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인 수 교수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내과학
EBM의 정의·개념
EBM은 ‘환자의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세심하고 주의 깊게 최신의 의학지식을 적용하는 것이며, 개인의 임상경험과 체계화된 연구에서 얻어진 임상적인 근거들 중에서 최선의 것을 통합하여 개개인의 환자에 적용하는 것’ 이라고 정의된다. 이 정의 중 ‘최신’은 의학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기존의 의료정보나 치료 방법은 곧 새로운 것의 등장으로 쇠퇴하기 때문에 의료인은 이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개인의 임상 경험’ 이란 각 임상의가 임상경험과 임상진료를 통해 얻은 기술과 판단능력을 말하며, 효과적인 진단, 환자의 상태, 권리, 선호에 대해 고려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또한 ‘최선의 근거’란 환자중심연구, 진단검사, 예후연구, 치료·예방요법들의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된 것을 말하며, ‘개개의 환자’란 의료인 자신이 진료하는 각 환자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특정한 정보를 수집하여 평가하고 실제 의료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의학적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의 연구 결과(outcome)는 대리결과(surrogate outcome)와 최종결과(end outcome)가 있다. 예를 들어 허혈성 심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항부정맥 치료를 할 때 부정맥이 얼마나 억제되는지,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약물 치료를 받을 때 전립선 크기가 얼마나 감소되는지 하는 것은 ‘대리결과’이다. 이에 비해서 환자의 증상 해소나, 기능회복, 생존과 같은 결과를 ‘최종결과’라고 부른다. 우리는 흔히 이 두가지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에서 ‘최종결과’와 ‘대리결과’가 다른 경우가 있다. 심근경색후 부정맥 예방에 encainide이라는 약제를 사용하면, 부정맥은 90%까지 줄어들지만 사망율은 위약에 비해 2배가 증가한다. 또 양성 전립선 비대증에 finasteride이라는 약제를 투여하면 전립선 크기는 실제로 줄어들지만, 기존의 약제에 비해 빈뇨·절박뇨의 증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같은 예들은 치료의 효과를 판단할 때 대리결과를 사용하는 경우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치료의 목표를 통증해소, 일상기능, 생존의 개선으로 본다면 생리적 변화(대리결과)에서 유추하는 것보다 직접 측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런 예들을 통해 뒷받침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근거중심의학(EBM)에서 말하는 연구 결과는 ‘대리결과’가 아닌 ‘최종결과’를 말한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환자중심근거’와 ‘질병중심근거’라는 개념이 있다(표 참조). EBM에서는 ‘환자중심근거’에 좀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뚜렷한 근거를 지닌 의학지식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과 교육이 EMB의 정신이요 핵심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근거만을 골라내어 활용하는데, 간접적인 근거보다는 직접적이고 환자중심적인 연구결과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EBM에 관련해서 많이 쓰이는 용어 중에 ‘정보숙달(Information mastery)’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Slawson과 Shaughnessy에 의해 주창된 것으로 EBM의 새로운 조류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EBM은 질문, 검색, 평가, 적용, 평가의 5단계로 이루어지며 검색과 평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방법이 까다로워서 바쁜 의사들이 배워서 응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Information mastery는 메드라인 검색보다는 ‘이차적 자료’인 Cochrane, POEMs, Best evidence, infoRetriver 등을 주로 검색하여 해답을 구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이같은 ‘이차적 자료’의 활용은 시간을 절약해주고 보다 정확하게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 있다.
이같은 ‘정보숙달’과정을 전공의 교육이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응용하는 것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