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실련, “노의(老醫)들만을 위한 정부”에 일침
차등수가제 존폐 여부가 다음 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차등수가제의 폐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참의료실천연합회는 “차등수가제가 폐지되면 국민들이 받는 의료의 질이 지금보다도 현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5분 진료로 대표되는 기계적인 진료 시스템을 유일하게 견제해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진료 수준을 담보하는 제도로서 국민의 적정 진료시간과 질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차등수가제는 동네의원이나 약국에서 의사 또는 약사 1명이 하루 75명 이상의 환자를 보면 초과 환자 당 진찰료 또는 조제료의 급여를 90∼50% 깎는 제도다. 병원급 이상을 제외한 의원급 의료기관과 약국에 한해 시행 중이다.
1인당 하루 평균 진찰 횟수가 75건 이하면 진찰료 수가를 100% 지급하지만 76∼100건이면 90%, 101∼150건이면 75%, 150건 초과면 5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 제도는 의약분업 이후인 2001년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특정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돼 환자 당 진료 시간이 지나치게 짧은 것을 막고 한 명의 환자에게 보다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참실련은 “미국, 유럽 등 의료선진국의 경우, 하루 2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하고, 국내 치과나 한의과 역시 하루 평균 진료인원이 10~20명 수준으로 이러한 국제적 표준을 지키고 있다”며 “그런데도 국내 양의계는 75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심지어 한국 정부도 이러한 과잉진료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인 차등수가제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러한 상황이 정상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차등수가제 폐지안이 찬성 8명, 반대 12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대신 의사 1인당 평균 진찰 시간을 일정 부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구간별로 진료횟수를 공개하는 안이 절충안으로 제시됐지만 표결 끝에 찬성 8표, 반대 12표로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현재 건정심 위원은 가입자대표 8명, 공급자(의약계)대표 8명, 공익대표 8명으로 구성됐다.
관련 안건은 오는 10월 2일 개최되는 건정심에서 다시 논의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원급의 차등수가제는 폐지하면서 적정 진찰시간을 유지하는 의료기관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약국의 차등수가는 유지하는 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차등수가제 필요성 여전…병원급까지 확대해야”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차등수가제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환자 1인당 적정 진료시간의 확보라는 제도적 필요성이 여전한 만큼 의원급으로 한정하지 말고 병원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것.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소비자를위한시민모임이 참여하는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성명을 내고 “차등수가제는 박리다매식 환자 진료를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의사 1인이 하루에 300∼400명의 환자를 진료해 환자 1명을 상대하는 시간이 평균 1∼2분에 불과한 실태는 아직도 존재한다”며 “진료의 질 저하를 막고 일부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자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현행 제도를 병원급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