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규 경북한의사회 부회장
(포항시한의사회장·두호한의원)
(포항시한의사회 한울림남성중창단 창단)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우리들의 일상은 계속되는 수업과 시험이라는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 지나갔다. 그럼에도 우리 자신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한 번씩은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취미 생활을 즐겼을 것이다. 나의 선택은 음악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소박한 꿈의 실현이자, 그 자체가 소소한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 후 현실은 꿈에서 점차 멀어져 갔다. 바쁜 일상은 환자와 씨름하고 있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어느 덧 40대 중년이 되었던 2010년 겨울, 당시 포항시한의사회 김석훈 회장님(오천 경희한의원)의 부탁으로 뜻하지 않게 음악제 참석을 위해 중창단을 만들게 됐다.
당시 포항시의 의사회, 약사회, 치과의사회에는 음악을 꾸준히 해 오신 분들이 많았고, 노래와 연주 실력도 꽤 좋았다. 음악을 하고 싶어서 꾸준히 연습을 했었고, 종종 소규모 공연도 했던 터라 이전부터 한 번씩 얼굴을 익힌 분들이기도 했다.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은 없었지만”
음악은 좋아했지만 꾸준히 연습을 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보니 김 회장님의 부탁을 받았지만 막막한 심정이었다. 함께 모여 연습할 수 있는 연습실은 물론 이거니와 피아노도 없었다. 단원들과 호흡할 훌륭한 지휘자와 반주자조차 없는 등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지인들을 만나 사정했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음악전공자들과 상의도 하고, 협회와 각 대학 동문회를 통해서 단원들을 모집했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의외로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면서 하나씩 하나씩 문제들이 풀려 나갔다. 연습실이 마련됐고, 단원들이 모집됐으며, 지휘반주자도 선임할 수 있었다.
준비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 흐른 2011년 3월, 첫 연습을 하게 됐다. 이후 같은 해 6월에 포항시한의사회 소속의 ‘한울림남성중창단’이 드디어 창단의 기쁨을 맞이했다. 첫 출발은 13명의 한의사 단원들이 함께했다.
함께하는 삶, 또 다른 즐거움의 시작
우리 중창단의 첫 연습곡이자 공연 곡은 모두 네 곡이었다. 가수 김동률의 ‘아이처럼’, 오드리 햅번이 불러 유명한 ‘Moon River’, 다섯손가락의 ‘풍선’,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 그것이다.
이제 와서 추억하지만 정말로 재미있었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동료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그 자체가 삶의 새로운 활력이자, 또 다른 즐거움의 시작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매일 반복되는 비슷한 진료 모습과 많은 환자들의 크고 작은 고민들을 잊을 수 있었다. 13명의 단원들이 하나의 악보를 보면서 서로 간의 개성을 조화시켜 나가는 과정은 신선한 감동을 선사해줬다.

공식 공연은 2011년 11월 13일이었다. 우리에게는 연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햇병아리 중창단이기에 멋진 화음을 기대하기에는 요원했다. 그럼에도 공연을 우선 마친 후 미진한 부분은 추후 연습을 통해 보충하기로 했다. 짧은 시간동안 단원들 모두는 개인 연습에 몰두했고, 서로 간 화합의 어울림으로 첫 한울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작은 시작이자 출발이었다. 그 후 단원들의 부침과 지휘자 교체 등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15년이라는 긴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필자를 비롯 권영모, 김정호, 박승욱, 성기범, 신홍기, 안태권, 장우석 등 8명의 단원이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김승희 지휘자의 감독으로 우리는 노래로 함께하는 삶의 끈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동고동락한 동료들에게 감사하고, 감사해
지금껏 100여 곡을 불렀고, 포항시 5개 보건단체 음악제인 ‘사랑향기 콘서트’에도 참석했다. 또한 우리들만의 소규모 공연을 지속했고, 경북한의사회의 보수교육에서도 회원들에게 우리들의 합창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다. 첫 공연 이후 ‘독도사랑 음악회’, 코로나 후에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의약단체 공연’을 비롯 자체 콘서트 및 버스킹도 이어가고 있다.

한의사들만의 중창단, 비록 전문적인 성악가나 가수들처럼 멋진 화음을 뽐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화음으로 곡들을 소화하고 있다. 공연에서 관중들의 박수를 받을 때마다 그간의 지난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늘 동고동락한 단원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 그들이 있어 내가 있고, 오늘의 한울림남성중창단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지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한 곡 한 곡이 서로의 가슴에 어떻게 들리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의 노래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우리의 행복한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