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이터’ 출현, 한의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서 미래를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가 빅데이터의 출현과 함께 부상하고 있다. 보건의료계는 이를 이용해 질병의 유병율과 생활사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한의계의 숙제였던 표준화 작업은 빅데이터 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그 실마리를 잡은 듯 보인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어디까지 왔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2013년까지 지난 5년간의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빅데이터에는 요양기관 청구 명세서 내역에 기재된 치료행위와 처방내역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의사기록, 간호기록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심평원 여정구 차장은 “의무기록의 표준화가 선결돼야 한다.”며 “병원마다 전자의무기록(Electnonic Medical Record)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청구명세서 상의 내용 외에 다른 항목을 수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제도적 정비나 전산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그 한계를 지적했다.
빅데이터의 관리는 심평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맡았다. 두 기관은 2013년 12월 보건복지부로 부터 그 분담된 역할을 부여받았다. 보험 수진자를 중심에 둔 건보공단에서는 빅데이터를 코호트방식과 국민개인자료 시리얼의 형태로 관리한다. 한편 심평원에서는 보건의료산업 즉, 연구중심병원이라든가 의료기기관련 산업, 보건의료산업관련 컨설팅이나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 정보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관리된 정보를 공개하는데 대한 제약은 없다.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을 포함해 개인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심평원은 빅데이터 공개항목에 대한 제한도 두지 않고 있다. 연구 및 활용 목적에 따른 상담이 선행된 후, 신청자의 목적에 맞게 변수를 구성하여 자료를 제공한다.
한의계에서의 활용여부에 대한 질문에 여차장은 “홍보가 부족해 한의약 관련 기관이나 연구와 관련한 자료의 요청은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에 한방 쪽에 대한 정보도 있기 때문에 협회차원에서 연구 및 데이터 분석 용도로의 정보를 원하면 언제든지 개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한의학의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한의약과 관련된 빅데이터의 연구가 이뤄진 바는 없다. 한방병원 및 한의원에서 수집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진행되는 연구가 있으나 이를 ‘빅데이터’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의학의 EBM(Evidence Based Medicine) 연구를 위해서 질병관리본부 및 건보공단 측에서 제공받는 자료도 있다. 특히, 환자의 목소리, 안면형상, 신체계측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종합해서 사상체질 감별의 지표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현재 수준”이라며, “이는 사상체질 감별을 가능케 하는 기기로의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방치료에 대한 연구도 물론 진행 중에 있다.
현재 한의학연구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방안은 제시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의학과 빅데이터가 만날 때
빅데이터를 한의학에 적용한다면 국민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한의학은 경험 위주의 의학’이라는 선입견을 계도할 수 있다. 즉, 한의학이 객관적·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치료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 알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한의학의 주된 특징인 환자 맞춤형 진료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통일된 의무기록체계의 토대에 의료인의 기록 및 환자의 인구학적 정보를 모두 담아 빅데이터화 할 수 있다면 개인별 질병에 대한 더욱 다양한 접근법과 해석법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나아가 표준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매뉴얼 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한의학의 세계화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대처하는 한의계의 자세
학문의 종류를 막론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빅데이터의 도입과 활용은 필수적이다. 방대한 자료는 쓰임에 맞게 선택하고 분석해 나갈 때 보배롭다. 때문에 한의계에서도 심평원과 건보공단 등 관련 기관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어떠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한의학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통일된 체계로서의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한의학 관련 정보 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의 노력도 수반되어야한다.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데 있어서 개인정보보호의 측면이라든가, 표준화로 인한 한의사 개개인의 치료법 등 고유영역 침해 가능성도 고민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