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도 의사면허 취득한 양의사와 동등한 기본 진단기기 허용돼야
객관적 지표 측정과 관찰에 한·양방이 따로 있을 수 없어
“한의학은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할 무형문화재인지, 아니면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우리의 의학 자산으로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6일 국회 본관 601호실에서 열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 관련 공청회’에서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기획이사는 발표에 앞서 이같은 명제를 제시함으로써 한의학은 객관적인 근거와 데이터 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우리의 자산임을 환기시킨 후 본격적인 발표에 나섰다.
김 이사는 먼저 양의계가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을 반대하며 주로 얘기해온 ‘X-ray를 이용한 진단은 한의학적 진단이 아니다’는 주장을 반박하듯 ‘진단’의 사전적 의미부터 설명해 나갔다.
그에 따르면 ‘진단’은 의료인이 환자의 질병 상태를 판단하는 것을 말하며 법적으로 인정받은 의료인인 한의사는 이러한 진단권을 갖고 환자의 각종 검사결과를 판독, 분석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환자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객관적인 지표를 측정하고 현상을 관찰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한·양방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환자가 골절을 당했을 때 뼈가 부러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한 후에 한의학적인 치료와 양의학적인 치료로 나누어지는 것이지 ‘한의학적 골절’과 ‘양의학적 골절’이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은 과학과 문명의 발전으로 개발된 도구를 활용해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단을 내려 한의학적인 치료를 행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김 이사는 이어 한의사들이 진단기기 사용을 위한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료정책연구소가 2012년에 발표한 ‘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한의과대학에서 강의로 가르치는 내용이 의대에서 강의로 가르치는 내용의 75%를 이미 포함하고 있으며 교육 내용과 양에 있어서 한의사는 의사가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의 3/4정도를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의계는 현재 한의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의료기기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양의계의 경우 새로운 의료기기가 어떻게 도입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80년대 초, 초음파 진단기기가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당시 양의계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양의사들은 초음파 진단기기를 우선 사용했다. 이후 교육을 실시해 제도적 뒷받침을 진행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해온 이유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김 이사는 그렇다고 한의사들이 CT나 MRI같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하도록 법으로 제한된 고도의 전문적인 영역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부분이 1차 의료기관인 한의의료기관의 특성상 양방의과대학 6년의 교육을 받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양의사와 동등하게 기본적인 진단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근거중심의학이 되기 위해 △예후 판정과 신속한 후송 및 전원을 위해 △치료 효과 확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한의학은 고대의학이 아니라 당대 학문의 발달과 함께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에는 현대한의학으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는 현대의학”이라며 “중국의 경우 중의학을 수천년 전의 의학으로 치부하지 않고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한 없는 의료기기 활용 등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뤄냄으로써 현재 전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프라와 자산을 갖고 있어 조금만 더 정책적으로 지원되면 충분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에도 현재 X-ray 하나를 두고 쓸 수 있느냐 없느냐에 발목잡혀 있는 형국”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더 이상 현대 한의학을 ‘고대의 유물’이라는 틀 속에 가둬두지 말고 우리의 미래를 여는 소중한 자산으로 더욱 발전시켜 현실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