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희 교수팀, 오토파지 신호 조절 통한 신개념 치료제 개발 가능성 열어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오토파지(자가포식) 작동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주목된다.
오토파지는 종간에 잘 보존된 자가포식 작용으로 영양분 결핍, 대사성 스트레스, 감염, 노화, 암, 퇴행성 뇌질환 발병 등의 신호에 대해 세포의 생존 및 항상성 유지를 위해 활성화 되는 필수적 기작이다.
세포가 영양분 결핍 상황에 노출됐을 때 오토파지를 통해 세포내 불필요한 구성 요소 및 소기관을 분해해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재생산, 체내의 다양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처럼 오토파지는 스트레스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기작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세포질에서 오토파지 단백질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기능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 핵 내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발현 및 전사 조절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에 백성희 교수(서울대학교) 연구팀은 오토파지의 후성유전적 및 전사 조절기전에 핵심적인 단백질을 찾고 그 기능을 연구했다.
오토파지 기능에 있어 핵 내에서의 유전자 발현에 의한 조절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 연구팀은 히스톤 단백질의 후성유전적인 조절이 필수적일 것이란 가정에 기반해 다양한 영양분 결핍 상황에서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을 관찰한 결과 히스톤 H3의 아르기닌 17번 잔기에 메틸화가 유도됨을 확인했으며 이러한 메틸화를 유도하는 CARM1(coactivator-associated arginine methyltransferase 1) 효소의 단백질 양 또한 증가되는 것을 관찰했다.
또 CARM1 단백질 복합체 정제를 통해 정상 상황에서는 SKP2-SCF E3 유비퀴틴화 효소에 의해 CARM1 단백질이 분해되지만 영양분 결핍 상황에서는 SKP2의 전사가 감소돼 CARM1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안정화 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세포에 당 결핍 상황이 지속될 경우 AMPK(AMP-activated protein kinase) 인산화 효소가 활성화 되면서 FOXO3라는 전사 인자를 인산화 시키고 인산화 된 FOXO3는 SKP2의 전사 과정을 저해함으로써 CARM1 단백질이 안정화 된다는 것을 규명했다.
안정화 된 CARM1 단백질은 히스톤 H3 아르기닌 17번 잔기의 메틸화를 유도하면서 TFEB(Transcription factor EB)이라는 전사 인자와 결합, 다양한 오토파지 및 라이소좀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게 됨으로써 오토파지를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새롭게 발굴한 AMPK-SKP2-CARM1로 연결되는 신호전달 경로가 오토파지가 유도되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신호전달 경로임을 최초로 규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CARM1 증가와 이에 따른 히스톤 메틸화 증가가 생체 내(in vivo) 오토파지와도 연결돼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쥐의 간에서 오토파지를 관찰한 결과 정상 쥐를 굶겼을 때 간 조직에서 CARM1의 증가와 LC3 전환이 잘 보였지만 엘라그산(ellagic acid) 처리를 한 쥐들은 굶었음에도 불구하고 LC3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했다. CARM1에 의존적인 오토파지 및 라이소좀 유전자들의 발현 또한 증가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당 결핍 상황이 유도됐을 때 핵 내에서 메틸화 효소 CARM1에 의한 히스톤 아르기닌 메틸화와 유전자 발현 조절이 오토파지 활성화에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이러한 구체적인 작동 기전 규명을 통해 오토파지 이상에 기인한 질환에 대한 신개념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있어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함께 히스톤 H3 아르기닌 17번 메틸화를 선택적으로 저해해 CARM1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엘라그산의 경우 오토파지 활성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개발에 대한 원천기술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오토파지 이상에 기인한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백성희 교수는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오토파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암, 퇴행성 뇌질환 등의 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오토파지 조절에 필수적인 신호전달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신개념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논문명 : AMPK-SKP2-CARM1 Signaling Cascade in Transcriptional Regulation of Autophagy)는 세계 3대 저널인 네이처의 6월 15일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용어설명>
* 히스톤 단백질 : 진핵생물의 핵내 DNA에 결합하고 있는 염기성 단백질로서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여함
* 메틸화 : 유기화합물의 수소원자를 메틸기(-CH3)로 치환하는 반응으로, 특정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 CARM1 : 히스톤 H3 아르기닌 17번의 메틸화를 유도하는 효소
* SKP2-SCF E3 유비퀴틴화 효소 : 기질 단백질에 유비퀴틴 단백질을 붙여서 기질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하는 효소
* AMPK : 당 결핍 신호에 반응하여 활성화되며 에너지 항상성 유지에 센서 역할을 하는 인산화 효소
* FOXO3 : 에너지 항상성 유지를 위해 활성화되는 전사 인자
* TFEB : 오토파지 및 라이소좀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 인자
* 오토파지 (Autophagy, 자가포식) : 불필요한 세포내 단백질 및 손상된 세포내 소기관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고, 세포내 필요한 물질들을 합성하여 세포의 생존과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 역할을 함
* 전사(transcription) : 유전자를 암호화하고 있는 DNA가 RNA로 해독되는 과정
* 후성유전학(epigenetics) :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크로마틴(염색질)의 구조적 변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
* 엘라그산(Ellagic acid) : CARM1에 의한 히스톤 단백질의 메틸화를 억제하는 화학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