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병원 감염 예방관리를 위한 간병 인력 구조 개편 방안’ 국회 토론회
신규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메르스 사태가 종식돼 가는 가운데 그동안 메르스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병원 감염 관리와 간병 인력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주최하고 김성주 의원, 남인순 의원, 진선미 의원이 공동 후원해 국회에서 22일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병원 간병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데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확인된 가족 간병 및 비공식적 인력에 의한 간병 서비스 개선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상윤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이 핵심적 가치로 떠오르고 개선 방안에 대한 관심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뒤처져 있었다”며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병원 관리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병상 점유율·가동률·회전율의 문제 △간호사의 노동 강도 △병원 조직 문화 및 경영 방침 등 3가지를 꼽았다.
우선 2000년대 초반부터 지적돼 온 병상 가동률 문제와 관련해 그는 “침대가 100개인 병원의 경우 특정 시기에 100명 이상의 환자를 맡기도 하는데 응급실 과밀화 지수가 130~140에 달한다”며 “한국 병원은 경쟁이 심하고 영리를 우선시하다보니 환자를 무조건 채워넣는 구조가 병원 내 감염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호사의 노동 강도와 관련해 그는 “간호사의 노동 강도가 강하면 병원 내 감염이 증가한다”며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가 많을수록 감염의 위험은 커진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2000년대 초반 노르웨이에서는 사회당 정부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국영 병원이 대부분인 탓에 간호사 수를 줄였는데 그 결과 그 이전 5년과 이후 5년을 비교하니 병원 감염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했다는 것. 그는 “정부 정책에 의해 간호사 수를 줄이니 전혀 걸리지 않아야 할 병에 걸려 사망한 환자 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성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간호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병원이 고용하질 않는다”며 쓴소리를 했다. 병원이 수익성을 최우선시 하는 까닭에 적정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간호사 1인에게 과중한 노동을 시킨다는 것.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2.5명 이하여야 하는데 심평원의 2014 진료비통계지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4명, 종합병원 2.1명, 병원 11.8명, 의원 10.9 명인 것으로 나타나 기준을 훨씬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는 “2015년 신규 면허 취득자가 15743명으로 매년 2만 명 이상을 배출하고 있어 2015년 현재 간호사는 공급과잉”이라며 “취업률을 15% 향상시킨다면 45500명이 근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은 간호사들이 장롱면허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저임금과 노동 강도가 너무 강한 게 가장 큰 이유”라며 “동일 시간, 동일 노동인데도 대형 병원과 중소 병원 임금 격차는 3배 가까이 되는 만큼 최저 임금 기준을 마련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