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한국의사학회(회장 차웅석)는 21일 경희대학교 스페이스21 한의과대학에서 ‘양생문화의 한의학적 시선’이라는 주제로 ‘제40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 양생문화의 현대적 적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차웅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예전부터 ‘양생’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왔지만, 최근 강의를 하다보면 건강과 양생에 대해 학생들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평소 ‘미래세대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양생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양생문화와 건강, 그리고 이와 관련된 교육의 발전방안이 도출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남일 명예회장은 축사에서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춰 양생의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 발표를 준비하면서 양생을 현대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필요성을 느꼈으며, 그런 과정에서 의사학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 만큼 앞으로 그러한 역할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생,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원리이자 방법론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류정아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의학 四時 養生의 ‘禮記·月令’ 淵源 연구’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AI를 활용한 한국양생의학 인물연구방법의 한의인문학적 탐색(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 △‘성제총록(聖濟總錄)’에서의 양생(국수호 상지대 한의대 교수) △양생문화의 교육적 재구성: 고등학교 보건교육과 보건교사 양성과정을 중심으로(윤주연 가천대 교육학과 강사·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류정아 교수는 발표를 통해 “양생의 개념을 현대화하자는 의견에 적극 공감하며, 현대화를 위해서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수치화하는 작업 등의 사전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사시(四時)’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류 교수는 또 “양생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어렵게 다가올 수 있지만, 생명은 자연에서 왔고, 자연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즉 양생은 생명을 어떻게 대우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원리이자, 방법론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한 류 교수는 ‘黃帝內經素問·四氣調神大論篇’에 수록된 양생 관련 조문에 대한 설명과 함께 月令類 저작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양생법 실천하는 내용들을 공유했다.
AI와 시너지 발휘하기 위해선 ‘콘텐츠 개발’ 필수
이와 함께 김남일 교수는 자신의 저술인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근현대 한의학 인물실록’을 AI를 활용해 보다 다양한 방안으로 양생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방법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학문적 얼개를 ‘개인-사회-미래라는 관계망’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한의학적 인문학 연구로서 한의학 이론, 치료 개념, 인간관, 인체관, 생로병사, 의료와 사회, 질병관 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역사기록 속에 보이는 치료 경험에 대한 의안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며, 아울러 치료 기록의 데이터베이스화, 한의학 지식정보의 디지털 콘텐츠화, 디지털 인문학적 방법론 도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새로운 학문적 소통구조로서 디지털 인문학을 한의인문학 연구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식과 호기심의 함양, 프로그래밍 언어 등에 대한 이해,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웹기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 등이 중요하다”며 “더불어 협업과 프로젝트 관리 능력의 증대,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의 함양, 윤리적 이해와 책임감,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등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AI를 활용해 보면서 느낀 점은 한의학은 단순한 치료기술을 넘어 깊은 철학적·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지녀왔으며, 이러한 측면이 시대의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계승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라며 “향후 AI는 지속적으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의학이 AI와 공생하고 상호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며, 이러한 부분에서 의사학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수호 교수는 중국 송나라 휘종 때 조정에서 편찬한 방서인 ‘성제총록’과 관련 전승과정 및 구성, 교육 교재로서의 역할, 고려와 조선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국 교수는 “성제총록을 보면 ‘補益門’, ‘食治門’, ‘神仙服餌門’에 양생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포함돼 있다”며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을 보면 ‘의방유취’를 통해 채집된 고려 의서나 ‘어의촬용’ 중 ‘성제총록’과 동일한 내용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려 후기에 성제총록이 어떤 의서보다 중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서도 3대 의서인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의 편찬에서 공통적으로 참고한 의사 11종 중 성제총록이 한 가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양생문화와 보건교육의 통합방안은?
또한 윤주연 강사는 “현대사회에서 건강의 개념은 단순한 질병 유무에서 확대돼 정신적 안정, 감정 조절, 삶의 만족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변화됐다”면서 “이런 가운데 양생문화는 기존 보건교육이 간과해온 통합적 건강관, 예방 중심 접근, 정서적·철학적 성찰 등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현대 교육과정과의 결합 가능성이 높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비판적 담론분석(CDA)에 기반한 양생문화와 보건교육의 통합 분석을 통해 통합 가능성 및 한계, 발전을 위한 제언했다.
윤 강사는 “통합에 있어서의 한계는 △교직과정 필수교과에 양생 관련 내용 부재 △교육부 표준 교직과정 등에 전통 건강문화 관련 명시적 반영 부족 △제도적 중심 교육과정과의 연계 부족 등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강사는 양생문화와 보건교육의 통합을 위해 △보건교사 양성과정에 ‘전통 건강철학’ 관련 과목 정규 개설 △비교과가 아닌 필수교과 또는 핵심역량 기준으로 양생문화 교육 내용 반영 △교수·학습 및 평가 설계에서 실천 중심 통합교육 체계 마련 △교육과정·교사교육·수업 실천의 연계 강화 등의 방안을 제언했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청강의감’과 ‘동의보감’의 대변 질환 치료의 특징 비교(윤홍걸·이병욱·김기욱/ 동국대학교) △일제강점기 한의진료기록에 대한 AI 기반 디지털 인문학적 분석사례: 지도화 및 처방 분석(김동율 경희율한의원/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 △의서를 통한 맥진학습과 필요맥을 중심으로 한 맥진실습방안 고찰(이태형 경희이태형한의원) 등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