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김승섭기자]'손톱 밑에 가시'라는 말이 있다. 손톱 밑에 가시가 들면 매우 고통스럽고 성가시다는 뜻으로 늘 마음에 꺼림칙하게 걸리는 일을 이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당선 된 이후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한바 있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듬해 정책위원회 산하에 '손톱 및 가시 뽑기 특별위원회(이하 손가시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다음 대선을 1년여 앞둔 2016년 현재, 한의계의 대표적 '규제'로 꼽히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는 철폐되지 않고 손톱 밑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는 것은 한의계 내에서만 나오는 목소리가 아니다. 한의계와는 상관없는, 그리고 대내외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은 한국규제학회(이하 규제학회)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토파즈홀에서 '한의의료 진입규제의 타당성 진단'을 주제로 열린 규제학회의 '2016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 철폐와 관련, "보다 정확한 진단과 국민 편익을 위해 (규제가)철폐돼야 마땅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이기도 한 김진국 규제학회장(배재대 교수)은 이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의 타당성 검토(X-Ray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의료기기의 유형과 한의사의 사용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단순해석 의료기기인 X-Ray·초음파 등은 한의사가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먼저 X-Ray·초음파 진단기를 포함한 의료기기의 사용 주체에 관한 연재와 같은 논란이 발생한 원인은 우리나라의 의료법이 사실상 한의학과 양의학의 이원적 체계를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이들이 수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예전에는 의료행위로만 가능했던 것이 일반인에게도 가능해진 것을 들어 "결론적으로 X-Ray와 포음파 진단기의 사용은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기존의 논리 검토와 새로운 논리의 검토 결과 모두에서 이미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한다는 주장은 김 회장 뿐만 아니라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쏟아졌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한의의료와 관련해서는 서양의료에 대비할 때 상대적으로 의료행위의 범위와 분야, 영역에 있어 제약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불합리성의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의사의 의료기기의 활용과 관련해서는 법률상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사실상 한의사의 의료기기의 활용을 인정하지 않는 관행과 행정부의 유권해석으로 인해 한의사의 의료기기의 활용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 학술대회에 참여한 규제개혁 전문가들도 "한·양 간 경쟁도입과 국민의 의료선택권 증진이라는 측면과 한의와 양방이 융합하는 의료산업 및 서비스 발전 차원에서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금지 규제는 타당하지 않다"거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금지는 전형적인 공급자 위주의 규제이며 의료서비스 수요자, 즉 환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규제로 의료비 지출증가는 물론 환자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사안"이라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규제를 비판했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환자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1조다.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의료법 1조다.
한의사에게 X-Ray 및 초음파 진단기기 등과 같은 단순한 의료기기 사용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불허한 정부의 처사는 헌법에도, 의료법의 제정 취지에도 한참 벗어나있다.
시종여일(始終如一)이라 했다. 손톱 밑 가시를 뽑아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최소한 불편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의 당초 다짐을 지금이라도 실천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