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아동의 뇌 발달 치료의 미래는 한의학입니다.”
정신지체, 발달장애, 뇌성마비 아동의 한방치료로 10년 동안 올곧은 길을 걸어온 해마한의원 백은경 원장이 내놓은 ‘장애아의 인지기능’과 관련된 논문이 지난달 24일 제58회 세계정신의학과학회에서 발표돼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원장은 현재 해마뇌발달연구소 소장을 겸임, 경희대 양방소아정신과 반건호 교수와 장애아동의 한약치료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위한 코웍을 맺고 있다.
백 원장이 장애아동의 주치의로 나서게 된 것은 남편인 해마한의원 박재형 대표원장과 함께 주말의료봉사활동을 참여했다가 우연히 정신지체아동을 치료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녀는 “당시에 3명의 지체장애아동을 치료했는데, 두세 달이 지나니까 현격히 인지능력과 신체기능이 좋아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며 “그로 인해 치료받은 아이의 부부가 희망을 얻게 돼 이혼합의서를 찢고 아이의 치료에 헌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때부터 장애아동들은 백 원장의 한결같은 사랑을 독차지하게 됐다. 그녀는 장애아동의 치료핵심은 ‘뇌’라고 밝힌다. 설명을 돕고자, 백 원장은 해마한의원의 처방약인 ‘해마원’이 장애아동의 인지적·심리적·신체적 측면에 끼치는 동물실험 및 임상치료 데이터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해마원’을 복용한 실험집단은 통제집단보다 6주 후에 수면장애가 없어지고 식욕증진 등 신체적인 변화를 보였다. 특히 해마원 복용기간에 따라 인지능력(IQ)과 불안 및 우울증세가 유의성 있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반아동을 상대로 하면 어떠나”고 의중을 살폈다. 그러나 백 원장은 “그렇게 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으나 장애아동들이 소외될 우려가 높다”며 “이는 의료의 본질을 망각하는 사태까지 가게 된다”고 변심의 여지가 없음을 밝혔다.
이처럼 석상같은 그녀의 다짐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점차 노출되고 있는 양방의 치료한계였다. 양방에서는 기껏해야 장애아동의 부모들을 위한 상담교육과 산만한 아이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메틸페니데이트’를 투여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는 형편.
‘메틸페니데이트’는 1937년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의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장기 복용시 뇌세포 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150여개 국에서 향정신성의약물로 지정돼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일부제약회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리 하에 유사약품을 제조·시판하면서 의사진단을 거쳐 환자들에게만 처방토록 하고 있다. 어른에게는 중독성이 있어 금물이지만 아이들의 소량복용은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적절하다는 견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원장은 “메틸페니데이트는 정말 ‘필요악’의 경우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며 절대 치료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약개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소규모 유통망 및 지적재산권의 불평등으로 인한 불합리한 구조적 모순 때문에 시장성이 확보되지 못하는 까닭에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의 진입이 수월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친다.
끝으로 백 원장은 “장애아동의 한방치료에서도 양방의 딴지는 언제든 도사리고 있다”며 “그들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임상의들도 처방의 객관화작업을 차근차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의 별명은 ‘위풍당당 그녀’다. 지칠 줄 모르는 그녀의 근성을 빗댄 말이지만, 한의학의 새로운 영역개척과 50만 명의 정신지체아동의 새 생명을 불어넣는 힘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