오른 암 환자 또는 간암 환자에게도 한약을 줘도 되는가?’였다. 반면 ‘암 환자가 침을 맞고 많이 어지러워하는데 괜찮은 것이냐?’는 질문은 거의 없었다. 이것만 봐도 우리가 그간 한의암치료, 특히 한약의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창출하고 정립하는 과정에 노력을 쏟아 붓느라 ‘부작용’에 대한 근거를 정리하는 것에는 조금 소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선 질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약을 드려도 된다. 다만, 간수치가 올라있는 암 환자에게 혹은 간암 환자에게 왜 한약을 주려 하는가가 명확해야 된다. 갑작스러운 수치 상승으로 인해 한창 관련된 검사를 하고 있는 환자에게는 한약의 사용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경도의 상승이고 수치의 호전에 가능성 있는 시도라고 판단될 경우 관련 한약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시호, 황금, 마황, 하수오 등의 약재는 이론적으로 적정 용량 이상 사용 시 간수치를 높인다는 근거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시도해야 한다. 반면 이미 말기 암이라 어느 정도 상승된 간수치는 의학적으로 큰 의의를 가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삶의 질, 신체적 고통, 또는 존엄한 임종에 한약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이 역시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간암 초기를 진단받고 표준치료를 잘 받아가던 분이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력 회복을 위한 보완치료를 요구한다면 정확한 논의를 거쳐 시도할 수 있다.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한의 암치료 시행” 이외에도 경우는 다양하나 맥락은 동일하다. 암과 관련된 표준치료를 정확히 파악한 상황에서, 환자와 충분한 논의 끝에, 어떤 치료든 효과가 있다면 부작용도 있음을 인지하고 또 미리 고지한 상황에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한약치료와 한의암치료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길임은 직접 경험하고 있기에 잘 안다. 더욱이 짧다면 짧을 길다면 긴 시간동안 암 환자를 보아왔기에 나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의 사고와 진료 현장이 뚝심은 지키면서도 대중이 원하는 모습이 잘 반영된 방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도처에서 힘을 쓰고 계시는 모든 한의의료진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며 이번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