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연구원(베이징전통의학연구소)
▣현대 중의경험방
국의대사 루즈정(路志正)의“이혈해경강압탕(理血解痙降壓湯)”
【조성】 제(制)하수오15g, 백작약12g, 당귀12g, 충울자10g, 북(北)시호12g, 부초( 麥炒)지실12g, 감초6g, 염(鹽)두충18g, 황기15g, 황백6g, 구등15~30g(후하(後下))
【공효】 양혈소간익기(養血疏肝益氣), 자음사화강압(滋陰瀉火降壓)
【주치】 음혈휴허(陰血虧虛), 두통, 현훈(眩暈), 신피핍력(神疲乏力), 이명(耳鳴), 심계(心悸)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원발성 고혈압, 신장성 고혈압과 갱년기증후군, 심장신경증 등에 사용함
【방해】 본 처방은 일본의 한방대가 오오츠카 게이세츠(大塚敬節)의 경험방 “팔물강하탕(八物降下湯)”에 변화를 준 처방이다. 팔물강하탕은 사물탕에 황기, 황백, 구등, 두충을 가미한 방제이지만, 본 처방은 그 의미를 지키면서 제하수오, 당귀, 충울자, 백작약으로 사물탕을 대신하여 양혈활혈(養血活血)하였다. 또한 음혈자윤(陰血滋潤)은 양기(陽氣)의 온후(溫煦)에 의지하므로 황기를 사용하여 익기배양(益氣配陽)하여 조음(助陰)하도록 하였다. 또한 “혈을 치료하는데 어찌 기를 치료하지 않겠는가?(治血焉有不治氣)”라는 이치에 따라 소간해울(疏肝解鬱), 조화간비(調和肝脾)의 사역산(四逆散)을 추가하였다. 처방에서 시호는 소간해울(疏解肝鬱)하면서 승청양(升淸陽)하고, 백작약은 양혈렴음(養血斂陰)하며 시호와 함께 일승일렴(一升一斂)한다. 지실은 행기산결(行氣散結)하여 소창기기(疏暢氣機)하는 효능을 증강시키고, 감초는 완급화중(緩急和中)하고 제약의 조화를 이룬다.
【가감】 본 처방은 증후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감하여 사용된다.
① 간화항성증(肝火亢盛證)에는 본 처방에 용담사간탕의 용담초10g, 황금10g, 치자10g, 차전자10g 등을 더한다. 심화(心火)가 왕성하면 황련을 더하고, 상화(相火)가 왕성할 때에는 지모, 황백을 더한다.
② 음허양항증(陰虛陽亢證)에는 본 처방에 진간식풍탕(鎭肝熄風湯)의 우슬30g, 용골15g, 모려15g, 귀갑15g, 백작약15g, 현삼15g, 천문동15g 등을 더한다. 현훈(眩暈)이 심한 경우에는 천마, 국화, 구등을 더하고, 요슬산연(腰膝酸軟)에는 두충, 상기생을 더한다. 실면(失眠)에는 산조인, 진주모, 야교등 을 더한다.
③ 담습옹성증(痰濕壅盛證)에는 본 처방에 반하백출천마탕과 이진탕의 강(薑)반하12g, 백출15g, 천마15g, 진피10g을 더한다. 담(痰)이 많을 때는 제(制)천남성, 천축황을 더하며, 비허습곤(脾虛濕困)에는 두구, 사인, 의이인을 더하며, 흉민(胸悶)에는 괄루, 해백, 울금을 더하고, 머리가 무거울 때는 하엽, 갈근을 더한다.
④ 음양양허증(陰陽兩虛證)에는 본 처방에 지황음자(地黃飮子)의 숙지황15g, 파극천12g, 산수유12g, 육계6g, 부자6g, 석곡12g, 맥문동15g을 더한다. 말기 고혈압병, 뇌동맥경화, 중풍후유증에서 음양양허증이 보일 때 사용할 수 있다. 현훈이 심할 때는 천마, 구등을 더하고, 두통에는 천궁, 국화를 더하며, 야뇨가 빈번할 때는 오약, 익지인, 상표초를 더한다.
【사유】 현대의학에서는 고혈압을 대뇌피질과 피질하부 혈관운동신경계통의 조절장애로 인한 전신 소동맥의 경련과 동맥혈압의 상승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신 소동맥 경련은 혈관벽의 산소공급부족을 초래하여 혈관벽이 투명하게 변하게 된다. 그리고 소동맥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내막의 섬유조직이 증가하여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부족이 가중되어 모세동맥경화와 고혈압이 나타난다. 루즈정 선생은 이러한 전신 소동맥의 경련과 혈관벽의 투명변성(透明變性)을 중의이론으로 해석하였는데, 소동맥의 경련인 혈락구련(血絡拘攣)은 과도한 풍양승동(風陽升動)을 초래하므로 넓은 의미의 사방운체(四旁運滯), 승강실직(升降失職)이며, 소동맥의 투명변성과 혈액부족은 혈허락어(血虛絡瘀)라 하였다. 그는 고혈압을 “혈락구련어체풍동증(血絡拘攣瘀滯風動證)”으로 정리하고, 식풍지경(熄風止痙), 양혈활혈(養血活血)법을 이용한 “이혈해경강압탕(理血解痙降壓湯)”으로 치료한다.
【의안】 남, 58세, 2008년 7월8일 초진.
10년 전 고혈압이 발견되었으며 지난 3년간 암로디핀베실산염 2.5mg을 매일 복용하여 혈압을 130/80mmHg으로 유지해왔다. 최근 2개월 동안 혈압이 상승하여 약을 매일 5mg으로 증량하였지만 혈압이 140~150/90mmHg을 유지하였다. 또한 두통이 있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코를 골고 심률은 75회/min이다. 식사와 대소변은 정상이며 평소 성격이 조급하다. 얼굴색은 부홍(浮紅)하며 설질은 홍(紅), 설태는 소태(少苔)이고 좌맥은 현활(弦滑)하고 우맥은 현세(弦細)하다.
치법 : 양혈활혈(養血活血) 자보간신(滋補肝腎)
처방 : 제하수오20g, 백작약15g, 당귀15g, 충울자20g, 북시호12g, 부초지실12g, 감초6g, 염두충30g, 국화10g, 구등20g(후하), 익모초15g, 죽력12g, 법반하12g, 죽여12g. 14첩
2008년 7월26일 2진: 혈압은 140/90mmHg이며 수면이 개선되었다. 코를 골고 입맛이 쓰다. 대변은 하루에 3회보며 변이 묽다. 얼굴색은 부홍(浮紅)하며 설질은 홍. 설태는 박황(薄黃)하며 맥은 현세(弦細)하다. 위 처방에서 국화, 지실, 익모초를 빼고 백출15g, 울금12g, 용골30g, 모려30g, 죽력즙(竹瀝汁) 30ml를 추가하여 14첩을 처방하였다.
2008년 8월12일 3진: 혈압은 130~135/85mmHg이고 머리의 침민감(沈悶感)이 경감되었다. 아침에 혈압이 약간 높고, 설질은 암(暗)하며 설태는 담백(淡薄)하다. 맥은 현(弦)하며 약간 침(沈)하다. 2진의 처방에 창출15g, 의이인30g, 초(炒)산사12g, 초신곡12g, 초맥아12g, 차전초15g을 추가해 14첩을 복용한 후 모든 증상이 경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