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속의 한의학을 꿈꾸다(下)
“아유보완(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 백 명이 넘는 환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침인사와 함께 시작되는 스리랑카의 코리안 클리닉 진료가 그에게는 일상이 됐다.
김인규 원장이 처음부터 코이카 봉사활동에 뜻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종전의 그는 여느 개원의 못지않게 한의원 경영에 열심이었다. 그러던 중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에 회의를 느꼈다. 일상에서의 과감한 탈출본능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무엇보다 보람 있는 일을 찾아 떠나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컸다.
스스로의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할 때 즈음, 한의사협회 홈페이지에 중장기자문단 모집과 관련한 공지 글을 봤을 때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된 것이 동기가 됐다. 김 원장은 코이카 자문위원의 자격으로 스리랑카에서 근무 중이다. “삶에 대한 도전, 뜻 깊은 일, 누구나 생각은 다 해보잖아요. 결심한 사항을 용기 내어 실행에 옮겼을 뿐이죠.”
스리랑카 코리안 클리닉에서의 하루하루
그곳에서 김 원장은 현지의사 3명 및 간호사 2명과 함께 매일 120~170여명의 환자들을 진료한다. 게다가 그곳이 교육병원이어서 침구학 강의를 듣기위해 찾아온 스리랑카의 의사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매주 금요일은 국립 콜롬보대학교 전통의학부에서 두 시간 동안 한국의 침구학 강의를 진행한다.
아유르베딕 대학은 국내 한의과대학과 같은 곳으로, 교육은 무상으로 이뤄지지만 학생들의 지적 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김 원장이 맡은 강의는 졸업반 학생 52명을 대상으로 한다. 85명의 지원자 중에 성적순으로 선발된 학생들만이 수강을 하고 있다는 점은 그가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에 김 원장은 영어로 우리 학문을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구수한 경상도 발음으로 영어를 하다 보니 발음 때문에 애를 겪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이 분위기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지요.” 알찬 내용에 재미까지 더해졌다하니 스리랑카 각지에서 쇄도하는 강의요청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요즘이다. 뿐만 아니라 오지 지방 순회 진료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도 빛을 발하는 ‘침구학’
한의학의 많은 부분 중 특히 인기 있는 것은 침술이다. 이제 침구학은 세계적인 의학으로 자리 잡아 어느 나라든지 그 우수성을 인정하고,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때문에 수원국(受援國)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가 한의사 해외파견 사업에 적극 지원해 준다면 의료에 있어서의 한류 열풍은 시간문제다. 더군다나 스리랑카는 한국의 침술이 중국의 침술보다 뛰어나고, 발전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을 굳건히 한데는 코리안 클리닉의 역할이 컸다. 이곳에서 초석을 다진 이상호, 한규언 한의사 등 모든 이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스리랑카 주민들은 한국의 침구학을 무척 사랑해요, 침술의 효과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겠죠.”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다보니 현지 서양의사들도 한의학에 호의적이다. 신기한 것은 이곳 스리랑카의 전통의학도 한의학에서와 비슷한 음양오행이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들로 하여금 한의학 강의를 진행하고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을 덜었다. 침구학 강의를 준비할 때 고민했던 숙제들이 해결된 셈이다.
통일된 체계로의 해외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직접 교재를 준비해서 강의를 해왔다. 하지만 그는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교육방법론과 교재 및 시스템에 관해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할 때다. 앞으로 우리 한의학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영어로 된 강의록 등과 같은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통일된 학문적 체계로의 성립이 선결되어야 보편타당한 지식의 해외 전달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학풍과 임상경험이 교육에 녹아들어가게 되는 바 한의학 정수의 전달이 혹여나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염려되기도 한다.
봉사활동, 한의학의 세계화에 큰 영향 끼쳐
일선의 한의사들은 코이카 사업의 일환으로 원조국에 의료지원을 나온 것이지만, 이것이 한의학의 세계화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코이카에 한의사 파견 을 요청하는 개발도상국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중장기 자문단을 포함한 많은 한의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해외에 진출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세계화를 위한 트렌드는 개인의 생각과 의중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방향을 잡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대한한의사협회가 큰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코이카를 포함하여 해외로 파견되는 한의사들에게 협회 차원에서 사전교육을 시행한다거나 강의 교재 등을 표준화하여 마련해 준다면 더없이 큰 도움이 될 듯 보인다. 나아가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능력 있는 한의사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해 줘야한다. 외국에 파견됐던 국제 협력 의나 현재 근무하는 인력들을 규합해서 지속적으로 해외 의료기관 진료와 보건환경 등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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