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연구를 위한 재정 지원이 신약 개발에만 집중돼 공익적 목적을 위한 의료자원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문정림 의원(새누리당, 국회보건복지위원회)과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이 지난 25일 공동으로 개최한 '공공의료자원의 합리적 분배, 그 해법은?'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교수는 “해외의 경우 신약개발은 대부분 제약사가 담당하는데 우리나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임상연구재정의 90%가 신약개발에 투자되고 있다”며 “연구자가 주도적으로 임상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근거 창출에 나서야 궁극적으로 공공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신약개발은 이해당사자인 제약회사의 몫이고, 혁신을 독려하는 선에서만 지원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공익적 자원을 상업적인 곳으로 너무 많이 지원하고 있다는 것. 이보다는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창출이 이뤄져야 이를 토대로 제대로 된 보험급여 기준이 설정되고,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도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골관절염 환자에게 쓰이는 글루코사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글루코사민이 환자에게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선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글루코사민이 약품과 식품 양쪽으로 분류가 돼 있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글루코사민을 양쪽으로 모두 분류해 놓은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어떠한 효능이 있는지 모르니 약품인지 식품인지 구분할 기준초자 없는 셈이다. 그나마 지난 2009년 보의연이 실시한 연구에 따라 글루코사민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급여등재는 삭제됐다. 이로써 연간 100억 원의 재정이 절감될 수 있었다.
허 교수는 또 “의료자원이 무한정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제한된 만큼 그 안에 있는 낭비적인 요소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의료자원을 투명하게 분배하기 위해 공익적 임상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은 전체 보건의료 예산의 1.4%인 1조 7천억 원을 근거창출을 위한 임상연구에 쓰고 있지만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익적임상연구와 관련된 예산은 약 95억 원으로 건강보험급여 총액의 0.02%수준이다. 이는 국민 한 명이 1년에 약 165원을 부담하는 수준으로, 2013년 국민 한 명 당 1달러씩 부담하던 임상연구 예산을 올 해 2달러로 올린 미국과 비교할 때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패널로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근거창출을 위한 임상 연구에 더 많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로 동조했다.
양훈식 근거창출임상연구국가사업단의 사업단장은 “정부가 신약 개발에는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공익적 임상연구에 대해서 이렇다 할 마스터플랜 하나 없는 게 현실”이라며, “ 의약품·의료기기·의료행위 등 다양한 의료기술에 대한 비교평가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를 생성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자원의 합리적 분배를 도모해 공익적 임상연구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문정림 의원은 “미국은 지난 2011년 환자중심결과연구소(PCORI)를 설립하여 보건재정부담 완화와 의료혜택 확대를 위한 임상근거를 생산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1999년부터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을 설립하여 임상진료지침의 개발과 보급 및 확산, 의료의 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며,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공익적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사례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임상연구 추진체계의 발전방향을 도출하는 한편, 임상연구 결과를 활용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 편익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모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