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수기 원장
- 그린요양병원, 다린탕전원 대표
-D사 참관기-
침을? 당신이? 네! 직업이 무엇이요. 기계 기술자입니다. 기계 공고를 나와서 선반과 금형 및 공구제작 등의 외길만 걸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침은 왜 생각했지요? 침에 대한 기술력과 생산시설의 자동화에 자신이 있습니다. 자동화는 내가 잘 모르겠으니 그렇고, 침에 기술력이라? 구체적으로 말해 보시오.
침은 공포심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관건입니다. 침감은 침 첨인 끝이 중요합니다. 절삭 가공의 기술력에 따라서 끝의 매끄러움이 차이가 있습니다. 정밀가공의 기술이지요.
그러면서 실제의 침을 현미경 사진으로 보여준다. 정밀세계에서는 매끄러움이 수준차가 심했다. 이 매끄러움이 침을 놓을 때 환자의 감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듣고 보니 그렇겠네.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자신이 있나요? 네 어떤 부분에? 사업 말이요, 구체적으로 영업력의 자신이 있냐 이거요.

“저희의 목표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입니다”
침이 뭐 칫솔도 아니잖소? 전 국민이 쓰는 소모품도 아닌지는 알거 아니요. 특수 직업군의 한정된 한의사들이 쓰는 것이요. 즉 시장성이 적다고 판단된다는 거요. 그리고 그런 침 공급 시장도 이미 선점하고 있는 기존 거대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유통망을 장악하고 신규 경쟁자들의 진출에 강력하게 견제할 것은 분명할거요. 지방의 작은 공장에서 시작한 기업이 그 틈새를 공략할 자신이 있냐는 거요.
네 이미 시장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목표는 국내가 아닙니다. 해외입니다. 전 세계의 침 시장도 이미 조사를 마쳤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늘고, 가장 섬세하며, 그리고 자동화로 생산되는 침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일본의 S사를 능가하는 회사로 키워보겠습니다.
돈키호테가 따로 없었다. 전형적인 이과생 공돌이 형(?)이었다. 그의 첫 느낌은. 지부장으로 있던 필자가 몇 년 전 첫 만남에서 나누었던 그 와의 대화이다.
이후로 그는 내가 지켜보며 응원하는 기업인이 되었다. 필자는 그가 만든 침을 직접 임상에서 비교하며 써보고, 임상실험 확인서를 써 주고, 추천도 해 주었다. 허가도 나고 시제품이 완성되었다며 가져왔다. 너무도 기뻤다. 지방의 한계로 변변찮은 한방산업관련 기반시설이 없는 척박한 지역에서 침을 만들다니! 내가 만든 것처럼 대견했었다.
응원하기 위해서 지역의 한의사 회원들에게 공동구매의 기회도 주고, 전국의 지부장들에게 소개도 해 주었다. 여차저차 필자도 원외탕전원을 하게 되면서 학술대회 등에서 부스 참여로 가끔 만나기도 하였다. 그리하고 어언 3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최근 그가 회사로 나를 초대했다. 보여 줄 것이 있다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는 침을 만들었습니다”
방문한 그의 공장은 기대를 넘어서서 놀라움이었다. 첨단 공단지대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선 규모에 놀랐다. 영세 기업정도로 상상했는데 연구실과 사무실 및 생산라인시설 등이 첨단이다. 침을 생산하는 단일 규모의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라는 자랑이다. 이 모든 것을 이 사내가 직접 만들었다 한다. 침을 만드는 신기술과 생산시스템에 관한 특허의 증거는 벽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원장님, 저희 회사가 이번에 일을 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는 침을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기록은 세계적인 침 회사인 일본 S사의 0.14mm 미용침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저희 회사가 0.10mm를 만들었습니다. 너무 가늘어서 손으로는 놓으면 구부러지고 침관으로만 놓아야 합니다. 지금 이 침에 대한 관심이 폭증합니다. 각 나라와 지역 판권을 달라는 요청이 세계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기 이 새로운 침을 직접 한번 시술해 봐 주십시오! 헐!! 0.10mm!
미용 등에 쓰이는 특수침이다. 한 번에 수십여 개의 침을 얼굴 등에 놓아야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감이나 공포심은 대단하다. 그래서 예민한 환자들은 국소마취제로 도포하고 놓기도 한다. 그런데 침이 가늘면 치료 시에 통증이 적다. 이 회사가 만든 침은 세계에서 가장 가늘단다. 실제로 안면에 놓아본다. 안 아프다. 두 번째 부터는 자연스럽다. 아, 침이 이렇게 안 아프다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전량 유럽과 미주 및 아시아권으로 수출, 외국 수요의 비중이 높단다. 생산라인은 완전 자동화, 일명 스마트 팩터링. 침의 주재료인 스테인레스 철이 비단실처럼 연결되어 있다. 공작기계들의 라인위에서 침들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자동으로 포장되어지고 더불어 각 침의 한 쌈에는 고유의 바코드가 입혀진다. 이건 침 공장이 아니다. 섬유회사를 참관하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역사가 지방의 한 중소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보았다. 기술이 경쟁력이다. 한국의 최고가, 세계 최고인 시대다. 그러면서 되돌아본다. 한의학, 한의사로서 현재를, 신념과 비전을 가지고 기술과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가? 묵상해 본다. 더 정밀하게, 더 세련되게,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