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원대학교 송호섭 교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 국의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오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통의학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전통의학의 표준화를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전통의학 관련 국제 표준용어를 재정하는 것이 모든 표준화의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네 명의 한국 대표는 어깨에 드리워진 무게를 느끼며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6월 26일 인천 공항을 출발하였다. 도쿄의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후 나리타공항에서 skyliner로 니뽀리(日暮)역으로, 다시 야마노테(山手)선 전철로 메구로(目黑)역 까지 이동하였다. 숙소는 메구로(目黑)역에서 걸어서 3~4 분 거리에 있는 자그마한 호텔로 로비 옆에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Princess Garden’이라고 하는 듯하였다.
저녁 식사 후 최승훈 박사님 주재로 여섯 명의 한국대표가 모두 모여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일정에 대한 논의를 하며, 한국 대표간 의견을 조율하고, 이 번 모임의 성공을 기원하였다. 드디어 27일 아침이 밝았고, 아침식사 후 일본 대표단의 안내 하에 택시로 기타사토(北里) 연구소에 도착하였다.
기타사토 시바 사부로(北里柴三郞)는 독일의 베링(Behring)과 함께 디프테리아 치료 혈청 및 파상풍 혈청을 발견 보고한 사람으로 노벨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나, 1901년 Behring이 노벨생리의학상을 대신 수상하였다고 하였다. 이를 기리기 위해 1914년 설립된 기타사토연구소는 현재 기초연구소, 의료 환경 연구소, 기타사토연구소 부설병원, 기타사토연구소 의학센타, 기타사토 간호전문학교 등 엄청난 규모로 발전 확대되어 있고,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연구소 산하에 동양의학종합연구소가 있다는 점인데 한국한의학연구원과 상호 협력방안에 관한 협정이 체결된 상태라고 하였다.
회의 장소인 약학부 제 1호관 6층 세미나실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이번 회의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갖추어져 있었다.
이날 동경 기타사토연구소에서의 회의의 공식 명칭은 ‘제2회 전통의학 국제 표준용어 개발을 위한 비공식 전문가회의(2nd Informal Consultation On Development of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y on Tranditional Medicine 27~29 June 2005, Tokyo, Japan)’였다. 이는 국제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 Regional Office for the Western Pacific)와 기타사토연구소(The Kitasato Institute, WHO collaborating for Traditional Medicine in Oriental Medicine Research Center,OMRC)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 중국, 일본의 전문가 회의였다.
최승훈 박사의 개막연설로 3일간의 열띤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어서 기타사토연구소의 연구원장이며, OMRC의 전무인 Yamada Haruki 교수로부터의 환영사가 있었고, 참가자들이 Temporary adviser부터 observer로 돌아가며 소개를 하였다.
첫 번째 연자로 최승훈 박사가 ‘Develo pment of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 ology on Tranditional Medicine’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는데 1차 북경회의의 경과보고, 표준화의 필요성과 WHO의 입장, 이번 회의 참가자에 대한 소개 및 이번회의에서 결정하여야 할 사항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였다.
참가자는 한, 중, 일 3국으로부터의 각 6명과 독일의 Paul Unschuld, 영국의 Nigel Wiseman을 포함한 19명의 Temporary adviser와 13명의 Observer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의 참가자는 지재근 교수(서울대), 심범상 교수, 김용석 교수(경희대), 이충렬 교수, 송호섭 교수(경원대), 임병묵(한국한의학연구원)로 모두 여섯 명이 temporary adviser로 참석하였다. 이 번 회의의 주된 논의사항은 첫째, 각 국의 안을 바탕으로 표준용어 선정의 원칙을 확립하고, 둘째, 선정된 원칙을 바탕으로 각국의 표준용어 중 국제표준용어를 선정하고, 셋째, 이를 영역화하기 위한 영역화의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발표에 이어 최박사는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국의 지재근 교수를 의장으로 추천하였고, 좌중의 만장일치의 동의로 지재근 교수가 회의의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오전에는 표준화원칙선정을 위한 각 국의 안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중국 측에서 Cai Jingfeng 교수가 ‘Review on English Translation of Common Terms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BLUE BOOK for short)’이라는 주제로 중국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selected reference로 1999년 謝竹藩 교수의 주도하에 시작되어 2004년 출판된 ‘English Translation of Common Terms i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일명 blue boolk)’을 제시하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일본 측에서 Takeshi Sakiyama, Akihito Takano, Kiichiro Tsutani 교수가 번갈아 가며 표준용어 선정원칙에 대한 일본안을 제시하였다.
sakiyama 교수는 selected reference로 1999년 일본동양의학회(JSOM)에 의해 발간된 東洋醫學用語集을 제시하고 몇몇 용어를 추가하겠다고 하였고, Takano는 본초(crude herbs)의 명명법에 대해, Tsutani는 표준처방의 명명법(Standard Kampo Formula Nomenclature)에 대해 언급하였다. Tsutani의 표준처방의 명명법(Standard Kampo Formula Nomencl ature)은 국제 용어 표준의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인 부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WHO의 정신에 위배되며, Tsutani가 observer로서 발언권이 없는 점이 있어 최승훈 박사에 의해 제지를 받았다.
한국 측에서는 이충렬 교수가 한국안을 제시하였는데 2003년 8월에 발표된 WHO HQ draft (proposed 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y in Acupuncture for basic training)을 존중하여 국제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용어를 선정하고, 이침과 같이 통일되지 않은 용어는 피하며, 전통 질환의 이름은 배제해야 한다고 하였다.
KST를 selected reference로 하여 현재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를 선정하되 서양의학의 해부, 생리, 질환에 관계된 용어는 제외하며, 한 개 용어는 한 개 개념으로 구성되어야 하므로 한 개 용어가 두 개 이상의 개념을 가진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전체적인 분류체계를 요하지는 않더라도 대략적인 분류체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3호관의 식당에서 주최 측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후에는 한국 측 심범상 교수와 영국 측 Wiseman이 각각 국제 표준용어 선정의 원칙과 선정된 표준용어 영역화의 원칙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심 교수는 용어선정은 concept 지향적인 작업이 되어야 하므로 각국의 표현상의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concept만 일치한다면 용어를 쉽게 선정할 수 있는 concept system에 근간을 두고 선정되어야 하며, 선정된 concept list는 concept ID, concept과 definition으로 구성된 concept table에 해당하며, 선정된 concept은 반드시 영어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표준용어 선정의 방법은 중국, 일본, 한국의 동의에 의해서 선정되는데 각 국의 의견이 다를 경우 투표나 다른 결정된 방법에 의해서 선정하자고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