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을 3년간 이끌어갈 기관장 공모가 지난달 12일 마감됐다. 후보자는 총 세 명으로 김종열 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조명래 동신대 한의과대학 교수, 이응세 국제동양의학회 사무총장이 현재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의학연구원법에 따르면 한의학연구원의 설립 목적은 한방의료 및 한약의 육성·발전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데 있다. 따라서 연구원장 역시 이러한 원칙에 맞게 방향을 설정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한의계의 뜻을 담을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 기초기술연구회도 한의학연구원장 후보를 공모할 때 자격 조건으로 △해당 연구 분야에 관한 전문성을 갖추고 덕망이 있는 자 △조직경영에 대한 경륜과 식견을 가진 자 △해당 연구기관의 경영혁신을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자 △국제감각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진 자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한 자 등으로 명시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994년 한의학연구원이 설립된 이래로 약 20년이 지났지만 그간 연구원의 도덕적 해이가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11년에는 소속 직원 218명이 모두 183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일도 있었다. 정규직원 110명의 출장 건수는 무려 132회로, 한 명당 한 해 1.2회꼴이었다. 비정규직도 평균 0.48회의 해외 출장 기회를 잡았다. 해외 출장에 사용한 예산만 약 5억 원으로, 전체 예산(277억원)의 2%가량을 차지했다.
기관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미흡’을 받은 적도 있다. 신규 특허 등록 건수도 2008년 13건, 2009년 24건, 2010년 21건 등으로 미미했다.
2010년에는 활용되지 않는 특허의 비율도 2010년 기준 84%에 달했다. 대내외적으로 연구원의 존립 여부에 대한 비판이 난무하는 지금, 한의학연구원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자질이 검증된 인사가 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일부 매체를 통해 특정 후보 흠집내기 식의 기사가 보도됐다. 특정 후보가 한의학연구원에서 체질진단기기 개발 사업을 펼쳤으나 결과적으로 기술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까지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한 후보의 대학이 정치권을 등에 업고 한의학연구원의 분원을 유치하는 등 이전 정권 실세가 연관돼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해당 대학에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대학의 연구원 분원 유치는 지역 발전 차원에서 관할 도가 몇 년간에 걸쳐 적극 나서서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의학연구원장 공모는 물론, 정치권과의 인맥 여부도 관계가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셈이다.
특히 3명의 후보 중 한명의 후보만 네거티브 공방 기사에서 빠져있어 다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인 기사가 나간 게 아니냐는 의문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의 이력, 비전, 업무 수행 능력 등 한의학연구원장의 ‘자질’보다 정치권과의 연루 등을 꼬투리 삼은 날선 비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출연연의 연구기관장 선임은 무엇보다 후보자가 각 기관의 경영에 대한 경륜과 지도력을 갖추었는지, 또는 미래지향적이며 혁신적인 경영이념으로 기관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최우선 조건으로 검토한다”며 “이런저런 인맥이나 정실에 얽매여 선임되지는 않는다”라고 못박았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 역시 "한의학연구원의 운명을 생각한다면 새롭게 선임될 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의계 관계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