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카드, 모르고 쓰면 금융흉기
명쾌하게 풀어보는 한의경제학 - 48
서울에서 개원 중인 P원장은 유난히 신용카드가 많았다. 워낙 털털한 성격에 주변에서 소개받고 온 신용카드 판매원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원장 스스로 신용카드 애호가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지출하는 경비를 신용카드로 결재할 경우 전표가 비용처리가 되고, 그때그때 현금결재하지 않아도 되어 편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거의 1억원이 넘는 의료장비와 자동차를 매입할 때도, 그리고 인테리어와 병원용 재료를 매입하는데도 사용한 덕분에 몇군데 신용카드사에서는 최고등급으로 분류되어 할인 등 우대 혜택을 받고 있었고 이래저래 쌓인 마일리지를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2012년 초 국세청 현지조사를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당연히 대부분 카드 지출이 병원 경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당시 조사관들은 챠트와 전산자료를 비교하고 통장 입금내역을 대사해보더니 현금 수입금액 누락이 있다며 1억원 가까운 세금을 추징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돈을 모아 납부하고 난 P원장은 담당 조사관에게 조사를 나온 이유를 물어봤지만 끝내 들을 수 없었다. 나중에야 해당 관청을 통해 신용카드 지출액이 신고소득보다 더 컸기 때문이라고 듣고 신용카드 사용을 자제하기 시작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였다.
신용카드가 활성화된 것은 사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무분별한 발급과 사용으로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한 이유는 현금거래로 인해 매출 누락을 막아 세원을 늘리기 위함이었다.
더구나 1999년부터 소득공제 혜택을 적용하면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5년 시행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모든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신용카드 지출액을 이러한 소득공제 명목으로 취합하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개원의들의 소비 지출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신용카드로 인해 병원 매출이 투명화되는 패턴과 비슷하게, 그 사이 감춰져 있던 개원의들의 소비 지출도 직장인 못지않게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2010년 국세청에서 보도자료로 발표된 PCI시스템은 이러한 소득대비 지출을 체크하는 기능이 가장 핵심이었다.
그럼 사업용(기업용)으로 발급받은 기업 신용카드는 괜찮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는 법인과 달라 기업 신용카드라고 발급받아도 국세청에는 개인 명의의 카드로 분류된다. 사용한 내역이 사업용인지 여부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분류해서 신고하지 않으면 여전히 개인지출로 분류된다. 국세청 현금영수증 사이트(www.taxsave.go.kr)로 접속하여 사업용으로 개인 신용카드를 신고하고 개별 사용내역에 대해 사업용/개인용 여부를 분류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분류된 지출에 대해서는 사업용 경비이기 때문에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므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시스템에 개인용 지출로 분류되지 않게 된다.
결국 개원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두 가지 행동이 필요하다. 소득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을 맞추던지, 경비 사용 여부를 개별적으로 분류해주는 것이다. 즉 전체 지출 대비 신용카드를 60%~70%가 넘지 않게 맞추던지, 국세청에 사업용 신용카드로 신고해서 일정 주기로 경비 여부를 일일히 따로 체크해주는 것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세무조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개원의에게 신용카드 지출로 인한 혜택보다는 세무조사에 대한 위험이 더 크다.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사용량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개원의에게 있어 신용카드는 알고 쓰면 편리한 도구지만, 모르고 쓰면 금융흉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