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구조 잠수요원들, 잦은 부상에 한의 치료 선호
향후 국가 재난 발생시 초기부터 한의사 신속 투입
지난달 19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사고해역 잠수요원에 대한 의료지원을 강화하고자 현장 바지선에 한의사를 추가 배치하고 기존 물리치료사 3명 외에 7명을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달 21일 오전 9시부터 사고해역 바지선에 함승관 한의사(한의진료소 의료지원 팀장)를 시작으로 22일부터 24일까지 장성환 한의사가, 24일부터 25일까지는 박완수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과 이준환 한의사가, 26일부터 27일까지는 엄지환 한의사가 바지선에 승선해 교대로 잠수요원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투입 초기 한의 치료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던 잠수요원들이 한의 치료를 받은 후 효과를 보자 이제는 한의 치료를 제대로 받기 위해 진료 공간과 의료진의 잠자리까지 마련해 주는 호의를 베풀 만큼 한의 치료에 적극적이라는 전언이다.
사실 바지선에 한의사가 승선하는 것부터 바지선에서 진료를 시작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환자가 누울 공간도 없을 정도로 비좁고 열악해 응급의학 전문의가 바지선에서의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하루만에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더구나 침을 맞고 물에 들어가면 침 구멍에 물이 들어간다는 속설이 퍼져있었고 구조 초기에 지원됐던 쌍화탕을 복용한 후 장염으로 오해를 받아 한약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었던 것.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한의 치료에 호의적일리 만무했다.
정작 정부는 바지선에 한의사를 배치하겠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바지선에 승선하기 위해 한의사들은 먼저 보건복지부 상황실부터 한약이 잠수병 예방은 물론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고 근골격계 질환에 한의 치료가 탁월하다며 설득에 나서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바지선에 승선할 수 있었지만 바지선의 상황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열악했다. 의료물품을 풀 곳도 없어 잠수복을 거는 두평 남짓한 공간을 정리해 의료지원실을 꾸릴 수 있었다고 한다.
한의사들은 침 치료를 꺼리는 잠수요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장성환 한의사에 따르면 잠수 이후 후유증 관리에는 오히려 침 치료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후에야 잠수요원들로부터 겨우 침 치료를 허락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환자가 누울 공간이 없어 의자 위에 앉혀 동씨침법과 사암침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잠수요원들을 진료한 한의사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건강 상태를 매우 걱정스러워 했다.
한 여름에도 겨울처럼 추운 바지선은 해무가 자욱해 외습에 걸리기 쉬운 환경인 데다 계속된 잠수로 근육피로가 심각하고 혈압이 상승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4세 해군 심해잠수사는 두중, 손끝저림, 다발성 저림, 다발성 통증 등 전형적인 잠수병 증상을 보여 침 치료로 호전시킨 후 신경근전도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잠수병으로 진단된다 하더라도 한약과 침 치료로 잠수병이 호전될 수 있으니 잠수병 치료 한약을 꼭 복용하라며 한약도 같이 처방해 줬다. 결국 이 잠수요원은 잠수병의증으로 치료를 위해 후송배에 오르게 됐다. 후송배에 오르면서도 자신이 빠지면 다른 잠수사가 자신의 자리를 채워야 하는 동료 잠수사들을 걱정하며 끝까지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의 치료 효과를 본 잠수사들과 그 소식을 전해들은 잠수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한의 치료를 받고 싶다며 심해 해류를 점검하는 컨테이너에 한의의료지원실을 마련해 줬다.
장성환 한의사는 “한의학이 예방의학으로서 충분히 응급상황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함승관 한의진료소 의료지원 팀장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임상경험이 풍부한 한의사들이 바지선에서 잠수사 의료지원에 활약해 줬으면 좋겠다”며 많은 한의사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한의 치료의 우수성을 몸소 입증해 보여주고 있는 한의사들의 노력이 향후 국가 응급체계에서 한의약의 역할을 한층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