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으로 인한 간 손상, 입원환자 1001명 중 6명 ‘불과’…대규모 임상연구 통해 ‘입증’

한의학연, 10개 한방병원과 전향적 관찰연구…국제학술지 ‘Archives of Toxicology’에 연구결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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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강환웅 기자]한약이 간 손상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전국 단위 대규모 관찰연구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한약으로 인한 간 손상 발생 정도와 임상적 특징을 분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전국 단위 관찰연구로, 한방병원 입원환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약 복용에 따른 간 손상 정도를 관찰한 결과 간 손상 발생률이 0.6%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한약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은 9일 한의학연 K-herb연구단 오달석 박사 연구팀과 손창규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한의과대학 간계내과 교수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국 10개 한방병원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약 복용에 따른 간 손상에 대한 전향적 관찰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국제 전문학술지인 ‘Archives of Toxicology(독성학 아카이브·IF 5.9)’ 온라인판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은 전국 10개 한의과대학 부속 한방병원으로 구성됐으며,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년 9개월간 15일 이상 한방병원에 입원한 환자 1001명(남자 360명·여자 641명)을 대상으로 한약에 의한 간 손상 정도를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한의학연과 10개 한의과대학 부속 한방병원이 전국 규모로 실시한 전향적 연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향적 연구란 임상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임상연구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대상자를 모집하고 결과를 얻은 것으로, 과거의 진료기록이나 정보를 이용해 임상적 답을 도출하는 후향적 연구와는 대비되는 연구다.

이와 함께 기존에 진행됐던 한약 간 손상 연구는 간 손상의 예들이 한약과 양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음주를 비롯한 다른 외적인 요인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방병원 입원환자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으며, 주로 한약만을 투여하면서 15일 정도의 입원기간이 예측되는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혈액검사를 통해 간 손상 발생률 및 임상적 특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 입원환자 1001명 중 50세 이상 여성 입원환자 6명(0.6%)에게서만 간 손상이 발견됐다. 이들 6명은 입원 후 11∼27일 사이에서 간세포형 간 손상(hepatocellular type)이 확인됐지만, 이들 모두 간 손상과 관련된 임상증상은 없었고 추적 검사 결과 간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됐다.

특히 간 손상이 확인된 환자가 복용한 한약물에는 간 손상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알려진 ‘피롤라이지딘 알카로이드(pyrrolizidine alkaloids)’를 함유하는 경우는 없었고, 간 손상의 형태는 약물 자체가 독성이 있어 일정한 비율로 간 독성이 일어나는 ‘내재성(intrinsic)’ 형태가 아니라 약물 자체보다는 복용한 사람이나 당시의 환경·조건과의 상관성이 더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인 ‘특발성(idiosyncratic)’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에 있어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향후 한의약 분야의 다양한 임상연구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혜정 한의학연 원장은 “한의학연을 중심으로 한의계가 다년간 힘을 모아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임상연구 결과를 얻은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축적된 과학적 근거는 향후 한약의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를 위한 컨소시엄을 이끈 연구책임자인 손창규 교수도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향후 한약 안전성 문제를 한의계가 체계적이며 과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연구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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