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과 개설 후 외래환자 증가… 입원 실적, 진단기 매출 등 양의에 산입돼 실적 저조한 것처럼 보여
공공병원 기본적으로 환자 수 적어… 하지만 한의과 설치는 협진 개념 도입으로 공공의료 목적에 적합
아직도 먼 한의약의 공공의료 활성화 (上)
지난 2012년 서울시의회가 시립병원 내 한의과 신설을 담은 ‘서울특별시립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시립 한방병원 및 한의과 설치 확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서울시청 관계자들이 시립 한방병원과 한의과 설치에 난색을 표명하는 데는 적자폭을 늘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한의과가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립 북부병원 한의과를 찾아가 이용 실태를 살펴본 결과, 경영 실적이 저조하지 않음은 물론 한·양의간 협진을 통해 새로운 공공병원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시립병원 중 유일하게 한의과가 존재하는 중랑구 망우동의 북부시립병원. 병원 1층의 10개의 치료용 베드에서 입원 환자없이 외래 환자만 받고 있다.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동안 한 달 평균 250~300여명의 환자가 북부병원 내 한의과를 찾았다. 토, 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1명~15명이 내원한 셈이다.
북부병원 전체 환자 중 한의과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북부병원을 내원한 전체 외래 환자 수는 34,781명, 한의과를 찾은 외래 환자 수는 31,57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10% 정도다.
입원환자가 외래환자의 2배… 한의과는 입원병동 없어 입원병동 절실
구장회 서울시 시립병원운영팀장은 “실무적 수준에서 협의의 시각으로 볼 때, 현재 한의과 실적은 인건비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며 “시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이용이 편리하고 부담이 적어야 하는데 오히려 일반 한의원보다 비싸고, 주로 나이든 기성세대들이 이용하는데 이런 분들은 가격에 민감에 꺼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2012년 시립병원 내 한의과 신설을 담은 ‘서울특별시립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배경이다. 구 팀장은 “관건은 예산인데 한의과 설치와 관련해 현재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인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의과 이용 실적이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하지만, 병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원 병동이 한의과에는 없다. 특히 북부병원은 외래 환자보다는 대부분 입원 환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전체 200베드 중 하루 평균 180여 명이 사용할 정도로 입원 병상이 거의 만석이다. 그런데 한의과에는 입원 병동이 없이 오전 9시부터 5시30분까지 두 명의 한의사와 단 한 명의 간호사가 외래환자를 진찰한다.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 6월까지 상반기의 북부병원 ‘시립병원 환자 내원 수’를 살펴보면 총 46,578명의 환자가 내원했는데, 그 중 입원환자가 30,353명, 외래 환자가 16,225 명으로 입원 환자가 두 배 가량 많았다. 그 이전해인 2013년 한 해 동안의 통계를 살펴봐도 전체 환자 98,548명 중 외래 환자는 34,781명, 입원환자는 63,767명으로 외래 환자가 약 1/3이고, 2/3가 입원환자였다.
북부병원은 지난 2006년 5월 서울시 최초 노인전문병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했다. 당연히 급성 질환 환자보다 노인성 질환인 만성 질환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종욱 서울시 시립병원운영팀 주무관은 “다른 시립병원에 비해 북부병원은 아급성기 노인성 질환 환자가 많아 외래보다 입원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인 인구가 많다면 그에 따른 만성 질병도 많을 수 있고, 치료에 대한 수요도 높을 수 있는데 입원 병실 자체가 양방 쪽에만 있는 셈이니 표면적으로 봤을 때 한의과에서 치료 받는 환자가 적어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곳에는 노인성 질환인 중풍환자가 많다. 고지혈증, 혈압, 당뇨, 동맥경화, 심장판막질환 등을 앓던 사람의 뇌혈관에 혈전이나 색전이 발생해 뇌신경이 서서히 손상을 입는다. 따라서 병원에 걸어 들어간 사람이라도 3~7일 후에는 완전마비로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입원 병동이 절실하다.
최방섭 북부병원 한의과장은 “환자 한 명이 입원하면 비용이 250만 원 정도 드는 만큼 병원 매출에서 입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한의과는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으므로 다른 과 대비 전체 매출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한방 협진으로 매출은 양방 쪽에 한의과를 찾는 환자들은 양한방 협진의 장점 때문에 북부병원에 온다. 양방에서 할 수 없는 치료를 받기 위해 들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중풍 환자의 경우, 주로 신경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초기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 혈액 검사 등의 검사를 하고 한의과에 온다. 진단 검사를 양방 쪽에서 하기 때문에 매출이 그 쪽에 잡힌다는 얘기다. 최 과장은 “일반 한의원에서 쓰는 열전기 치료조차도 양방 쪽에 기기가 이미 있기 때문에 한의과에서 중복으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보니 매출이 그쪽에 잡힌다”며 “초음파 치료의 경우, 양방쪽에서는 급여항목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굳이 비급여로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2012년 한의과가 생긴 이후 북부병원의 외래 환자는 늘고 있는 추세다. 2011년 북부병원의 전체 환자 94,327명이 2013에는 98,548명으로 4221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한의과 실적이 집계되는 외래 환자 추이를 살펴보면 2011년 29819명에서 2013년 34781명으로 4962명이 증가해 전체 환자 증가수보다 외래 환자 증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환자 감소 분을 외래 환자 증가가 상쇄시켜 전체 환자 수가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2012년 이전 해의 환자 수를 보면 대동소이했지만 한의과 개설 이후 외래 환자가 늘었기 때문에 한의과의 영향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증입원 환자에 비급여 약 처방… 수가 구조 개선 시급
또한 일반 한의원보다 병원이기 때문에 더 가격이 비싸다고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급여약이 아닌 비급여만 처방이 되고 있었다. 음식물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입원 중인 중증 환자들의 경우, 급여인 가루약 복용이 힘든 상태인 경우가 흔하다. 억지로 복용하면 구토 등을 유발해 혈압과 뇌압을 올리고 경우에 따라 기도를 막아 질식을 시킬 수 있는 만큼 이러한 환자들에게는 비급여인 탕약이 처방된다.
최 과장은 “급여가 되는 가루약들은 불용성이라 물에 녹이고 먹이기가 어려워 처방을 안하고 있다”며 “액체인 탕약만 쓴다”고 언급했다. 비급여 진료지만 그래도 시립병원이기 때문에 일반 한의원보다 30%는 저렴한 게 장점이다.
줄어드는 환자 왜? 경기 침체로 전체 환자 감소
김진원 국립중앙의료원 한의내과 과장은 “지난 2011년 이후 경기침체로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은 환자들이 의료 분야의 지출을 줄이면서 한의계 뿐 아니라 의료계 전반적으로 환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이저급 병원도 환자가 10~15% 줄고 있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이 287억 원, 가톨릭중앙의료원 116억 원, 연세의료원 66억 원, 삼성서울병원이 1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의료계의 전반적인 경영 상태 악화와 환자 감소 추세가 단순히 한의계의 상황이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한의는 급성보다는 만성 질환 등 치료보다 예방 차원에서 오다 보니 영향을 더욱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가 구조의 문제, 중증 환자를 위한 열악한 국내 진료 환경, 북부병원이 위치한 중랑구의 인구 수나 지역 주민들의 경제력까지 고려한다면 북부병원 내 한의과의 환자가 개설당시보다 줄어들었다고 해서 한의과내의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