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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30일 (월)

항저우 장애인아세안게임 팀닥터로 다녀와서

항저우 장애인아세안게임 팀닥터로 다녀와서

깻잎 한 장의 차이
“개별로 만나는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연결되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장점이 확장된다면...”

항저우 (1).jpg


제정진 삼잘한의원장

이천 장애인선수촌 촉탁의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장애인 아세안게임의 대한민국 팀닥터로 다녀왔다. 한국 선수단은 선수 208명, 임원 137명이 참가했고, 전체 참가 규모는 43개국이었으며, 22개 경기 종목에서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우리나라는 종합 4위로 대미를 장식했다. 


“샘, 샘한테 제일 먼저 왔어요”


대회 마지막 날 폐막식을 준비하느라 어수선하고, 해의 기운도 기울쯤 막연하고 기이한 슬픔이 피어나고 있을 때였다. 조정선수가 진료실로 부리나케 들어왔다. “샘, 샘한테 제일 먼저 왔어요”라면서 휠체어 바퀴에 한 걸음을 싣고 와 주었다. 

 

그리고 은메달과 꽃 뭉치를 내 목에 걸었고 손에 잡혀 주었다. 그 목소리에, 그 둥근 걸음에 가슴이 터질 듯 했다. 나는 안경 안에 이물이 있는 것처럼 거짓 손짓으로 뜨거움을 몰래 훔쳤다. 함께 뭔가를 만들어냈고, 더 큰 가능성을 확인하였기에 더 나은 희망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다. 둘이서만 알 수 있는 미묘한 차이, 그 깻잎 같은 차이와 변화를 서로는 알고 있었다. 

 

스포츠경기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를 깻잎 한 장 차이라고 한다. 그 차이를 내 몸 안에서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까? 생 깻잎을 입천장에 붙여보자. 그 두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긴 머리카락을 목구멍에 걸리게 해보아라.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면서 가래침을 내뱉으면서 발작을 할 것이다. 깻잎 한 장과 실 한 줄로도 내 몸속은 엄청난 차이를 몸소 느낄 수 있다. 

 

항저우 (6).jpg


치료의 관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실례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여자 조정선수가 팔꿈치가 아파서 찾아왔다. 노를 꽉 잡아야 하니 부담은 확실할 것이다. 아픈 곳은 팔꿈치지만 어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어깨가 가동을 충분히 못하므로, 손 악력이 대신 과도하게 사용하게 돼 팔꿈치가 아픈 것이라고 했다. 팔꿈치를 부수적으로 치료하고 어깨를 위주로 가동역을 넓혀주니 1~2회 만에 팔꿈치의 통증이 많이 감소하고 운동을 하는 데 지장이 없어졌다.  

 

다시 척추의 전후 운동 범위를 확인하여 심부의 척추 옆을 직접 자극하여 가동범위를 올려주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흉추 11~12번의 손상 마비이므로 척추의 운동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심부 척추를 장침으로 복부를 통해 직접 자극하여 움직임을 조금 개선시키니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경직이 이완되면서 통증이 감소됐고, 척추가 조금 움직이면서 전체적인 전후 동작이 더 원활하게 됐다.  

 

또 간헐적으로 발 받침대를 지지하던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 경련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다리 내전근 부위(하지 음경락)를 자극하여 이완시켜 주었다. 감각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발까지 쥐가 나지 않음으로써 더 긴 운동축을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부수적으로 심부 척추를 자극하는 과정에 복부를 동시에 자극하게 되면서 소화능력이 개선  되고 추위가 확실히 개선됐다. “체하면 손발이 차가워진다”라는 말을 반증하는 것 같다. 전에 다른 선수들은 반팔을 입어야 하는 정도의 온도에서도 추위를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런 추위가 없어졌다. 심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경직도의 감소도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일조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항온(정온)동물이고, 100% 음식을 통해 열량을 제공 받으며, 유일하게 음식을 익혀서 먹는 동물이라 소장에서 70% 정도를 흡수한다. 이에 소장의 위치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상완혈, 중완혈, 하완혈, 천추혈, 관원혈 등의 경직이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전체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관찰하고 연관시킬 수 있으면, 기능을 측정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부분적 관점이 아닌 전체를 관찰해야”


복싱 레전드인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애초에 복싱은 하체로 하는 운동이라고 하였고, 수많은 줄넘기 강좌를 열기도 했다. 발이 땅을 밀어내는 힘이 팔을 통하여 전달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스텝이 골반 회전, 팔을 펴는 힘과 연결되어야 펀치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문제는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분과 기계적인 관점에 사로잡히면 팔만 보이고 척추와 몸통, 골반과 다리의 연결성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를 연결시킬 때 대각선 운동도 동시에 관찰해야 한다. 오른손과 왼 다리, 왼손과 오른 다리가 하나의 운동 단위인 것이다. 

드물지만 경우에 따라서 우측 손과 우측발이 하나의 운동 단위가 되기도 한다. 상지에서만 분석해보면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관절의 역할이 구분되기도 하지만 운동 단위로 보면 각각의 역할의 주부가 다르다. 

 

다리도 마찬가지이다. 내장의 기능개선이 운동 향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고의 전환이 없으면 복싱선수는 상체운동만 강조할 것이며, 조정 선수의 치료 관점이 팔꿈치를 벗어나질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계적이고 부분적인 것만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데카르트를 싫어하고, 갈릴레오를 좋아한다. 과학에는 정성적인 것과 정량적인 것이 있는데, 정성적인 것은 측정이 되지는 않지만 어렵다고 하였고, 정량적인 것은 측정이 되지만 쉽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량이는 하늘로 올라가 중세의 하나님이 되어 절대성을 부여받았고, 정성이는 땅에 머물러 각각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에서 화학적인 것이 물리적인 것이요, 물리적인 것이 화학적인 것이다. 무기화학은 절대 법칙이 있지만, 인체의 유기화학은 개별로만 존재한다. 개별로 만나는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연결되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장점이 확장된다면...

기회가 된다면 이정민 유도선수와 세 개의 금메달을 딴 서수연 탁구선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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