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과 한의약 의료서비스 활용 (中)
어느 장애인 임산부는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혈압과 몸무게를 재야했는데 본인의 몸에 맞는 것이 없어 결국 혈압은 수동으로 재고 몸무게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체중계에 기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이러한 일화는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암울한 현실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에 적합한 의료기기도 없을 뿐 아니라 의료기관의 담당자와 의료인들의 무관심과 인식 부족이 점점 더 장애인들의 의료기관 이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한의약 의료서비스의 접근 방향을 찾아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장애인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료인들의 각 장애유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맞춤 진료를 하는 것이다.
나사렛대학교와 의료협약을 맺고 매월 정기적으로 장애인 진료활동을 하는 약선한의원 최호성 원장은 “의료현장에서는 현재 장애인 진료에 있어서 ‘장애인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낯설고 무섭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는 등의 선입견이나 통념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며 이러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장애인 진료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들도 장애를 고쳐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느끼는 통증이나 불편한 증상 등은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없이 대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 유형에 따른 한의약적 맞춤 진료가 필요
한국 장애인 연맹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채종걸 동광한의원 원장은 “의료인이 장애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있다면 장애인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뿐 아니라 만족도 또한 높아진다. 장애인 환자의 진료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여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큰 치료 효과를 볼 것”이라며 의료인의 세심한 배려를 주문했다.
약선한의원 최호성 원장은 뇌병변장애인을 예로 들어 장애 유형별 맞춤 진료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였다. 그는 “뇌병변장애인은 근육이 강직되고 언어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더 자세히 듣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들은 항상 긴장되고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더 부드럽게 해 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항상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요통이나 척추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안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가동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법이나 자세를 티칭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호흡을 시키며 여유있게 대화하고 그들의 표현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진료에 있어 한의계가 한 발 더 다가가야
현재 장애인들의 의료기관 이용은 한방보다는 양방 병의원에 훨씬 더 치중되어 있다. 장애인들의 일차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을 확대하고 그 중에서도 한의원 이용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한의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은 “농아인들은 때때로 보약을 복용하거나 요통 등으로 인해 침 치료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한의원 진료보다는 양방 병원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한의사가 농아인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많은 농아인 환자들이 찾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채 원장은 “일반 한의원의 경우 규모가 작아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운동기 질환의 경우 한의사 혼자 진료를 본다면 물리치료실에서 하는 것처럼 개인별 맞춤 진료가 어렵기 때문에 양방병의원보다 이용률이 떨어진다”며 “전동휠체어가 출입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며,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의견을 조금만 청취한다면 많은 환자를 한방 병의원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친절한 자세로 환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히 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환자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의원의 문턱을 깎고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게 인테리어를 한 약선한의원 최호성 원장은 “병원의 문턱을 깎는 공사라든가 환자들이 눕는 베드, 기타 여러 진료기구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편의시설의 개선은 현실적으로 많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분이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척박한 한의 진료의 현실 개선이 절실하다
최 원장은 “장애인에 대한 의료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장애인 진료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어 의료인들이 참고할 만한 현실적인 자료가 없다”고 질타했다. 실제 최 원장은 장애인 진료를 시작하면서 여러 곳에 자문을 구했으나 이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너무 힘들어 직접 자료를 제작 배포하였다고 한다. 그는 현재 정기적으로 하는 장애인 진료 활동 이외에도 ‘장애인의 한방 건강관리수칙’ 등을 만들어 배포하고 장애인들의 양생 관리 중요성을 알리며 장애인 건강권에 대한 강연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 진료에 대한 자료를 개인에 기댈 것이 아니라 한의학계 차원에서의 장애유형별 연구가 필요하다. 진단과 치료, 처방에 있어서 자료를 만들고 공유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침이나 뜸, 부항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기에 장애 유형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