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화되는 대형 종합병원 ‘환자쏠림’ 현상 해소 필요
동네의원 잠재력 이끌어 내는 게 보건의료정책 핵심 디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형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 완화정책의 현황과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동네의원의 외래 진료비 증가율이 상급종합병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대형병원에 환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비는 2005년 1조2천억원에서 2012년 2조9천억원으로 7년간 140.4%나 증가했고, 2001년부터 2012년까지 건강보험의 외래진료비 점유율도 상급종합병원은 9.9%에서 17.7%로 7.8% 포인트 증가했다. 종합병원은 10.2%에서 15.8%로 5.7% 포인트 증가했으며, 병원은 5.3%에서 9.5%로 4.2% 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외래진료비의 경우 동네의원은 2005년 5조9천억원에서 2012년 9조1천억원으로 증가율이 55.2%에 그쳤고,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외래진료비 점유율은 74.6%에서 56.4%로 18.2% 포인트 감소했다.
이 같은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은 의료이용과 함께 의료인력 장비 등 의료자원에 대한 투자를 집중시킴으로써 국가적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며, 형평적인 의료시스템의 작동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특히 대형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은 더 낮은 비용으로 치료 가능한 환자가 가장 비싼 의료를 이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왜냐하면, 만성질환자가 대형 상급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의 의사를 만나면서 의사를 만날 때마다 중복촬영 등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스템의 비효율로 인한 낭비는 불필요한 지출을 증가시켜 국민에게 급여범위 확대 등의 혜택을 지연시키고 장기적으로 급여범위 축소,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한정된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환자쏠림은 필요한 시점에서의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지연시켜 환자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환자쏠림 현상은 국내 개원가 환경이 지나친 전문화와 단독개원 형태로 흐르고 있는 데도 기인한다. 하지만 어떻게 동네 개원가들이 인구고령화에 따른 복합적 만성질환자 증가라는 새로운 의료수요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한국인 10명 중 3명이 암환자이고, 30세 이상 한국인 10명 중 2명은 본태성 고혈압환자로 조사되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의료시스템의 효율성과 질 향상을 유도하는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같은 난치성 만성질환이라 하더라도 대형 암센터들은 독과점 위치를 계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첨단 고가장비 투자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가장 흔한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 감기 질환마저 대형병원으로 쏠리게 하는 것은 결국 의료시장과 의료정책에서 미치는 영향력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동안은 초대형 병원들이 신기술과 고가장비에 대해 거대자본을 투자하는 자체가 곧 경쟁력으로 인식되어 왔다. 결국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전반적인 의료이용과 건강 행태에 대한 의사의 책무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1차 진료기능을 맡고 있는 동네의원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보건의료정책의 핵심 디자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