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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의 장으로 기억”필자는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일본 후쿠오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 참가했다. 이번 참가는 지난해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 수상자 자격으로 참여하게 됐으며, 2021년 수상자인 이현훈 선생과 일정을 함께 했다. 미래인재상 수상자 이현훈 선생과의 만남 COVID-19가 아니었다면 수상 연도가 달라 각자 참가했겠지만, COVID-19 때문에 숙소까지 함께 썼다. 이현훈 선생은 침구과 전문의로 코딩을 독학해 군의관으로 복무할 당시 챗봇 관련 연구를 진행해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을 수상했고, 현재 서울대병원 교수로 medical record 관련 AI deep learning을 연구하고 있다. 필자도 다이트한의원에서 진행 중인 obesity 환자들의 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에 대한 retrospective review와 qualitative research를 소개했다. 저녁 자유시간에는 후쿠오카 운하 쪽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의학 연구 동향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이현훈 선생과 함께 가지 않았다면 학회 기간 국내 젊은 연구자끼리 이런저런 각자의 연구 분야나 한의계의 연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이현훈 선생에게 추후 MIT로의 파견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국내 한의사 출신 연구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필자도 공보의 이후 대학병원에 소속된 연구자로서의 꿈을 완전히 접고 온전히 임상에 몸담고 있지만, 힘닿는 데까지 꾸준히 임상과 연구를 병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일본동양의학회는 70여 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의 의사·약제사·침구사들이 소속돼 있는 비교적 큰 단체다. 이번 학술총회는 일본 의사들이 보수교육 점수를 받는 자리였고, 한국과 모습이 비슷했다. 일본인들은 정장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다. 후쿠오카 국제회의장의 3층을 제외한 1∼5층을 모두 사용한 작지 않은 규모의 학술대회였다. 학술대회는 한방전문의, 한방인정의 제도와 연결이 되어 있었고, 현장 참가와 web 참가를 구분해 현장강의를 온라인으로 송출했다.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뤄졌던 연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탕약과 엑스제제의 효과 비교 등에 관한 토론이라든지, 응급 병원에서의 한의치료, 암에 대한 한의치료, 소아 신경발달증(ADHD, ASD)에 대한 한의치료, 이명·현훈 등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한 한의치료, 비뇨기과에서의 한의치료 등 한의학의 각 분야에 대해 흥미 있는 강의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 언어가 문제였다. 장내 안내 표기와 자료집의 abstact가 모두 일본어여서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지 선택이 굉장히 어려웠다. 어찌어찌해서 자리에 앉아도 강의를 알아듣기 힘들었다. 삼성 핸드폰의 빅스비 비전이 없었다면 자료집 활자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학부생 때, 2012년 서울 16th ICOM(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과 2013년 산청 8th ICTAM(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에 모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었는데, 당시 자료집에 실린 abstract는 영문 병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동시통역까지 제공되는 강의들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후쿠오카는 조금 아쉬웠다. 과거 국내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철저하게 준비했던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학회 등 각 단체 임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일본 학술대회의 부스 운영은? 학술총회장 2층에는 DVD 판매, 기업 전시·서적 판매 부스들이 있었다. 2023년에 DVD라니 참 일본다웠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압침(press needle)이었다. 압침은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됐는데, 현재 진료 중인 비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갔다. 과거 소아 진료를 할 때 호침은 물론 압침을 붙여도 예리한 자극이 있어 울음을 그치지 않아 곤혹을 치른 적이 많았다. 그럴 때 활석 압침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부스에는 예리한 자극이 없는 압침을 홍보하고 있었고, 직접 붙여보았을 때 자극은 있지만 예리하지 않아 수입되면 바로 임상에 활발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국내 한의사들이 흔히 아는 크라시에나 쯔무라 이외에도 다양한 제약회사들이 있었고, 캡슐 제제약도 있었다. 근무 중인 다이트한의원에서도 캡슐 제형 한약을 처방하지만, 원외탕전을 통해 만든 것이지 제약회사의 제제약은 아니다. 일본처럼 제제약이 활성화되려면 원외탕전이 아닌 제약회사의 다학제 연구를 통해 대학병원과 연계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이어서 한의사들의 제제 사용량이 늘고 한의사의 처방으로 한약제제 시장에 낙수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보험한약은 56종으로 고정돼 몇십 년째 변동이 없으며, 그나마 한국한의약진흥원의 노력으로 연조엑스제와 정제로 변화된 제형이 추가된 것은 너무나 다행이다. 현재 새로운 처방에 대해 다기관 RCT를 진행해도 해당 약이 보험한약으로 등재되지 못하니 막상 쓰려면 약 종류가 부족해 제제약을 안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본은 동양의학회 소속 의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과 의사들이 한약을 널리 사용해 시장이 크고, 제제약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일단 우리도 보험한약 56종에는 속하지만, 아예 제품 출시가 되지 않고 있는 약들을 목록에서 퇴출하고, 다빈도 한약들을 목록에 추가해 사용량을 늘려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다음에 준비가 된다면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과 같은 한의학 연구를 장려하는 상이, 다학제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 한의계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서 시상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일본 내 의사들은 한약의 보험 보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양방의사들이 한약의 보험 보장 축소를 주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3 한·일학술교류심포지엄 한·일 학술교류 심포지엄은 마지막 날 오후에 열렸다. 심포지엄에 앞서 오찬 자리가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심포지엄 일정을 잡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각 학회 임원들은 일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멀리 떨어져 있던 필자는 일본 한방전문의인 TOSHIHIRO ISHIKAWA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미래인재상 수상자라고 하니 수상했던 연구에 관해 관심을 보이며 질문도 했고, 자신은 퇴행성 뇌병변들을 한약으로 치료하고 있으며, 한의학 스승이 제주도 출신 재일교포였다고 소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심포지엄에서의 speaker이기도 했다. 오찬 후에는 영어로 한·일 심포지엄이 이어졌다. 과거 ‘가미소요산’ 등으로 진행했던 심포지엄은 올해는 ‘육미지황탕’을 주제로 임상 적용과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 등 최신 지견 공유가 이뤄졌다. 일본 2명, 한국 2명의 발표가 있었는데, 일본측은 case 위주로 준비를 해왔고 임상의들이 보수교육을 들을 때 좋아할 만한 내용이었다. 특히 모든 환자의 복진이 기록된 medical record가 인상 깊었다. 반면 한국측에서는 좀 더 심화한 내용의 발표가 이뤄졌다. 이병철 교수님은 과민성 방광염 동물모델에 육미지황탕 가미방을 활용했을 때 방광염 증상이 좋아진 연구와 더불어 만성전립선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신건양탕을 투여했을 때 호전 정도가 3배나 높았던 임상연구 결과를 공유했고, 침·뜸과의 복합 치료와 약재량 증량을 통해 효과를 증대한 연구 결과 등을 공유했다. 또한 박미소 교수님은 신허에 사용되는 육미지황탕을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질환 등의 퇴행성 뇌신경 변화에 더욱 효과가 있도록 한약재를 가감하고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 인상 깊었다. 과거 군신좌사에 관한 연구를 보고 감탄했었는데 요즘에는 가감에 관한 연구들도 이뤄지고 있어서 인상 깊게 들었다. 생애 첫 국외 학술대회 참가를 마치며… 부산대에서 4명의 대학원생이 개인적으로 학회에 참가해 대한한의학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눈동자는 10여 년 전 ICOM, ICTAM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당시 학부생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오래 전 자원봉사를 같이 했던 선생님들은 졸업 후 대학원에서 기초 분야 연구를 하고, 전문의가 되어 임상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나도 이때 친해진 선생님들과 여전히 교류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도 함께 했었다. 학부생들에게 이런 국제학술대회를 통한 자극은 필요하다. 이번 국외 학술대회에 참가한 부산대 선생님들도 아마 한의학 연구의 새로운 세대가 될 것이고 그분들이 추후 진행할 연구들이 벌써 기대된다. 올해 9월 20th ICOM이 서울에서 열리는데,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학부생 자원봉사자 시스템이 운영되면 좋겠다. 그분들이 자유로운 토론 시간을 갖고 국내외 석학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고 자극받아 새로운 한의학 연구 세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생애 첫 국외 학술대회에 참석할 수 있어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고, 임상 현장에 찌들어 있다가 학술적으로 고민 중인 사람들을 보니 재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는 물론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언제나 행복함을 준다. 언젠가는 국제학술대회에서 speaker로도 참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0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2000년 10월5일 대한한의사협회에서 간행하는 한의신문 창간 33주년 및 지령 1000호 발행 기념식이 엠배서더호텔에서 열렸다. 한의신문은 1967년 12월30일 ‘한의사협보’라는 제호로 출발해 중간에 ‘한의신문’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의계를 대표하는 신문이다. 1967년 한의신문의 창간사에서 이범성 발행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한의사협보를 창간하는 목적은 황무지를 개척하여 한의계의 고도한 발전을 기하는데 있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한방기관신문의 창간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오다가 오늘에야 겨우 그 뜻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들은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심장과 입이 생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협조되어야 할 행정당국으로부터의 모든 원조를 주장할 것입니다.” 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한 이범성 발행인의 주장대로 당시 한의사협회에서 기관지를 만들고자 추진한 것은 한의계의 주장을 관계요로에 알리기 위한 여론 수렴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열망에서 였던 것이었다. 1967년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전석붕도 “선공후사의 이념 하에서 굳게 단결하여 정당한 주장과 강력한 뒷받침으로 근대화의 대열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 현대화하는 부문으로서 전문지를 간행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만치 언론의 힘이란 필수불가결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라고 언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의사로서 한약업계에 투신한 최건희는 대한한약협회장 자격으로 “때마침 貴紙가 한방언론의 중책을 맡고 진통의 고해를 출범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그 航路 多幸하기를 빌며 한방계의 단결에 큰힘이 되어 주기를 부탁하는 바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金定濟 前한의사협회 회장은 축하글에서 “현대화의 물결이 한의학계의 보수의 잠을 깨우고 한방계의 염원이던 주간기관지 한의사협보가 창간을 보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학술의 전통 수천년이라는 면면한 역사 속에서 동양은 물론 서양 각국에까지 한의술의 탁효가 알려지고 있는 현금이지만 보수라는 세평을 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전을 위한 선전의 노력이 극히 부족한데서 온 것이라고 보겠다. … 한의사협보가 창간된 것은 현대화를 위한 크나 큰 환경 창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2000년 기념행사에서 강성길 수석부회장의 연혁보고에서 위의 선배들의 바람들이 실현되어 온 사실들 충분히 전달했다. 당시 최환영 발행인은 기념사에서 “협회가 겪어온 역사적 고난이 곧 한의신문사의 지난 과거였다”면서 “21세기 한의학이 세계의학의 중추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회원들의 눈과 귀, 가슴을 세계로 향해 여는데 사명을 다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2000년 10월5일 이승교 중앙회 기획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는 한의신문 전·현직 임원, 시도지부장, 중앙회 및 서울시회 임원, 총회의장단, 역대 편집위원장, 한의과대학장 등 내부 인사와 고병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 박상동 한방병원협회장, 이기택 치협회장 등 인사들이 참석했다.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신해서 엄영진 사회복지실장이 대독한 치사에서 한의계에 한방의료서비스 수준을 현대 의료체계 및 의료수요에 맞게 더욱 체계적으로 연구, 발전시켜 국제경쟁력을 갖춘 생명자원산업으로 육성하는 일에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하였다. -
한의약진흥원, 기능성 한의바이오소재&천연물질 분양국내 최대 규모의 한의약소재은행을 운영 중인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이하 진흥원) 한약소재개발센터(센터장 소재현)가 한약재와 바이오 신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새로운 소재를 기관, 연구소, 기업, 대학, 병원 등에 공급하며, 고부가가치 한의약 제품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한의약소재은행은 한의바이오소재 9000여 종과 천연물질 1700여 종을 확보했으며, 의약품·기능성식품·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화 제품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 최초로 ISO9001 국제표준 인증을 받은 한의약소재은행은 그동안 600여 기관에 1만1000여 종의 소재를 공급해 항암, 여성갱년기, 과민성대장증후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한약제제 연구개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의약소재은행이 구축한 소재는 한약재에 생물전화(발효) 기술을 접목한 추출물 및 분획물과 한약재의 구성성분인 단일 천연물질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한의약 소재의 기능성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고기능성 원천기술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진흥원은 한의약소재은행의 해외진출을 위해 올 하반기 미국 MIT 대학의 Whitehead 연구소(MIT 산하 기초 생물의학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창현 원장은 “진흥원은 차별화된 추출기술로 고품질 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지자체, 연구기관, 기업과 상생협력을 통해 한의약 산업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며 “더 많은 기관과 기업이 한의약 소재를 공급받아 다양한 고부가가치 한의약 제품이 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진흥원은 한국식품과학회 등 유수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찾아가는 홍보부스를 운영하며, 국내외 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 한의약 소재의 산업화 지원을 적극 알려나가고 있다. 한의약소재분양에 대한 자세한 보다 내용은 진흥원 홈페이지(www.nikom.or.kr/kmmb) 또는 전화(053-810-0249, 0277)로 문의 가능하다. -
대구한의대 대구한방병원, ‘2023 국가서비스대상’ 대상 수상대구한의대학교(총장 변창훈) 부속 대구한방병원(병원장 김재수)이 산업정책연구원(IPS)에서 주최한 ‘2023 국가서비스대상’에서 환자들의 건강과 높은 만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대한민국 의료서비스의 발전과 혁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한방병원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개원 40주년을 맞이한 대구한방병원은 그동안 지속적인 발전과 혁신을 통해 환자 중심의 맞춤 치료를 실천하고 있으며,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질환별 체계화된 7개 진료센터를 운영해 높은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유지하고, 전문화된 교수진과 세분화된 센터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실현하고 있다. 김재수 병원장은 “우리 병원이 지속적으로 구축해온 의료서비스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아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앞으로 병원 운영의 전반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하고, 한약 제형 화 및 한의학에 특화된 다양한 치료법을 질환별로 전문화해 첨복단지로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
이별의 슬픔과 위안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먼저 떠난 이를 그리며 슬퍼하고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우리는 종종 ‘하늘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다’라고 말하곤 한다. 종교의 종류와 사후 세계의 믿음 여부를 떠나서 이 문장이 위로를 받는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작지 않다. 그러다가도 실패의 누적으로 인해 좌절감에 허우적거릴 때면 역설적으로 ‘하늘에 누군가가 정말로 있다면 이렇게 나를 세상에 방치해두었을 리가 없다’라는 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결국 영혼과 사후 세계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지는 우리가 살아있는 이상 그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믿음’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절망적일 것이며, 이러한 이(里)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존재에 대한 ‘사실’이 뭐가 중요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암 환자에게 죽음이 도래하기 시작하면 의식이 깜빡깜빡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것이 보인다. 의식의 소멸을 시사하는 많은 징후들이 있지만 그 중에 “귀신을 봤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다. 학술적으로는 섬망(譫妄) 또는 무의식이 만들어낸 상상이라고 설명하고 보통은 그러한 개념으로 설명이 된다. 하지만 우리 병원의 한 병실에서만 유독 그 ‘귀신’이 항상 같은 모양새를 띄었다. 귀신은 딱 1개만 있던 3인실 병실을 말기 암 환자 1명이 혼자 사용하고 있을 때에 꼭 나타났다. 그 병실을 사용하면서 처음 귀신을 보았다고 얘기한 환자가 말했었다. “선생님, 어제 저승사자가 왔다 갔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저승사자 여자에요. 검은색 모자를 쓴 여자요. 따라오라고 하기에 제가 안 간다고 했더니 내일은 엄마랑 같이 오겠대요.” 기억이 만들어낸 상상에 가깝지 않을까? 며칠 뒤 환자는 ‘어제 엄마가 병실에 왔다 갔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엄마 손을 딱 잡는데 온 몸이 너무 편안해지는 거예요. 오랜만에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 것 같다’라고 말했던 환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숨을 거뒀다. 하지만 오열하는 보호자들 속에서 환자 당신만큼은 얼굴에 평안한 표정을 머금고 있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후로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다. 모자 또는 갓을 쓴 여자 저승사자가 찾아왔고, 따라가기 싫다고 하니, 각자가 가장 그리워했던 사람을 데리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고.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직접 만났다고 했고 그 외 일부는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그 사람의 흔적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체향이랑 매일 피시던 담배 냄새가 났어요.’, ‘어릴 때 살던 집이 보여서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갓 차리신 집 밥이 있었어요.’ 류의 흔적이었다. 여러 예를 듣다 보니 이러한 현상들이 기억이 만들어낸 상상에 가깝다는 결론에 점점 생각이 기울었지만, 그럼에도 일관되게 묘사되는 저승사자의 인상착의를 생각하면 가끔 병실이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명백했던 것은 모두 누군가를 만나고는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고 말했고 편안한 임종을 치렀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몇 달간 몸부림치게 만들던 통증이 그 만남 한 번에 모두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호흡은 멈췄지만 같은 병실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 환상들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환자의 경험을 같이 전해들은 보호자들이 죽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의 안도감을 내쉴 때면 도리어 저승사자의 존재가 기껍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이 유독 사무치게 다가오는 이별을 겪을 때마다 ‘제발 꿈에라도 한 번 찾아와 줬으면...’하는 바람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꿈에서 보고 나면 그리움은 더 커지곤 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생애 가장 편안한 심신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다짐을 하곤 했다. 어찌 보면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하기에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때를 기대하며 먼저 쉬러 갔다고 믿는 것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간절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 내 또한 환자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이별을 경험한 주위에서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거듭 말하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 싶다.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의 역할은 충분한 것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별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주변에 해악을 끼친 일들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비이성적으로 일어난 것에는 이해를 하려 하면 안 되지만, 근본적으로 각자의 바람이, 간절한 염원이 그런 일을 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십의 임종을 지켜본 바, 간절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 낸 것 또한 자주 경험하였다. 어떠한 염원이든 가장 애틋한 사람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재고하며 사고하고 행동하다면, 결국은 개인에게의 기적이 일어나기도, 사회에서는 선한 영향력으로 발휘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도처에서 현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길 바라본다. -
한의약 일차의료 역할 강화 및 사업 참여 확대를 위한 철저한 준비 필요2023년 우리나라의 고령화지수1)는 167.1로 2017년 100을 넘어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또한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여 심각한 저출생국가가 되었고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83.6세로 지난 10년간 약 3세가 증가하였다2).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고령자들은 많아지고 이들을 부양해야 할 인구는 감소하여 갈수록 부양부담이 가중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보건·의료·복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령인구 부양에 대한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모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적 측면에서 중증환자 외에 병원 입원 또는 시설 입소가 필수적이지 않은 고령자들은 지역사회 내에서 수요가 충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한 일차의료의 역할이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노인 의료비지출 관리 및 지역사회 내 역할 강화 필요성 대두 고령인구의 증가는 만성질환, 노쇠 등 유병률이 높아지며 의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비율3)은 2021년 8.8%로, 2000년 3.9%에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최근 들어 증가속도도 빨라지고 있다4).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현황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은 2022년 GDP 대비 10%로 추계되었고, 2023년에는 건강보험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2028년에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5).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 요인 중 하나로 요양병원을 꼽았고 2019년 감사원은 ‘요양병원 운영 및 급여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급격히 증가한 요양병원 병상에 대한 수급관리를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전체 요양기관 입원실 병상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4.1% 수준이었지만, 요양병원은 13.5%로 큰 차이를 보였고, 2018년 기준 전체 요양기관 수 대비 요양병원 수 비율은 2.0%지만, 병상 수는 전체의 3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천 명당 요양병상 수 현황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요양병원 병상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감소하여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6). 실제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수 추이를 보면,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가 65세 이상 인구 증가 속도보다 빠른 것을 알 수 있다7).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병으로 인한 입원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해 입원해야 하는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56.5%는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8). 또한 우리나라 노인의 60.2%는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76.2%가 병원에서 사망하였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병원 내 사망 비율 5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비교 대상 22개국 중 일본에 이어 2위였다9).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과 시설 입소를 감소시키기 위하여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에 있지만, 의료적 수요가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 돌봄 사업은 통합 관리되어야 하며 사람 중심의 일차의료 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10). 여전히 노인들의 시설 입소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실제 고령자들을 지역사회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차의료의 역할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에 따라 일차의료 영역에서 힘을 보태온 한의약도 구체적인 역할 강화 방안, 사업 추진계획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 돌봄수요 충족 및 의료비지출 절감을 위한 일차의료 필요성 증대 정부는 2022년 말,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100세 시대 노후생활 지원 및 건강·돌봄체계 지원’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복지와 보건이 결합된 지역사회 노인돌봄 체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11). 2019년부터 시행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올해는 7월부터 노인 대상 지역 의료-돌봄 연계체계 강화 시범사업으로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노인 의료·돌봄 연계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그간 지자체에서 시행한 돌봄사업의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적 확산이 가능한 기본적인 노인 돌봄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공모하였고 사업은 올해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2개 지자체에서 수행될 예정이다12). 특히 이번 사업에서는 방문의료서비스 확충과 의료-돌봄 분야 서비스 간 연계체계 구축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입원 및 요양시설 입소 경계선에 있는 노인 등을 대상으로 방문의료서비스(재택의료, 방문간호 등)가 확충되고, 다양한 의료-돌봄서비스(노인 맞춤 돌봄, 방문건강관리 등) 간 연계를 강화하게 된다13). 지역사회 통합돌봄 외에도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일차의료 왕진 시범 사업,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아동치과주치의 시범사업 등 다양한 일차의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시범사업 평가를 통해 본사업 진입 여부를 판단하고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한 구체적인 수행 방법 마련 등 다양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향후 관련 사업 추진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산병원에 ‘일차의료개발센터’를 개소(한국형 주치의 모델의 실증을 위하여 일산병원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음)하였다. 이 센터는 환자 중심의 일차의료 모형을 현장에 적용해 모형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수용성 있는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현화 단계까지 접근하고 있는 것이며 한의약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단계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합돌봄 등 지역사회에서 한의약의 역할이 크지만 사업 참여 소외 2022년 한의약 건강돌봄 사업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정부 및 지자체 사업에서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중 한의약 서비스를 제공한 지역은 13개 지역으로 전체 16개 지역 중 81.3%에서 추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14). 그 중 한 지역의 사업 결과, 방문 한의진료 사업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2021년 83.8%에서 2022년 96.5%로 상승하였고, 장기요양 등급 외 A·B 대상자 장기요양 진입률 15.9% 감소, 만 75세 이상 노인 장기요양 진입률 3.6% 감소, 퇴원환자 진료비 31.3% 감소 등의 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15). 한의약 건강돌봄은 2019년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한의약 방문진료를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20년에는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13개 지역,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형 공공사업 3개 지역 등 전국 곳곳에서 한의약 방문건강 돌봄 사업을 수행해 왔다. 특히 한의약 서비스는 방문진료에 특화하여 대상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통증 개선, 삶의 질 유지 및 향상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16). 이와 같이 한의약은 지역사회 내 높은 접근성과 전인적 의술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치료, 건강관리, 예방, 교육 등 의료인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보건의료 시범사업에서 배제되거나 참여가 늦춰지는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2019년 12월 27일부터 시작된 일차의료 왕진(방문진료) 시범사업에서 한의 참여가 배제되었고, 1년 8개월 후인 2021년 8월 말부터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시행되고 있지만, 의과 중심의 사업으로, 한의 참여는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등 한의사들의 참여의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의약은 지역사회 내에서 국민건강향상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기존 사업 참여 및 향후 신설되는 보건의료 사업에서는 한의약이 소외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의약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추진 방향 전세계적인 추세, 고령자 및 부양자들의 수요, 정부의 보건의료 추진 방향 등 일차의료와 관련된 사업, 정책, 제도 신설 및 추진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관련 연구와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참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정부 시범사업, 지자체 사업 등의 결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성과 평가를 통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일차의료는 사람 중심의 건강관리로, 의료인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영역 등을 포함한 다학제팀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으므로 현재까지 활용되어 온 한의약 사업매뉴얼, 프로토콜 등이 포함된 실행 모형을 보다 고도화하여 타직역 연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나라 일차의료의 개념은 4개의 핵심 속성(최초접촉, 포괄성, 관계의 지속성, 조정기능)과 3개의 보완 속성(전인적 돌봄,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 지역사회 기반)으로 구성된다17). 한의약이 일차의료에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한의약의 장점이 일차의료 속성에 부합하는 특징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의약의 높은 일차의료기관 비율은 접근성과 지역사회 기반에 부합하고, 많은 방문진료 경험과 이점은 관계의 지속성과 조정기능을, 치료 이전의 예방·관리 중심을 강조하는 측면은 전인적 돌봄, 가족 및 지역사회 맥락 등의 속성과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한의약의 장점을 이론적 근거에 맞추어 부각시켜 홍보를 강화하는 것도 일차의료 분야에서 한의약이 자리매김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일차의료 교육을 강화하여 전문성을 제고하고, 일차의료 관련 학회 활성화를 통한 연구기반 마련, 일차의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향력 확대 등 의료현장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도 한의약계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약 일차의료 역할 강화 및 사업 참여 확대는 지역사회 한의사뿐만 아니라 교육, 연구, 행정 영역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역량 집중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모두의 역할이 큰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
“다양한 분야에 한의치료가 적극 활용되길”2021년도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 최우수상 수상자의 특전으로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일본동양의학회 및 한·일학술교류심포지엄’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16일 후쿠오카에 도착해 등록 후 둘러본 학회장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후쿠오카 국제 congress center에서 학회가 진행됐고, 학회 기간 동안 2, 3, 4, 5층에 걸쳐 동시에 최대 총 8개의 회장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이 진행돼 흥미로운 주제를 골라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또 각 회장 모두 대부분 인원이 꽉차 강연이 진행되는 모습이 일본 내 kampo medicine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학구열을 엿볼 수 있어 자극이 됐다. 급성기 병원에서의 한의치료 역할 ‘관심’ 인상 깊었던 강연 주제 중 하나는, 급성기 병원에서 한의치료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연자는 kampo medicine 의사로 외래와 입원진료를 실시함과 동시에 내과의로서 내과진료 업무도 겸임하며 주로 소화기 질환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따라서 주로 내과질환에 대한 한의치료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최근 인플루엔자, COVID-19와 같은 호흡기감염, 경부 림프절염, 인두통 등에 다양하게 한의치료를 활용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고, 타박과 염좌 등의 급성 근골격계질환에는 외상 후 통증을 억제하고 부종을 줄여주는 治打撲一方의 활용이 늘어나는 등 외과계에서 한의치료의 수요가 높다고 했다. 또한 강연자는 기존 치료에 호전되지 않는 복통, 변비, 구토와 같은 증상에 한의치료를 통해 입원률이 감소한 사례, 소화성 궤양·두통 등에 진통제 사용이 줄어든 사례, 반복되는 감염에 항균제 사용 빈도 감소로 이어진 사례, 항생제가 듣지 않던 MRSA, C. difficile 감염 등에 유효했던 사례 등을 공유했다. 만성 질환뿐만 아니라 각종 급성기 통증이나 감염, 수술 후 합병증 등에 한의치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일본의 의료환경을 엿볼 수 있었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의치료 적극 활용돼야 필자는 장기적으로 국내에서도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한의치료가 적극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에서 한·의협진은 일부 질환에 있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입원환자의 급성 증상에는 제도 및 절차상 활발한 협진이 어려운 면들이 많다. 일본의 모델을 보며 급성기 병원뿐만 아니라 장기 입원 위주의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충분히 한의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적극적인 한의치료가 뒷받침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국내 한의 임상의들도 이러한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개입을 하는 한편 한의 연구자들은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도구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최적의 한의치료를 수행하는 것은, 효과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국가 의료재정의 부담을 더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번 학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진행하는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돼, 온라인페이지를 통해서도 실시간 참여가 가능했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학회 전에 인터넷을 통해 ‘한의입문세미나’ 녹화 강연을 들을 수 있게 했는데, 한의학의 기초 개념, 한의진찰법, 진단학, 그리고 한약과 침구치료에 대한 강연으로 구성돼 있어 초심자들도 한의학에 대해서 먼저 접하고 학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있었다. 또 학술대회에서 진행된 강연 내용들도 모두 6월30일부터 7월23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한의사 회원들은 수강해도 좋을 것 같다. -
한약처방 본초학적 해설-41주영승 교수 (전 우석대한의대) #편저자주 : 한약물 이용 치료법이 한의의료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든 문제 해답의 근본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통처방의 진정한 의미를 이 시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응용률을 높이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痛症 종류에서 요통(19∼24회)과 肩胛痛(25∼29회)의 처방 소개에 이어, 痛症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약물치료처방들을 분석함으로써 치료약으로서의 한약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다. 향후 대상질환을 점차 확대할 것이며, 효율 높은 한약재 선택을 위해 해당 처방에서의 논란대상 한약재 1종의 관능감별 point를 중점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인체에 발생하는 통증은 질병에 대한 표징을 포함한다는 진단학적인 부분과 인체가 직접 느끼는 불편함으로 빨리 제거할 필요를 가지고 있는 치료 방면에서의 부분으로 설명된다. 인체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긍정적인 내용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접근 및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통증은 손상된 신체 부위가 회복되면서 사라지지만 때로는 그 후까지 지속되기도 하는데, 특히 인체노화 혹은 질병의 만성화로 나타나는 허약성 통증이 이에 속한다. 허약성 통증 역시 모든 증상과 마찬가지로 우선적으로 통증의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 검토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원인에 대한 대응을 기본적으로, 허약성이라는 특수성에 맞춰 인체의 면역기능 항진 등에 대한 배려를 함께 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補益藥 부분에서 여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주지하디시피 補益藥은 기능적인 부분의 補氣와 補陽, 기질적인 부분의 補血과 補陰으로 다시 세분해, 이에 해당되는 한약재와 이를 활용한 처방으로 임상에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補益의 총괄적인 개념은 체내의 抗病능력 향상(扶正祛邪), 체질 증강, 延年益壽 등으로, 통증 제압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1. 三氣飮 三氣飮은 溫補 위주의 治法에 주력한 명나라의 張介賓이 편찬한 景岳全書에 소개된 처방으로, 風痺와 鶴膝風에서 寒勝한 경우에 응용되었다. 우리나라의 方藥合編에서도 ‘治風寒濕三氣乘虛 筋骨痺痛及痢後鶴膝風’이라고 동일한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위의 구성 한약재 13품목을 허약성 통증을 적응증으로, 용량을 참작해 본초학적인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氣는 溫性10.3(溫5 微溫3.3 熱2), 平性3, 凉1로서, 溫熱性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허약성 통증의 대강이 寒性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배합이다. 아울러 凉性의 白芍藥은 反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2)味(중복 포함)는 甘味10, 辛味6.3(辛5.3 微辛1), 苦味2, 酸味2, 淡味1로서 주로 甘辛味이며, 酸味가 收斂固澁 기능으로 甘味로 귀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甘味에 더욱 치중된 처방으로 정리된다. 여기에 독성약물인 附子가 추가된 형태이다. 甘味는 滋補和中緩急, 辛味는 能散·能行하는 작용(發散·行氣 혹은 潤養)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苦味와 淡味는 燥濕과 淸熱降火라는 점으로 보조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전체적으로는 補益性의 甘味와 순환을 통해 行氣滋養하는 辛味의 효력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3)歸經(중복 및 臟腑表裏 포함)은 腎10(膀胱1), 心9, 肝8, 脾6.3(胃1.3) 肺5.3(大腸1)로서 주로 腎心肝經에 歸經하며 脾肺經으로 보조하고 있다. 이는 腎藏精(腎主骨) 心主血 肝藏血(肝主筋) 脾統血로서 精血이 부족한 허약성 질환의 특성에 부합되며, 전체 순환 촉진에 관련하는 肺主氣로서 肺經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다. 4)효능은 補血藥6(補陰藥1포함), 補陽藥3(溫下焦藥2포함), 發散風寒藥2, 助脾藥1, 活血祛瘀藥1이다. 여기에 보조약물로서 調和와 소화보조의 甘草와 生薑이 배합돼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三氣飮은 전체적으로는 허약성 통증에 대해 근본적인 물질인 津液 보완을 위한 補精血약물(君藥)로 허약성 통증의 補筋骨을 위한 적극적인 배합을 하고 있으며(臣藥), 기본처방으로서 四物湯과 景岳全書의 右歸飮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주된 君臣약물에 대해 發汗과 除脾濕 및 活血을 통한 순환을 배려하고 있으며(佐藥), 전체 처방의 調和와 소화보조를 염두에 두는 배합(使藥)으로 구성돼 있다. 2. 문헌에 따른 구성약물의 변화 및 가감 분석 문헌에 따라 처방구성에서 다음과 같은 약간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 細辛을 대신해 獨活을 사용- 發汗을 통한 순환과 더불어 부수적인 통증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發散風寒藥의 細辛을 대신하는 배합이다. 祛風濕止痺痛藥인 獨活로의 교체는 細辛이 가지고 있는 부수적인 통증 관리 부분을 더욱 보강하는 교체라고 볼 수 있다. 2) 구성약물에서 附子의 제거- 附子는 溫下焦시킴으로써 補陽藥의 보조를 담당하고 있으며 부수적으로 통증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 임상 위주의 서적(晴崗醫鑑 등)에서 附子를 제거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독성약물인 附子사용의 조심성에 연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3) 氣虛의 경우에 人蔘 白朮의 추가- 三氣飮이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補血처방인 四物湯의 의미에 補氣의 대표처방인 四君子湯의 보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補脾氣(人蔘) 및 除脾濕(白朮)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氣血과 陰陽의 補益性을 강화하고자 함이다. 4) 風寒勝의 경우에 麻黃의 추가- 發汗을 통한 活血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細辛과 白芷를 보강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의 麻黃 추가는 三氣飮 원래의 취지인 허약 보강과는 상치된다는 점에서 무리한 추가라고 생각한다. 5) 冷痹不能屈伸에는 穿山甲 全蝎 蔥白을 추가하고 술(酒)을 소량 넣고 끓여 熱服하고 取汗- 추가되는 약물의 주된 효능인 穿山甲(活血祛瘀) 全蝎(平肝止痛) 蔥白(發散風寒) 酒(活血通絡)의 보강으로 설명된다. 3. 구성약물의 세부 분류 1. 君藥-補精血을 위한 주된 약물 1) 熟地黃과 當歸- 補血藥으로서 溫性을 가지고 있어 虛寒證에 진액을 보충해주는데 적합한 약물이다. 熟地黃의 경우 補血을 통한 補陰효능으로, 當歸의 경우 補血은 물론 活血의 기능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2) 白芍藥- 補血藥으로서 凉性을 가진 反佐의 약물이다. 만약 虛寒에 대한 적극적 대비와 柔肝止痛의 강화를 목적으로 할 때에는, 炒用하거나 酒炙하여 溫性으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3) 枸杞子- 補陰藥으로서 寒性도 아니고 熱性도 아닌 平性으로 陰虛 陽虛에 모두 응용할 수 있다고 했으나, 주로 陰虛에 사용빈도가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위의 君藥과 더불어 虛寒證에 진액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2. 臣藥-强筋骨을 위한 보조약물 1) 杜仲- 補陽藥으로서 “肝主筋 肝充則筋健, 腎主骨 腎充則骨强”의 생리기전에 적합한 약물이다. 한편 기본적으로 活血祛瘀의 효능을 가진 佐藥의 牛膝이 酒蒸하면 補筋骨 효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三氣飮의 경우 酒蒸牛膝을 사용한다면 補筋骨의 효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2) 肉桂와 附子- 溫裏藥으로서 모두 溫下焦하는 약물로서, 散寒止痛하고 補腎陽(命門火) 혹은 諸經血脈을 통한 散寒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附子는 風寒濕痺로 인한 周身骨節疼痛 등에 응용되는 강역한 순환촉진 효능을 가지고 있다. 3. 佐藥-發汗과 除脾濕 및 活血을 통한 순환 목적의 약물 1) 發散風寒으로서의 細辛과 白芷- 모두 發汗을 통한 散風 혹은 風寒濕 3氣를 제거하기 위한 배합이다. 2) 除脾濕을 위한 白茯苓- 滲濕利尿를 위한 배합으로서, 痰飮이 뭉친 것을 풀어주어 체외로 배설시키는 祛濕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 活血祛瘀를 위한 牛膝- 잔류된 瘀血의 제거를 위한 배합이다. 한편 牛膝은 修治에 따른 효능 차이가 뚜렷한 약물로서 散瘀血의 목적에는 生用하며,補肝腎 强筋骨의 목적으로 腰膝骨痛 四肢拘攣 痿痺 등에 응용할 경우에는 酒蒸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使藥 1) 甘草- 대표적으로 諸藥을 조화하는 약물로서, 여기에서의 炙甘草 사용은 溫性을 강화시켜 준다. 2) 生薑- 使藥으로서의 生薑은 和中溫胃의 작용을 수행하며, 여기에서는 附子와의 相須작용으로 附子의 溫裏力을 증대시킬 수 있는 부수기능도 포함된다. 정리 三氣飮은 精血 부족으로 인한 허약자의 통증에 응용될 수 있는 처방이다. 허약성의 특성인 虛寒에 대한 대비로 溫補 위주로 구성된 처방으로서, 精血을 보강하고 氣血을 소통시켜 筋骨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만성화된 風寒濕을 제거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補血의 四物湯과 溫補의 右歸飮 처방에 근간을 두고 있어, 관절의 굴신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허약성의 신경통, 관절염, 류머티즘 등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정리된다. -
-1화 ‘마음의 병도 한의원에서’ 편- -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24이경재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1학년 뼛속까지 이과였던 내가 눈을 떠보니 연극 동아리 회장??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이과를 선택해 수학과 과학의 언어를 배우다 보니 숫자처럼 명확히 구분되는 것들이 익숙하고,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문학 분야와는 거리가 항상 멀었다. 한의과대학에 들어와서 접하게 된 한의학 또한 고등학교 과정 내내 배운 사고와 달리 명확히 1과 0으로 구분되는 학문은 아니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새로 배우는 관점에 적응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기들도 모르다 보니, ‘과연 내가 한의과대학에 왔으니 한의사가 되는 것이 맞는 건가?’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고전 연극에 관한 교양 강의를 들으면서 ‘오이디푸스왕’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오이디푸스왕’은 유아기의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보이는 이성적 애착을 설명하는 유명한 단어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유래로, 오이디푸스 본인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운명을 극복하려는 비극 대본이다. ‘오이디푸스’의 대사 중에 “포이보스 신께서는 내가 묻는 일에 관해서는 가르쳐 주시지 않고, 괴롭고 무섭고 비참한 다른 이야기를 알려 주셨소. 그건 내가 내 어머니와 결혼해서, 차마 볼 수 없는 자손을 세상에 내놓고 나를 낳은 아버지를 죽일 운명이라는 것이었소. 그 말을 듣고 나는 코린토스를 피하여, 오직 별들만을 의지해 그곳의 위치를 재며 내게 대한 그 비참한 신탁의 불길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곳으로 달아났소”라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신에 의해 정해진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숙명이 내 자신의 정해진 진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오이디푸스는 마지막까지 운명에 저항했고 실패했지만,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나 역시 오이디푸스처럼 정해진 진로에 저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더 나아가 기원전에 지어졌음에도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극’이라는 장르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무대 위에 오르게 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 즉, ‘한의대생’이 ‘한의사’가 되지 않고, ‘요리사’, ‘변호사’, ‘수리기사’가 될 수도 있고, ‘남자’가 ‘여자’가 될 수도 있으며, ‘여자’가 ‘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연극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문학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무대가 주는 즐거움과 감동에 매료되어 연극 동아리 애오라지에 들어가게 됐다. 애오라지에 들어와서 바뀐 생각들 애오라지에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동아리원이 4명 밖에 없었다. 4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인해 기대했던 연극을 직접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미뤘던 40주년 기념행사를 하게 되면서, 연극을 했던 추억을 가진 한의사 선배님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다양한 기수의 선배님들이 ‘연극’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또한 ‘의료인’이면서도 ‘의료’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들로부터, 진로고민에 대해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3년간 대입을 위해 혼자 공부하는데 익숙하고,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코로나로 인해 선후배 동기 얼굴도 잘 몰랐던 나에게 ‘같이’의 의미를 알게 해줬다. 애오라지 덕분에 연극을 연극(演劇)이 아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줄 수 있는 ‘連(이을 련)劇’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애오라지에서의 활동과 목표 올해는 신입생 4명이 들어와서 총 8명의 부원이 있다. 8명이서 함께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애오라지 선배님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애오라지의 캐치프레이스인 ‘인생은 연극처럼’이 목표다. 무대에 올라서 멋진 연기를 펼치기 위해 어떤 배역에도 몰입하려고 계속 노력하는 배우처럼, 저 또한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 한의학에 최대한 몰입하려고 노력해 졸업 후에는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를 보여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