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난해 1월에 있었던 한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처벌해 달라며 신고했다.
지난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천연물신약 무효화와 정부의 불공정 정책 규탄을 위한 범한의계 총궐기대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행정처분과 검찰 고발을 요구하는 신고서를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총괄과에 제출한 것이다.
전의총은 지난 5월 22일 “2013년 1월 한의협과 산하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한 전국 한의사 휴업 및 궐기대회가 공정거래법 제26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한다”며 “공정위가 그 이름에 걸맞게 엄정하고 공정하게 조사해 불법 행위의 당사자들을 행정처분하고 검찰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이 제재를 당한 것과 똑같은 기준으로 전의총이 걸고 넘어진 잣대는 ‘공정거래법 제26조’. 한의계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공정거래법 제26조’에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위는 의협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의협은 공정거래법 상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인 구성 사업자의 사업내용과 활동 및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개별 의사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진료 여부 결정에 의사협회가 부당하게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제 26조’를 위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당시 의협이 파업 명분으로 내건 ‘원격진료, 영리 자회사 반대, 저수가 개선’의 세 가지 요구사항은 의협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린다.
동네 개원 의사들에게 원격의료는 시한폭탄인 반면, 대형병원 의사들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정책’으로 여긴다. 화상진료 등을 허용하는 원격진료가 현실화되면 ‘근거리’라는 동네의사들의 장점은 사라진다. 큰 병원 중심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동네의원의 경영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도 병원 소속 의사들에게는 ‘기회’로 여겨진다. 당장 이득은 크지 않더라도 의료법인의 수익구조가 개선되면 의사들 처우가 개선되는 부대 효과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회사를 통해 의료기기 및 의약품 개발에 참여하거나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진다.
현재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의협은 동네의사로 분류되는 ‘개원의’들이 주축이긴 하지만 회원 구성 비율을 보자면 협회 활동 의사 8만8000여 명 중 개원의는 3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33% 정도로 의료기관에 취업한 봉직의(34%)보다 수적으로 열세다. 나머지는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15%)와 행정·연구직 의사들이다. 사업자단체인 의협이 여론몰이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지난해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한의사들의 궐기대회는 미래의 한의사인 한의대생 2000명도 자발적으로 참가한 집회 형식으로, 그 목적도 한약제제를 정체불명의 신약으로 둔갑시킨 식약처의 잘못된 고시를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이는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법원은 해당 고시가 한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고, 상위법령에도 이를 규정할 수 있도록 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무효라는 판결까지 내린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6종의 천연물신약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된 신약이 모두 5종으로 나타나, 신약에 대한 국제기준 적합도에 턱없이 미달한다는 사실도 증명된 바 있다.
결국 전의총이 의료계의 또 다른 축인 한의사의 파업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한 것은 ‘파업은 무조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꼴에 불과해 자신들 스스로도 명분없는 파업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