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의약품의 공급 중단이 우려될 시 환자들에게 원활히 의약품을 공급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현존하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의약품’을 허가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입법예고한 ‘의약품 안전공급 지원 특별법’이 기존의 의약품 허가 절차를 무력화시키고 국민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에 따르면 동 입법예고안에서는 ‘혁신의약품’으로 지정 가능한 대상을 정의하면서 연구개발 중에 있거나 허가 신청 중인 의약품 중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제 혹은 적절한 치료방법․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의 치료제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연구개발이 끝나지도 않거나 제대로 허가도 받지 않은 의약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 정의에 따르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항암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수많은 신약들이 혁신의약품이 될 수 있다는 것.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혁신의약품들이 제대로 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며 기존 약사법에 따르면 제약사가 신약을 허가 받기 위해서는 해당 의약품에 큰 부작용은 없는지(안전성), 제대로 된 치료효과를 나타내는지(유효성) 검증하는 자료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식약처는 이를 꼼꼼히 심사한 후 허가를 내주게 되는데 혁신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의약품은 잠정적인 효능․효과를 나타낸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약품 안정공급 심의회의 심의만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를 최대 10년간 면제받는다.
약인지 아닐지도 모르는 것이 혁신의약품이라는 이름을 달고 환자들에게 버젓이 판매가 허용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혁신의약품을 심의할 의약품 안정공급 협의회의 구성도 황당하다는 설명이다.
협의회에는 한국제약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이 추천하는 사람이 위원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이는 제약사가 신청한 의약품을 제약사가 추천한 사람이 심의하게 되는 것으로 심의 과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더구나 안전성과 유효성도 확인할 수 없고, 심의 과정의 공정성도 기대할 수 없는 혁신의약품임에도 건강보험 급여를 신속하게 심의하라는 것은 건강보험 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의 고유 권한인 약제 급여 평가 업무에도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어 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와 제약사들은 희귀 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혁신의약품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의약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약물들은 어디까지나 안전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환자들이 접근하도록 해야 하며 효과와 안전성도 불분명한 이런 약물들을 환자들에게 돈 받고 팔수 있도록 하는 것은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과 분명히 다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결국 식약처가 예고한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은 효과도 안전성도 불분명한 약을 합법적으로 돈 받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안이며 기업들이 국민들의 의료비를 갈취하는 의료 영리화와 규제완화의 검은 손길이 병의원 문턱을 넘어 국민들이 먹는 의약품에까지 뻗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의 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