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국내외 보건의료 전반이 AX(AI Transformation)·DX(Digital Transformation)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026~2030)’을 통해 한의약 분야의 DX·AX 로드맵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한의약 AI·디지털 대전환’을 국가 중장기 정책 과제로 공식화하면서 2026년이 한의약 AX(AI Transformation)의 구조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닌, 한의약 임상지식을 표준화·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해 보건의료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는 종합계획에서 AI 이전에 비임상·임상 데이터의 디지털화와 표준화, 보건의료 데이터 체계와의 연계를 선행 과제로 명시하며 올해 한의약 AX의 성패가 기술 경쟁이 아닌 임상지식을 데이터로 번역해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음을 정책적으로 분명히 했다.
■ AI 보건산업 성장 속 정부 판단…“한의약도 데이터 기반 전환 불가피”
정부가 한의약 AX를 정책 과제로 격상한 배경에는 AI 기반 임상시험과 신약 개발, 의료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정밀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이미 의료 현장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데 있다.
국내 AI 바이오헬스 산업 역시 최근 수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의료 분야 생성형 AI와 AI 활용 신약 개발 분야도 고성장이 전망된다.
특히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전통의학 전략(2025~2034)에서 전통·보완·통합의학(TCIM) 정보를 EHR(전자의무기록)에 포함하고, 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확대할 것을 회원국 행동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전통의학의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산업 육성 차원이 아니라 보건의료 시스템 내 근거 생산과 통합을 위한 구조적 과제로 규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한의약 역시 기존의 경험·서술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연구·진료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보건의료 시스템 내에서 역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종합계획은 한의약 AX의 출발점은 ‘모델 개발’이 아닌 △비임상 데이터의 디지털화 △임상 데이터의 표준화 △보건의료 빅데이터와의 연계로 설정했다.
이 같은 접근은 보건의료 전반의 데이터 정책 기조와도 궤를 같이하는데,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를 위한 상호운용성 지원 연구개발을 추진하며 서로 다른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표준화 기술로 연결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표준화와 연결이 확보되지 않으면 AI 활용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정책 전반에 깔려 있다.

자료: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연구 현장 “차트 중심 AI 한계”…‘AI-ready 데이터’로 전환해야
앞서 연구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이 제기돼오고 있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최근 발표에서 한의약 분야 임상 데이터가 풍부함에도 △주관적 서술 중심의 차트 구조 △기관·의료인별 편차를 AI 학습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텍스트 기반 차트 데이터를 단순 취합하는 방식의 AI 모델로는 임상적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의료 AI 분야에서 영상의학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과를 낸 배경으로 △획득 장비와 포맷의 표준화 △높은 판독 합의도 △원본 데이터 보존을 꼽은 반면 병리학 AI나 한의 변증 체계는 데이터 생성 과정의 편차가 크고, 정답 기준 합의가 낮아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AI-ready 데이터’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한 이 연구원은 △원본 신호(raw data) 보존 △기기·포맷 표준화 △측정·해석 SOP의 일관성 확보 △메타데이터의 완전 보존을 핵심 조건으로 꼽으며 “주관적 문진과 요약 문장 중심의 차트로는 AI가 제대로 학습할 수 없는 만큼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원소스 데이터가 자동으로 저장되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 계획의 초점은 ‘AI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구조’
이번 제5차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비임상 영역에선 문진·음성·영상 등 비정형 한의약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AI 기반 전처리·라벨링 기술을 통해 구조화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이는 한약 실험 데이터 역시 자동 수집·분류 체계를 통해 관리하고, 장기적으로는 한약 정보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임상 영역에선 한의약 용어 말뭉치(Corpus)와 코드 체계를 구축하고, 한의 의료정보 공통데이터모델(CDM)을 개발해 △국가핵심교류데이터 △진료정보교류 시스템 △건강정보고속도로 등 기존 보건의료 데이터 체계와 연계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는 한의진료 정보가 한·의를 구분하지 않는 보건의료 데이터 흐름 안으로 편입된 것을 전제로 한 설계다.
올해 한의약 AX의 핵심 쟁점은 한의약 임상지식이 표준화·구조화된 데이터로 전환돼 보건의료 시스템의 전자의무기록(EHR) 흐름 안에서 교환·활용·검증될 수 있는지 여부다.
정부가 제시한 ‘한의약 AX’의 성패는 AI 모델의 성능이나 단기적 기술 성과보다, 데이터 전환과 제도적 연계가 실제 정책과 임상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의약 AX 논의 역시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데이터 구조 설계와 제도적 선택의 문제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2026년은 한의약의 AI 활용 여부를 논하는 시점이 아닌 AI 활용이 가능하도록 데이터와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전환기가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계획 발표에 그치지 않고, 한의약을 국가·기관 단위 보건의료 데이터 흐름 속에 표준화된 형태로 편입·육성하는 실행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