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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08일 (월)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와 아날로그(analogue) 한의학의 미래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와 아날로그(analogue) 한의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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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람과 자본은 더 이상 국경을 넘지 않으면서 각 나라는 자국과 지역 중심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급속하게 재편하는 방식으로 더욱 공고한 각자도생을 도모할 것이며 그 결과 탈 세계화(deglobalization)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지난 4월 21일 조선일보 경제면은 코로나19를 겪은 세상은 그 이전과는 완벽하게 달라질 것을 의미심장하게 예고하고 있었다. 인류의 대면(對面) 관행이 뒤바뀔 가능성은 ‘악수의 종말’이라는 글귀로 그 삭막해질 세상을 좀 더 실질적으로 미리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랑스식 인사법으로 알려진 비쥬(bisou, La bise ; 순수하게 볼을 맞대고 나누는 인사) 없는 인간관계에 유럽인들은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린 악수, 비쥬 이외에 또 어떤 많은 것들을 거리두기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포스트 코로나”라는 시대의 강을 건너가게 되는 것일까?


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어떤 시대를 맞이하게 될까?

지난 4월 3일 경북 경산 소재의 한 내과 선생님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 환자 진료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로 확진 판정받기 이전 상태의 환자 두 명을 각각 2월 26일과 2월 29일에 진료한 이후 증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이 개원의 선생님은 3월 19일 경북대 병원에서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입원 치료를 받으시던 중 평소 당뇨와 심장 관련 기저질환이 있었던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증세가 악화되면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었다.  

바로 그 날(4월 3일) 한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 내용은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의 크나큰 수치스러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아마 그 뉴스를 본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거의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경기도 평택의 한 한의원에서 의료진과 직원들이 대구로 의료봉사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휴진을 했었는데 실제로는 필리핀으로 단체여행을 다녀왔고 확진판정을 받은 직원이 입국 다음 날, 발열 등의 의심증상이 있어 검체 검사까지 받았지만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5일 동안 환자들과의 접촉은 물론, 음식점까지 방문(역학조사에서 이 음식점 방문은 숨기기까지 하였다)하여 무려 42명의 환자와 이웃들을 접촉했다는 내용이었다. 

의사협회에서 한의사들의 의료봉사 참여를 허락한 적 없다는 것을 평택 그 한의원의 관계자들과 환자들은 몰랐었던 모양이다. 직원들의 해외연수까지 알뜰살뜰 챙기는 평택의 그 개원의 선생님의 복지 마인드는 존경한다. 그러나 증상이 있는 직원을 5일이나 근무하게 하고 가뜩이나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코로나19의 조속한 종결을 온 국민이 나서고 있는 이 마당에 공식적인 의료봉사는 거부되었지만 한의협 차원에서 자발적인 콜센터를 마련하여 확진환자에게 한의학적 케어를 해보겠다고 동료 한의사들 수십, 수백명이 고생하고 있는 이 와중에 42명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자가격리와 확진가능성의 공포를 쌍으로 안겨주시다니 이 뉴스에 달린 어마무시한 ‘한방사 물러가라’ 류의 댓글들을 과연 읽어는 보셨는가 여쭙고 싶다. 이 평택 한의원 기사 하나 덕분에 코로나19 시대에 한의사라는 직군은 안타깝게도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저만치 ‘자가격리‘가 필요한 대상이 되어버렸다.  


전화교환수, 전기수, 여차장…기술 발전으로 소멸된 직업군들

소리의 네트워커, 전화교환수 / 모던 엔터테이너, 변사 /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 이야기의 메신저, 전기수 / 트랜스 마더, 유모 /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 인력거꾼 /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 토털 헬쓰 케어?, 물장수 / 메디컬 트릭스터, 약장수. 

2011년 출간된 <사라진 직업의 역사>의 목차이다. 변사는 성우로, 기생은 연예인으로, 유모는 어린이집 교사로, 인력거꾼은 택시기사로 명칭과 형태는 바뀌었을 뿐 본래의 기능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히 살아있는 것들도 있지만 전화교환수, 전기수, 여차장 등의 직업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쓸모지수가 제로로 평가되어 그야말로 소멸된 직업군으로 구별해볼 수 있겠다. ‘사라진 직업군’의 약장수 역시 오늘날의 ‘한의사’로 변신하여 의료인의 한 직군으로 자리잡았으나 유독 약장수를 언급한 챕터에서는 1900년 전후의 ‘한의학’과 ‘한의사’가 그 시절, 그 사회에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 존재였는지 1896년 12월 1일자 <독립신문> 논설이나 1908년 H.N.엘런의 <조선 견문기>를 근거자료로 제시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100여년 전부터 강도높은 지속적인 짓밟힘에도 불구하고 2020년 현재까지 ‘한의학’도 ‘한의사’도 아직은 어쨌든 생존(!)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1900년 전후부터 시작된 한의학·한의사 ‘짓밟기’

이쯤에서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실려있는 1896년 12월 1일자 <독립신문> 논설을 한 번 들춰볼까 한다. 그 주된 내용은 ‘돌팔이 한의사와 못된 한의원을 척결하자’는 것으로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독립신문>의 의학 담론의 기반은 서구적 의료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서구적 의료시스템은 기독교 의료 선교를 통해 조선으로 유입되었다. 이 의료 선교는 조선인들의 세계관과 의학 사상적 인식과는 무관하게 ‘과학과 문명’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한의학과 민간 의료를 비과학과 야만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주변부화시켰고 ‘기독교-과학-문명’의 도식이 공고히 성립될 수 있게 되었다. 기독교를 종교로서보다는 문명개화의 힘으로 받아들인 근대 초기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기독교를 통해 들어온 서구 근대 의학은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한의학과 한의원이 위험한 존재로 비판받은 것은 의학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부족하며 의료 기구를 비위생적으로 관리하며 해부학적 경험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물론 오늘날 한의대생들의 해부학 실습을 포함한 현대의학에 대한 학습, 그리고 현대화된 의료기구, 1회용 멸균 제품들은 현대한의학의 필수품들이다). 더구나 계몽 지식인들은 개신교의 의료선교를 통해 유입된 서구의 근대 의학을 무기로 몇백 년에 걸쳐 내려온 조선식 전통의학인 ‘한의학’과 대결을 펼쳐야만 했다. 서구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치료 체계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사적 전략으로 한의원의 의료 행위를 무당이나 판수와 같이 미신을 추종하는 것과 동일선상에 배치했다. 이로써 전통적 사유 체계는 주변부화되어 하나하나 지워져나가고 서구의 과학적 의료 체계를 통한 신체에 대한 인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결국 한의원은 악의 상징으로 서구의 의사는 생명을 구하는 명의로 부각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사회 저변·주변 치유해낸 사회적 기능이 한의학 존재하게 해 

이토록 역사와 전통을 가진 ‘악의 상징 한의학 vs 생명을 구하는 서양의학’의 잘 짜여진 갈등조장 구조 속에서도 그대로 소멸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악바리 근성으로 살아남은 한의학의 생명력에는 한의학이 사회의 저변과 주변을 치유해냈던 ‘사회적 기능’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900년대 전후 그 당시의 지식인들에 의해 철저히 주변부화 되었었던 그 때부터 ‘한방대책특별위원회’를 따로 조직하여 한의사의 거의 모든 활동에 비판적 논평을 쉬지 않는 의협 덕분에 2020년의 의과-한의과 갈등양상은 1900년대와 비교해도 거의 변한 게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전과는 완벽하게 달라질 거라는 미래학자들의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도 마지막 아날로그의 향취를 간직한 한의학이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며 비단 우리만의 노력으로 가져올 수 있는 미래가 아닐지도 모른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강물 속에서 소멸해버린 많은 것들이 하나하나 모두 온당한 이유를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의료계의 변방이자 구석탱이를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무당이나 판수 취급 당하던 1900년대 그 시절의 그 위치는 아니라는 현 시점에서의 우리를 보다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치 사슬(value chain)이라는 용어는 기업에서 경쟁전략을 세우기 위해, 자신의 경쟁적 지위를 파악하고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모형을 의미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정으로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원격진료에서의 한의학적 쓰임에 대한 활발한 논의도 이런 많은 시도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첨단, 디지털, 초정밀, 정확, 신속으로 대표되는 현대의학의 차갑고 냉정하고 칼로 자른 듯한 빈틈 없음 사이에서 또한 크고 작은 질병의 진단기록지에 언급된 몇 줄의 진단명 사이사이에 잔존해 있는 그 수없이 많은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복잡한 증상들 사이에서 그 불편한 면면을 완화해주고 이완시켜주는 한의학만이 해낼 수 있는 그 아날로그적인 진료행위들이 미래한의학의 어떤 ‘밸류체인’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부산광역시 연산로터리의 메디컬빌딩에서 부당청구나 꼼수경영 없이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까지 실천할 수 있는 상생을 모토로 하는 한방병원을 준비 중인 박 원장이라 불리우는 자랑스러운 제자가 있다. 따뜻하고 친절한 진료로 환자들의 리즈시절을 회복시켜 보겠다며 여의도 KBS 앞에 한의원을 개원한 김 원장이라는 사랑스러운 제자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뚫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마지막 아날로그의 전사들이 이 야멸찬 세계의 최후의 서바이버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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