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칠 교수 (계명대학교 의용공학과)
의료기기는 생명체와 같이 개발시점과 판매시점의 시간적 거리를 두고 있다. 의료기기는 성장을 통해 변화되면서 시장 진입이 이뤄진다. 다양한 종류와 소량으로 생산이 된다는 의미인 동시에 많은 수요자의 요구사항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용자 요구사항의 적극적인 수렴 없이는 연속성을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의료기기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으며, 제공되는 서비스 모델도 한계에 도달한다. 인허가를 통해 기본적인 제품의 완성도는 갖춰지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제품과 서비스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제품의 성장을 관찰해야 한다.
한의약진흥원, 한의 의료기기 실증사업 진행
의료기기 성장의 핵심적인 처방은 실증사업이다. 최근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는 한의 의료기기 기업을 선정해 병원 임상현장과 연계하여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의료기관을 선정하고, IRB를 통한 임상 검증, 레퍼런스와 결과비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기업이 직접 투자하기엔 많은 비용과 실패 요소가 따른다. 이를 해결하고자 기업은 정부 산하 관련 전문기관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한의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성능 검사는 전문기관에서 정해진 절차와 방법을 진행하지만, 의도된 목적에 맞는 유효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현장에서 직접 사용을 통해 사용자에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실증사업은 기업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의료기관에서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제품의 문제점 개선 및 임상의 요구사항 등 반영
한의 의료기기 실증사업 단계는 제품 설계 및 개발부터 시험, 검사 방법 도출, 임상시험, 기술문서 작성 등의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많이 알려진 분야는 임상시험으로 인허가를 받기 위한 탐색, 확증 임상이 아닌 사용적합성에 해당하는 의료기기의 사용성 평가다. 제품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고 임상에서의 요구사항을 한의사, 사용자, 환자 등의 현장 반응을 관찰하는 연구가 실증사업이다.
기존 실증사업은 맞춤형 기업 지원으로 주로 지정된 병원에서 제품의 유관적 평가와 전문가 입장의 개발 컨설팅을 진행했다면, 실증사업은 IRB를 통해 임상 검증을 시행하고 여기서 얻은 임상자료를 기반으로 제품의 개선방안과 시장 마케팅 자료를 연구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구실에서 전혀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으며, 병원의 입장에서는 개발 초기나 시장 진입 시기부터 참여할 수 있어 새로운 수익 모델인 동시에 병원에서 의료기기나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함에 따라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많은 의료기관에서 임상 실증센터를 운영해 의사들의 창업 지원 및 병원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기업은 질 좋은 국내시장 진입과 데이터 확보 및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효과적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기관을 통해 병원이 진단과 치료 이외에 의약품 개발, 의료기기 개발 등에 직접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원을 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기관을 두고 있다.
미개척 분야 많은 한의 의료기기, 임상 실증 단계 ‘중요’
특히 한의 의료기기 분야는 미개척 분야가 많고,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문적인 타깃 시장에 대한 진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상 실증 단계는 매우 중요하다. 한의 의료기기는 개발자 몇 명에서 불편함을 개선하는 제품이 아니라, 다수의 대상자에게 편의와 희망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을 소화해야 한다. 늘 개발자는 다수의 생각을 읽지 못해 독창적이라는 함정에 빠져 다른 시각에서 제품을 보지 못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 과정의 검증은 매우 높은 단계로 여러 과정을 거치며,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만, 의료기기의 실증 단계는 아직 기업이 소극적으로 연구소에서 자체 평가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의 의료기기는 대중성이 다소 부족하여 서비스 접목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에는 의료기기 실증사업이 좋은 처방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한의 의료기기 실증사업으로 기업과 병원이 함께하는 산·병 연구의 중요한 모델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