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타고 건너온 한의학 쫓아 한국 왔어요”

우즈벡 의사 자크릴로 씨, 한의학 치료 연수
1인당 GDP 1238달러의 가난한 농업국서
뜨거운 한의 침 치료 열기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유니드한의원 입구에서 하상철 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닥터 자크릴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 유니드한의원 입구에서 하상철 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닥터 자크릴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랑구의 한 한의원. 발목 염좌 환자에게 침을 놓는 한의사 옆에 수련을 받는 외국인이 서 있다. 실크로드를 타고 중앙아시아로 갔던 한의학에 매력을 느껴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직접 건너왔다는 닥터 자크릴로(Dr. Ulmasov Zikrillo)씨. 한국에서 침을 놓으면 불법이라 직접 실습은 못하지만 어깨 너머로 공부하는 그의 수첩은 빽빽했다. 하나라도 놓칠까 열심히 따라다니는 그에게서 한의학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한의학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지 올해로 21주년. 국내 한의학 전문가들이 우즈베키스탄 내에서 한국과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양국 간 지속적인 교류를 거듭한 끝에 우즈베키스탄에서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수요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시작된 한류 열풍 후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 언어권인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이 세계 전통의학 가운데 한의학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한의학은 이미 특별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들에게 한의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침을 놓는 미스터리한 민간치료법이 아니라 전침, 약침, 추나, 매선 등의 다양한 치료방법과 근거가 존재하는 현대 의학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닥터 자크릴로는 “한의사들이 해외 진료단을 구성해 수도 타슈켄트 내 친선병원에서 침 치료 봉사하는 것을 어깨너머로만 봤는데 환자들의 반응도 뜨겁고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어 자비를 들여 한국으로 오게 됐다”며 “이번 한국 방문은 세 번째로 한 달 동안 두 군데 한의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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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맞겠다고 줄서는 환자들

한우친선한방병원은 지난 1996년 8월 KOMSTA(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가 타슈켄트 타쉬미 제1병원과 벡티미르 41병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하면서 태동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도움으로 지난 1997년 설립됐으며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를 통해 정부파견 한의사와 국제협력 한의사가 파견돼 진료와 함께 현지 우즈베키스탄 의사들에게 한의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10년 한국 한의학을 공부한 우즈베키스탄 의사들이 우즈베키스탄의사협회 산하에 우즈베키스탄 한국한의학학회를 설립했다. 한의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국가의료기관에 한의과가 개설됐다. 한국의 전통적 침법인 사암침법 러시아어 번역본도 출간됐다.

그러나 병원이 두 군데에만 있어 4~5시간 떨어진 곳까지 의료진이 직접 가긴 힘든 상황이라 높아지는 한의약 치료 열기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년 전만 해도 의료진 한명당 하루에 15명 정도의 환자를 봤는데, 이제는 하루 내원 환자가 50명 정도가 모인다고 한다.

자크릴로는 “우즈벡은 공화국이라 의사들이 준 공무원처럼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며 “향후 침 치료 등 한의학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해 퇴근 후 개인클리닉을 개원할 것을 목표로 더 배우러 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침 치료 한 번에 어깨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환자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지근거리에서 접한 자크릴로는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관심이 많아 이 곳 한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고려인이 20만 명 이상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중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은 2018년 기준으로 인구 1인당 GDP가 1238달러(세계 163위)인 가난한 농업국으로 대부분 허리, 목,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은 탓이다. 참고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2775달러로 우즈베키스탄의 26배가 넘는다.

자크릴로에게 한의학 관련 교육을 하고 있는 하상철 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에게 교육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을 묻자 “발목을 삐었는데 왜 다른 곳에 침을 놓느냐는 질문을 한다”며 “침 놓는 행위 자체가 흉내낼 수는 있어도 원리를 터득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것을 너무 다 내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아주 중요한 핵심적인 기술까지는 공유하지 않고 있다. 가르쳐 주는 순간 비법이 풀릴 수 있지 않습니까(웃음)”라고 답했다. 침 등 새로운 버전을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태도에 감동받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이론과 기술이 서술된 영문 서적을 몇 권 소개시켜줬다는 하 명예회장은 대신 실용적이며 침과 함께 병행하기 좋은 테이핑 요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고 한다. 테이핑 요법의 경우 빠르고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볼 수 있어 우즈베키스탄내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자크릴로의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한의원 입구에 붙여 놓은 하 명예회장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시작으로 평창올림픽까지 근골격계 질환에서 침과 추나를 비롯한 한의학적 치료는 메달리스트들의 훌륭한 조력자로 세계인들에게 통한다는 게 충분히 입증됐다”며 “오늘날 우즈벡 의사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인들에게로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 명예회장은 오는 6월 8일부터 프랑스의 액상 프로방스(Aix-en Provence)에서 개최되는 Volleyball National League를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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