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과 한의약 의료서비스 활용 (上)
언어 및 지적 중복장애 3급이었던 故 김준혁 씨는 맹장이 터져 복수가 차는 상황에서도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하였다. 결국 복막염 수술을 받았으나 패혈증 쇼크로 숨을 거두었다. 평소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만 했던 중증 근육 장애인 오지석 씨는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에 인공호흡기 이상으로 뇌사에 빠졌고 결국 숨졌다. 이러한 사고는 장애인들 사이에서 이제는 매우 익숙해진, 그래서 더 슬픈 소식이다. 이처럼 아직도 장애인들은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장애인들이 느끼는 애로사항과 함께 한의계는 어떠한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인지 알아보았다.
접근성과 의사소통, 경제적 어려움의 문제
장애인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부딪히는 점은 역시 접근성과 의사소통 문제일 것이다. 경증의 장애를 가진 환자이거나 응급 상황이 아닐 때에는 병, 의원을 이용하기가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중증 지체 장애인이 질병에 걸렸을 때 혹은 응급 상황시에는 아직도 병, 의원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활동보조인 제도 등 현재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제도가 있지만 시간의 제한으로 인해 활동 보조인의 부재시 장애인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적절한 진단과 처치의 어려움도 장애인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매우 심각한 문제점이다. 뇌병변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은 언어적인 부분에 있어서 의료인과 원활히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에 의존하기 마련인데 그로 인해 정확한 진단이나 처치가 어려울 수 있고 오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청각 장애인의 경우 수화통역사를 항상 대동해야만 하는데 병원에 상시 근무하는 수화통역사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개인별로 수화통역사를 섭외해야 하는데 즉시 이뤄지지 않아 대기해야 할 때가 많고 그만큼 대응이 늦어지기 때문에 응급 상황시에는 수화를 할 줄 아는 친한 지인의 도움을 얻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청각장애인이 전하는 섬세한 느낌까지 파악하여 의료인에게 전달해야 하기에 통역을 한다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가진 경제적 어려움 역시 의료서비스이용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아직 건강보험으로 들어와 있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 많아 저소득 수급자들은 병원 가기를 주저하다 병을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소개한 故 김준혁 씨 역시 병원에 가기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야만 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내부 장기 질환 등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할 때에는 경제적 부담은 배가된다.
의료인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과 오해 또한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신체적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인지 능력 부족이나 지적 장애를 함께 안고 있을 것이라 여긴다든가 의료행위 속에서 장애를 떠나 성인으로서 대우받지 못하다고 느끼는 장애인도 많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도 큰 걸림돌
또한 비장애인 환자에 비해 장애인 환자에게는 진료 시간과 들이는 노력이 더 많이 소요된다고 여겨 황급히 시간에 좇겨 진료가 이루어지거나 의료 행위를 회피하는 의료인도 있다. 의료인들이 장애 유형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않은 채로 환자를 대해 실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척수 장애인에 통증을 묻는다든가 청각장애인에게 말을 시킨다든가 하는 점이 일차 의료에서 의외로 빈번히 일어나는 실수이다. 그리고 의료행위의 주체는 의료인과 환자가 되어야 하는데 보호자의 의견을 중시함으로써 환자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제도 개선과 장애인 지원 확대 방안 절실
인공 호흡기에 생명을 의지해야 하는 중증 척수 장애인이나 근육 장애인의 경우 누군가 보호해줄 사람이 항시 필요한데도 장애 등급제 등 여러 규정에 묶여 활동보조 서비스에 제약을 받고 있다. 하루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도록 시간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 故 오지석씨의 경우 역시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거주하고 있어 독거장애인 특례적용도 받지 못한 채 한 달 278시간의 활동보조 서비스만 받고 있다 참변을 당했다. 활동 보조 서비스 시간을 늘리는 것은 중증 지체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통역사 제도 역시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 중대형급 병원에서의 수화통역사 상근제도가 필요하며 야간에도 통역사 배치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 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은 “현재 부산 성모병원이 수화통역사를 고용, 배치하였는데 서울의 농아인 환자들이 부산까지 내려갈 정도”라며, “지역마다 중대형급 규모의 병원에서 수화통역사를 배치한다면 많은 농아인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인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애 유형별 맞춤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루게릭이나 근육장애인의 경우는 인공호흡기의 임대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나 중증 척수장애인들의 인공호흡기 대여비는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데, 지원 규정을 완화, 확대하여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물품의 유지비용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장기 치료를 요하는 질환의 경우 역시 국가의 의료비 지원이 절실하다. 장애인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정기 건강검진 등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한국 장애인연맹 회장을 역임한 동광한의원 채종걸 원장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장애인들에게 의료비 지원을 위한 바우처제도나 주치의제도의 활성화 등 재정지원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병원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활동보조인 제도와 의료제도를 분리해서 정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사회 소외 계층과 의료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 복지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의료서비스에 대한 장애인 지원을 확대하여 복지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