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간 상호협력 가능… 한약자원 이용, 전통의학 공동연구 등
인재근 의원 국정감사서 남북 협력 의료기관 운영 의견 제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개성 인근에 남과 북이 함께 운영, 관리하는 의료기관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총재 이수구)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남한의 한의사와 북한의 한의사가 한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현재 노동자들이 출퇴근하고 있는 개성 인근에 남과 북이 함께 관리,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분야는 군사적 상황에 따라 중단될 수 있지만 의료분야는 그러한 걱정이 그나마 덜한 만큼 희망을 갖고 서둘러 준비하는데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전통의학 분야는 인도적 교류에 적합
이에 이수구 총재는 “대단히 좋은 의견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금강산 온정리 인민병원에서 치과병원을 개보수해 5년간 남·북 치과의사들이 공동진료를 실시해 잘 운영됐으나 5·24조치로 중단된 사례를 든 후 “과거 경험을 살려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사실 한의학을 통한 남·북교류는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1999년 ‘우리민족서로 돕기 운동’ 등 기타 보건의료관련 협회들과 더불어 협력본부의 구성단체로 지정되면서 남북보건의료 협력사업에 관여하면서 시작됐다.
한의협은 타 의료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한 공동사업 외에 북한 ‘조선의학협회 고려의학부문’과 단독으로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해 2009년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업 추진이 보류되기 까지 13차례에 걸쳐 방북한 바 있다.
2001년 7월 첫 방북을 시작으로 같은해 11월에 가진 2차 방북에서는 ‘정성제약’ 물자지원을 내용으로 기본합의서를 교환했으며 2002년 6월 3차 방북에서는 북한 의학협회 고려의학부문과 한약자원의 효과적 이용을 위한 상호 협력, 고려의학종합병원 현대화 설비지원, 민족의학연구사업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의향서를 교환했다.
같은해 12월에 이뤄진 4차 방북에서는 의향서의 일환으로 ‘고려의학종합병원’에 현대 장비지원을 포함한 합의서를 교환하고 2004년 3월까지 심장초음파, 위 및 십이지장 내시경, 구급차 등을 지원 완료했다.
이외에도 북한 적십자 병원에 CVCF(무정전전원공급장치) 장비, 서울대 병원 후원으로 조선적십자병원에 CT(컴퓨터 단층 촬영장치), 한국한의학연구원 후원으로 북한 적십자병원에 약탕기 및 물리치료기 등 다양한 의료기기와 약재, 소모품을 지원했다.
남·북 간 한의학 학술교류의 장도 2차례에 걸쳐 성공적으로 개최된 바 있다.
2003년 10월20일부터 25일까지 평양에 ‘민족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제1회 남·북민족읠학 학술대회’에는 남한에서 총 11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9편의 논문(남측 5편, 북측 4편)이 발표됐으며 2006년 12월18일부터 23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민족의학 학술대회’에는 총 7명의 남측 전문가들이 참석해 7편의 논문(남측 4편, 북측 3편)이 발표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한·러 유라시아의학센터 디딤돌 기대
이처럼 의료분야 중에서도 한의학을 통한 남북 교류의 경우 민족 자산의 보전 및 발전이라는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한 상호 의지에 기초하고 있어 남북 교류의 지속성 및 상호 신뢰 구축에도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2009년 남북 관계 경색으로 사업 추진이 보류됐지만 올해 6월24일 한국 한의학은 또다시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
러시아의 태평양국립의과대학에 보건복지부의 한의약 세계화 사업 중 한의약 해외거점구축 지원의 일환으로 한국, 북한, 러시아 3자 협력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유라시아의학센터를 개설했다.
한국의 한의협과 러시아의 태평양국립의과대학, 그리고 양 단체가 상호 인증하는 북한 기관이 함께 각 단체의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하는 이사회(각 5인 이내 이사 추천)를 구성,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아직 북한의 답변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북한이 반드시 참여할 것으로 자신한 이응세 유라시아의학센터장은 “남한이 기존의 전통의학을 현대화된 기술로 발전시켜왔다면 북한은 고전적인 의학을 중심으로 유지·발전시켜와 한국과 북한의 전통의학 결합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전통의학의 완벽을 의미한다”며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러시아 기초과학과 순수과학이 결합되면 국제적인 경쟁력까지 갖추게 돼 치료 의학을 넘어 경제의학으로서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주도하는 한의학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의 제안 처럼 의료분야의 교류 특히 한의학을 통한 남북 교류는 그간의 풍부한 교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성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공감대는 물론 남·북한 협력을 통한 차세대 먹거리 창출이라는 경제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간 화해 무드를 이끌어갈 교각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강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남·북한과 러시아 3자 협력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는 유라시아의학센터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