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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6일 (화)

내과 진료 톺아보기①

내과 진료 톺아보기①

“죽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어요”
유기적인 생명활동 속에서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은 한의사가 탁월하게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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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 전문의인 이제원 비엠한방내과한의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단순히 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의 근간이 곧 내과학이라면서, 한방내과적으로 환자를 어떻게 진료할 것인가의 해답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내과학이란, 단순히 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왜 한의사가 내과 진료를 하는 한방내과 진료실을 찾아올까? 저자는 본란을 통해 이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소화가 잘 안되고, 등 쪽 통증도 함께 있어요. 3개월 전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다음 날 바로 양방내과에서 위내시경을 했고, 만성위염으로 진단받아 양약을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오히려 속이 더 아파서 복약을 중단하고, 열흘 전부터는 하루에 죽만 한두 스푼 겨우 먹으면서 연명하고 있어요. 본래 52kg 이었던 몸무게가 지금은 48kg 밖에 안 나갑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천천히 현병력을 이야기하는 50대 여성 환자.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의 머릿속에는 많은 병명이 지나가고 있었다. 악성종양이나 대동맥류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부터 췌장염, 십이지장궤양, 만성위염 등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환자가 가지고 온 의무기록사본 중 혈액 검사 결과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CRP 1.56 mg/dL, ESR 100 mm/hr, Free T4 1.43 ng/dL, TSH 0.03 µIU/mL 결과가 신경 쓰였다. 혹시 갑상선에 대한 과거력은 없는지 물었다. 4개월 전 건강검진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는데, 16일 전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갑상선 쪽이 의심된다고 했고, 그래서 내과에 갔더니 갑상선에 염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내가 보았던 혈액 검사 결과는 그때 시행된 것이었다.


당시 처방받은 약물을 살펴보니 란소프라졸, 폴라프레징크와 같은 소화기 약물에 더하여 메틸프레드니솔론, 펠루비프로펜과 같은 소염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환자는 그 약을 먹고 나흘 만에 구토 증상이 발생하는 등 소화기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그 후로 약물을 바꿔가며 세 번의 처방을 더 받았으나, 소염제는 없었고 오직 소화기 증상에만 초점을 맞춰 약물을 처방받았다. 그런데도 환자는 약물 복용 후 속이 더 아파서 모두 중단하고, 열흘 전부터 죽만 먹고 있다고 했다.


일단 혈액 검사를 다시 시행하고 필요시 복부 CT 검사 시행도 고려해야 했다. 혈액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Hs-CRP 4.90 mg/L, ESR 42 mm/hr, Free T4 2.52 ng/dL, TSH <0.01 µIU/mL. 그리고 추가 검사를 통해 TSH-R-Ab(TSI) Negative(0.80 IU/L), Thyroglobulin 133.00 ng/mL 라는 결과도 관찰했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 상, 우엽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저에코 음영이 확실하게 관찰됐고, 협부와 좌엽에서도 우엽보다는 작지만, 경계가 불분명한 저에코 음영이 각각 관찰됐다. 


그리고 해당 부위의 피부에 탐촉자가 닿을 때, 심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통증을 환자가 호소했다.

이 환자는 아급성 갑상선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아급성 갑상선염은 인플루엔자,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이 있어 바이러스성 갑상선염이라고도 하며, 증상이 인두염과 유사하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질환이다. 


아급성 갑상선염의 임상 경과는 갑상선중독기, 갑상선기능저하기, 회복기의 특징적인 단계를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 증상 및 체중감소가 갑상선기능 관련하여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대부분은 후유증 없이 호전되나, 일부에서는 영구적인 갑상선기능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 갑상선염은 癭瘤라는 병증으로 다루어진다. 癭瘤의 구체적인 병인병기는 주로 氣鬱痰阻, 肝胃火鬱, 肝腎陰虛, 氣血鬱結, 陽氣虛弱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환자의 주요 증상을 토대로 心脾兩虛로 변증한 후 歸脾湯加味方을 사용하였다.

치료 1개월이 지나자, 환자의 소화기능이 개선되고, 식사량이 회복됐다. 갑상선기능도 심한 중독 또는 저하 증상 없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치료 3개월 후 소화불량 증상이 호전되어 약물 복용을 종결했고, 치료 6개월 후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는 갑상선 관련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환자의 주소증은 소화불량과 등 통증, 그리고 체중감소였다. 환자의 소화기능이 개선되고 식사량이 본래대로 회복하기까지는 약 1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앞선 양방내과처럼 소화기 증상에만 초점을 맞춰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약을 처방했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 혈액 검사 결과와 초음파 소견을 참고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된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는 있었을까?


우리 몸은 각 세포와 조직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몸은 한 번에 한 가지 증상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생명활동은 매우 복잡해서 경이롭기까지 하며, 그 속에서 질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라는 이유로 질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도구에 스스로 제한을 두거나, 그 도구의 사용을 제한받아서도 안 된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서 결코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유기적인 생명활동 속에서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것은 한의사가 탁월하게 잘할 수 있는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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