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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3일 (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결의 잣대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결의 잣대는?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판례 분석-完



▶ 기존 판례의 시사점

우선 ‘의료행위’ 및 ‘한의의료행위’의 의미의 불명확을 이유로 죄형법정주의에 의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과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을 살펴보면 의료행위 및 한의의료행위의 의미와 양·한방 의료행위에서 어떠한 의료행위가 허용 내지는 금지되는지 현행 관련법에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의료행위 및 한의의료행위의 의미는 반복되는 판례를 통하여 이미 사법적으로 그 의미가 비교적 명백히 정립되었다는 것이 사법부의 입장으로 보이며, 따라서 의료행위 및 한의의료행위의 의미의 불명확을 이유로 죄형법정주의에 의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청구는 더 이상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특정행위가 한의의료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학문적 기초, 전문지식에 대한 교육정도, 관련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의료현장에서 이에 대한 분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한의의료행위가 무엇인지는 비교적 일의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하더라도, 특정 의료기기가 그러한 한의의료행위에 부합되는지는 여전히 해석의 문제로 남아 있다.



앞의 ‘의료행위·한의의료행위의 개념 및 구분’에서 보았듯이 기존 법원의 태도는 서양의학의 진찰방법은 서양의학과 대부분의 현대적 의료기기가 서양에서 유래하였다는 이유로(?) 문진, 시진 등 전통적인 방법에서부터 CT기기, MRI기기, 초음파검사, EKG,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대부분의 의료기기 및 검사방법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한의의료의 경우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보고(望), 듣고(聞), 묻고(問), 만져서(切)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 방법으로 진찰해서 완전한 진찰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양도락 측정기, 경락 측정기, 파동 진찰기, 경혈 탐지기, 비만 측정기 등을 이용하여 진단 및 치료를 한다는 매우 제한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의 소지가 있을 전망이다.



특히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와 같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무조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로 단정하여 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살펴보면 헌법 제15조에 따라 모든 국민은 직업의 자유를 가지지만, 국가는 국민의 신체와 재산의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업들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직업의 수행에 필요한 자격제도를 둘 수 있다.



이 때 그 구체적인 자격제도의 형성에 있어서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고 있어(헌재 2010. 2. 25. 2007헌마956 등) 의료행위와 한의의료행위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여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나, 이러한 판결은 한의사가 어떠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무조건 금지하더라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며, 전체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로서 위험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특정 의료기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하여 2014. 1. 8. 헌재의 판결(안압측정기 사용 관련)은 매우 주목할 만한 판결이다. 이 판결에서 헌재는 한의의료에서 진찰과 진단 과정에서 의료기기를 쓸 수 있는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진단과정에서 의료기기 쓸 수 있는 조건은?



① 의료기기들을 활용한 의료행위가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을 경우



② ‘작동이나 결과 판독에 의사의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을’ 경우, 즉 양의학이나 한의학의 원리와 무관하게 작동되고 판독될 수 있을 경우



③ 한의과대학에서도 한의학을 토대로 해당질환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침술이나 한약처방 등 한의의료행위 방식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을 경우 등이 그 조건이다.

더 나아가 이 판결에서 헌재는 의료공학의 발달로 한의에서도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의사와 한의사간에 직역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제1조)으로 하고 있는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의 해석 또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라고 매우 진일보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한·양의 이원적 의료관계법의 입법 태도를 고려



또한, 서울행정법원은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용 초음파진단기 사용이 적법한지에 대한 판결에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하여 현대 서양과학적인 이론에 바탕을 둔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학적 진단 및 치료방법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기는 하나,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범위를 구별하여 서로 업무영역을 구분하고 있는 이원적인 의료관계법을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법태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한의학과 의학의 상호교차 문제는 한의사와 의사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국민적인 합의를 통한 입법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다(2013구합51626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음의 요소들도 향후 한의에서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고려돼야 할 것이다.



① 한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쓸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 지금까지의 판례는 ‘한의의료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존의 정의, 즉 ‘한의의료행위라 함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에 기반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러한 개념 규정이 전통적인 한의학에 기초한 의료행위에만 한정함으로써 다양한 의료기기의 활용을 통한 한방의 과학화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2011. 7. 14. 한의약육성법에 새로이 규정된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조차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기기가 어떤 원리에 의해 제작되었는지도 중요



따라서 한의계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한의학 원리에 더하여 최근의 한의계 발전성과까지 포괄하는 ‘한의의료행위’의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고 이에 대해 폭넓은 의견수렴과 국민적 동의를 거쳐 법제화가 된다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범위는 획기적으로 늘어 날 것이다.

② 법원에서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쓸 수 있느냐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는 해당 의료기기가 어떠한 원리에 의하여 제작·작동되는지와 그러한 의료기기를 충분히 다룰 수 있을 만큼 교과과정이나 자격시험에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③ 검찰은 최근 한의사가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한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경향이 있다.

④ IPL 또는 양의사의 침술행위 사례에서 보듯이 진찰 및 진단을 위한 의료장비와는 달리 치료용 의료기기(또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양방과 한방의 경계를 인정하여 국가에 의해 정립된 직역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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