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의전 채한 교수팀, 陰陽을 동․서양 이론 비교 통해 과학적 분석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수천 년간 동양 학문의 기준이 돼 왔던 ‘음양(陰陽)이론’. 그동안 실증적 연구 부족으로 객관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신비주의 철학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생물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가 경일대 이수진(심리치료학과) 교수 및 연세대 박수현(심리학과) 교수는 10여 년에 걸쳐 최신 신경과학 이론들과 동양의 음양 이론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TCI(기질 및 성격 검사)로 잘 알려진 미국의 정신의학자 클로닌저(Cloninger) 워싱턴대 교수의 생물학적 기질 모델과 사회학에 있어 행동 활성화/억제체계검사(BIS/BAS scale)로 동기 유발체계를 분석해온 카버와 화이트(Carver & White)의 측정기법을 활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음양(陰陽)’은 자연과 사회 현상을 서로 정반대이면서도 보완적인 두 개의 속성간의 균형과 조화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남자와 여자, 뜨거움과 차가움, 밤과 낮, 동전의 앞면과 뒷면 등과 같다.
이에 음양 기질 측정검사(SPQ)를 사용해 30점 이상을 양(陽) 성격으로, 24점 이하를 음(陰) 성격으로 나누고 서양의 최신 심리 검사인 TCI(기질 및 성격검사)와 BIS/BAS로 생물심리학적 특징을 분석했다.
TCI 결과 음의 성격은 위험이나 새로운 것들에 대해 반대 방향으로 피하거나 행동 자체를 억제하려는 특성인 위험회피(HA, Harm Avoidance) 성향과 유사했다. 반면 양의 성격을 가진 사람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새롭거나 보상이 있는 일들에 흥미를 느끼는 자극추구(NS, Novelty Seeking) 성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양(陽)의 기질을 가진 학생 A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새롭거나 보상이 주어지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만 때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규칙을 위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음(陰)의 성격이 짙은 학생 B는 위험하거나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위험에 마주치면 반대 방향으로 가버리거나 위험하고 새로운 행동 자체를 가능하면 억제하고 싶고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또한 연구팀은 감정에 있어서 동양과 서양 심리학적 차이는 행동 활성화/억제 체계검사(BIS/BAS scale)로 확인됐다.
정서적 불안을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특성으로 다루는 서양과 달리 동양은 이를 스스로 깨우치는 마음공부와 교육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음양과 같은 동양적 기질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채한 교수는 “지금까지는 동서양 간의 차이를 연구할 때 서양을 중심으로 발전한 비교문화론을 중심으로 동양의 집단주의와 서양의 개인주의로 설명해 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TCI에서는 동서양 이론의 공통점을, BIS/BAS로는 차이점을 확인하는 등 음양과 같은 기본 개념을 생물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전기가 마련됐으니 동서양 학문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가교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함께 “이제 양방 의사나 신경과학자들이 한의사와 함께 전통과학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며 "한양방 협진이나 통합의학의 발전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논문명 : Biopsychological structure of Yin-Yang using Cloninger's Temperament model and Carver and White's BIS/BAS scale)는 의생명학술지 피어제이(SCI 영향력지수(IF)=2.1) 5월1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편 이에앞서 부산대 채한 교수와 경일대 이수진 교수는 이 같은 음양을 분석하는 기법을 실제적인 임상에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 통합의학분야 국제학술지인 통합의학연구(IMR,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3월7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바 있다.
'Analysis of the association between problem behaviors and Sasang typology in high school students'를 제목으로 한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고등학교 재학생 686명을 음(陰) 성격과 양(陽) 성격의 두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의 문제행동 특징들을 문제행동 체크리스트(YSR)를 사용해 살펴봤다.
그 결과 음 성격은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내재화된 문제행동(외부로 나타나는 통제되지 않는 문제행동)’의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 성격은 공격성이나 규칙위반과 같은 ‘외현화 문제행동(자신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문제행동)’의 점수가 높았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통해 중고등학생의 심리를 ‘음양’으로 분석하면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행동들의 형태나 정도를 미리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